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한 상황에서 병원 지원은커녕 조사가 웬 말"...복지부 "미비한 병원 있는지 간단한 현황 파악"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료법 제61조에 의해 귀 의료기관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자 하오니 조사원의 관계서류 검사, 질문, 자료 제출 요구에 성실히 응해주시기 바랍니다.”(보건복지부 조사명령서)
보건복지부는 3일부터 4일까지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이 같은 내용의 조사명령서를 보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는 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이 투입됐다.
조사 내용은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코로나19 대응이다. 전국 응급의료기관이 감염 의심환자를 제대로 분리해 선별진료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응급실에서 의심환자가 일반환자와 섞이면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왔다.
복지부는 일단 응급실 입구에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등 의심환자에 대한 안내문을 부착했는지를 확인했다. 의심환자는 응급실 출입구를 달리하는지와 의심환자가 대기할 때 별도의 공간에서 대기하도록 하고 있는지도 파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복지부의 공문을 받고 조사에 응해야 하는 의료계는 반발했다. 가뜩이나 선별진료소 운영으로 일이 늘고 의심환자가 올까 긴장 상태인데, 정부가 이를 지원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일만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 선별진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의료인들이 감염될 우려가 있어서 제대로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복지부가 지원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조사에 응하라고 명령하니 황당하다”고 밝혔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탁상행정을 질책하고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하니, 직접 현장을 조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탁상행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응급의료과는 간단한 현황 파악을 위해 10분만에 끝나는 조사라고 해명했다.
복지부 응급의료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를 통해 “의료법상 공무원이 현장을 조사할 때는 조사확인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국 응급의료기관에 공문을 보냈다”라며 “조사는 간단한 현황 파악을 위한 것이고 10분 정도만 조사하면 된다. 조사 내용 자체도 한 페이지 이내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들이 응급실 감염관리를 대체적으로 잘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며 “만약 응급실에서 코로나19에 감염 환자가 나오면 다른 환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감염관리가 미비한 병원이 있다면 적절히 안내하거나 지원하는 방안을 찾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부 직원들은 다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있는 상황이고 지자체도 방역 업무에 바쁘다. 건보공단에 지사가 있어서 건보공단을 통해 조사를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번 현황 파악으로 보완점과 앞으로 의료기관 보상 지원책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병원들이 필요로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보상 지원까지 고려하고 있다. 추후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과 논의과정에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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