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9.08 07:21최종 업데이트 23.09.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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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신부전 환자 혈액투석 생명선 '혈관접근로 수술'…"수술실 지키는 외과의사 있어 가능"

[인터뷰] 순천향대 서울병원 송단 교수, "환자 회복 보며 보람 느껴…수술실 떠나는 외과의사 위한 대책 전무"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송단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말기신부전 환자가 신장이식을 받기 전까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술인 ‘혈관접근로 수술로 환자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외과 의사가 있다.

말기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수술실을 지키고 있는 순천향대 서울병원 외과 송단 교수를 만나 혈액투석 환자를 위한 고민과 그가 수술을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혈액투석 시 혈관로는 '생명선'…중심정맥 폐쇄‧협착 환자 위해 흉곽 내 홑정맥을 이용법 고안

혈액에 섞인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이 기능 저하를 일으켜 소변으로 빠져나가야 할 노폐물이 점차 몸에 쌓이는 병인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새로 신장을 이식하거나 인위적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방법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장이식에 필요한 장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만성신부전 환자들은 혈액투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이 혈액투석을 위해 받아야 하는 것이 바로 ’혈관접근로(동정맥루) 수술‘이다.

송 교수는 "혈액투석 환자에게 투석할 혈관로를 만든다는 것은 환자의 생명선을 만드는것과 같다. 양쪽 상지 네 군데, 하지 두 군데가 가장 기본적으로 혈관로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좌측이나 우측 내경정맥을 통해 도관삽관술로 투석을 시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랜 혈액투석으로 중간에 투석로가 막히거나 감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면 혈액 투석을 위해 필요한 중심정맥이 손상을 받아 폐쇄, 협착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태의 환자들은 더 이상 상지에 투석로를 만들 수 없다.

송 교수는 "이런 환자들은 결국 하지인 다리 정맥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하지동맥의 경우 동맥경화성 협착이 흔하여 동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다. 특히나 여성의 경우 하지에 혈관접근로를 만드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그 방법을 고민하던 중 같은 연구실을 쓰고있는 흉부외과 교수와 상의하다 흉곽 내 홑정맥을 이용해 동정맥루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아이디어로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는 중심정맥이 손상받은 신부전 환자도 흉골 절제술 없이 옆구리를 절개해 인조혈관으로 상완동맥과 흉곽 내 홑정맥을 문합하는 상완동맥-홑정맥 경흉부 동정맥루(brachio-azygos arteriovenous graft:BATAVG)를 이용한 수술로 혈액투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송 교수는 "혈관접근로는 말기 신부전환자에게 생명선과 같다. 이를 잘 관리하지 않으면 혈관접근로에 여러 가지 합병증이 발생하고 결국 투석로의 소실로 새로운 동정맥루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다가 모든 혈관이 소실되면 더 이상 만들 곳이 없어져 투석을 못하는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혈관접근로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와 적절한 시술이 이뤄진다면 보다 오랜 기간 혈관의 사용이 가능하다.

송 교수는 "혈관접근로는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명이 천차만별이다. 혈액투석 환자들은 혈관접근로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 정상적인 혈관접근로는 손으로 혈관을 만졌을 때 시내물 흐르는듯한 흐름이 느껴지며 청진기로는 쉬익 쉬익 하는 잡음이 들린다. 이 진동과 잡음을 매일 확인하고 만약 진동이 심장 박동 소리처럼 느껴지거나 아예 진동과 잡음이 느껴지지 않으면 협착이 있거나 폐쇄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눈으로 봤을 때 혈관주위에 붉게 부풀어 오는 곳이 있거나 피딱지가 보이거나 압통이나 열감이 있으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셔서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혈관접근로가 있는 팔은 일상에서는 무리가 가는 행위는 자제하고 팔을 압박하는 행위를 삼가야 한다. 또한 혈관접근로가 있는 팔에 혈압측정, 채혈, 정맥주사 등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수술 중인 송단 교수. 사진=순천향대 서울병원

말기신부전 환자 위해 수술실 떠나는 외과의 잡아야…"현재로선 전공의 유인할 방법 없다"

오랜 기간 혈액투석 환자들을 위한 수술에 몰두해온 송 교수는 우리나라 만성신부전 환자들을 위한 정부 지원대책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는 만성신부전 환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국가 의료비 부담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환자에 대하여 건강권 보호, 안전한 치료환경 제공, 환자 인격 존중, 비용 부담 완화와 같은 국가적 배려와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가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투석치료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나아가 의료의 발전과 국민건강증진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안정적인 케어를 받기 위해서는 수술실을 떠나는 외과 의사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외과 기피는 결국 사회가 만든 기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수험생이 가장 가고 싶은 학교는 의대다. 학생들이 힘들게 공부해 의사가 되려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의사 면허를 취득하면 인턴, 전공의, 군대 이후 전임의라는 기본적인 루트를 따랐는데, 이제는 학기 중에 군대를 다녀와 졸업 후 의사 면허를 따면 바로 미용성형을 배우러 간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 학생들에게 외과를 선택하라고 유인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외과 의사 수입이 내과 의사보다 약 10배 정도 많아도 외과가 힘들어 기피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외과의사의 수입이 다른 과에 비해 오히려 더 적거나 비슷한데 누가 외과를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러한 현실에도 송단 교수가 수술실에 남아 있는 이유는 역시 수술을 통해 환자들이 회복하는 모습에서 오는 기쁨 때문이었다. 그는 오늘도 수술을 필요로하는 환자들을 위해 힘들지만 수술실을 지키고 있었다.

송 교수는 "많은 환자가 수술을 받고 좋아졌지만, 중심정맥 협착으로 오른쪽 팔이 코끼리 다리처럼 거대해져 진료실에 들어왔던 78세 할머니가 기억에 남는다. 경상남도 고령에서 먼 길을 오신 할머니에게 흉곽 내 홑정맥을 이용한 수술로 중심정맥 협착을 해결해 드렸는데, 수술 바로 다음 날부터 팔 부기가 빠지는 모습에 아이처럼 기뻐하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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