[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보건의료노조는 밀양 세종병원 화재사건과 관련해 30일 "보건의료 인력 부족 문제가 낳은 참사"라며 "병원 인력은 환자안전이고 의료서비스 질로 연결되지만 병원 인력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26일 발생한 세종병원 화재사건은 사망자 39명 등 총 190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노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종병원의 입원환자수는 평균 74.5명(95병상)이었고 외래환자수는 135.9명이었다. 노조는 “환자수에 비춰봤을 때 세종병원에 상근의사 6명과 간호등급에 따른 간호사 35명이 있어야 한다”라며 “하지만 의사는 2명, 간호사는 6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세종병원은 부족한 인력 때문에 상근의사가 아닌 당직의사 1명을 추가로 고용하고 간호사 대체인력으로 17명의 간호조무사를 고용했다”라며 “이 인력으로 평소 95병상의 환자를 돌보는 데 한계가 있었고, 화재참사가 발생했을 때 환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병원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설과 장비에만 투자하고 인력에는 투자하지 않았다"라며 "병원 경영 전략과 정부 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밀양 세종병원은 급성기병원과 요양병원, 장례식장을 차례차례 개원하면서 문어발식으로 경영을 확장했다”라며 “수익을 더 많이 올리기 위해 불법 증축을 하고, 2층 15개 병상을 39개 병상으로, 3층 10개 병상을 20개 병상으로 늘리는 등 병상수를 대폭 늘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와 간호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운영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병원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시설과 장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인력을 늘리지 않았다"라며 "현재의 병원운영 시스템 속에서는 의료사고와 안전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정부에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간호인력 기준을 위반하고 있는 의료기관은 전체의 86.2%로 조사됐다. 의료법상 간호인력 기준을 지키려면 간호등급이 3등급(병원급 기준 간호사 1명당 3.0~3.5병상) 이상 돼야 하는데 이 기준을 지키는 곳은 14% 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노조는 의료법상 인력기준을 지키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노조는 “복지부가 인력기준을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15일간 영업정지 조치를 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24시간 운영되는 병원에 영업정지 조치는 쉽지 않다. 정부는 의료기관이 인력기준을 지키도록 법적 강제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는 “우리나라 활동간호사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1% 수준이고, 의사수는 OECD 평균의 67%에 불과하다”라며 “정부는 현재 의료인력을 1.5배~2배 늘리는 획기적인 보건의료인력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노조는 “특히 지방병원은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인력의 안정적 수급과 균형있는 배치를 위한 정책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을 해결하기 위해 적정임금을 보장하고 열악한 야간·교대근무제를 포함해 근로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정부는 많은 환자와 보건의료인이 모여 있고 24시간 운영되는 의료기관이 완벽한 소방안전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라며 “빠른 시간 안에 환자안전 종합계획을 확정하고, 소방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한 의료기관평가인증 기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력 문제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29일 브리핑에서 "지방 중소병원은 보건의료인력을 구하기 힘든 현실적인 여건이 있다"라며 "우선 간호인력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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