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문재인 케어 공식 발표 하루 전부터 의견 수렴
외과·소아과·이비인후과의사회 등은 반대 입장 표명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의사협회 보험위원회가 각 개원의와 학회에 소속된 보험 실무진과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핵심 쟁점인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의 사전 준비작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협은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협 내부 검토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급여의 급여화 논의는 문재인 케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박도 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내부로부터 치밀한 사전작업이라는 찬사를 받을지,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구상하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반발을 살지 주목된다.
의협 보험위원회, 문재인 케어 하루 전부터 의견 수렴
의협 보험위원장 임익강 보험이사는 25일 서울 중구 한 중식당에서 의협 보험위원회, 상대가치평가적정수가 기획단, 대한개원의협의회, 진료과별 의학회, 진료과별 개원의협의회 등 보험이사 34명을 한자리에 모아 ’보험이사 연석회의‘를 진행했다.
의협 보험위원회는 8월 8일 처음으로 각 단체에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관련 의견을 요청했다. 이는 정부의 문재인 케어가 발표되기 하루 전이다.
보험위원회는 8월 29일 예비급여 대상 3825개 항목(등재 비급여 3348개, 기준 비급여 477개)을 각 단체에 엑셀파일로 전송했다. 이어 9~11월에 걸쳐 진료과별로 급여화를 원하거나 비급여로 두길 원하는 항목, 비급여 항목에서 환자에게 받는 진료비인 관행수가 등의 자료를 요청했다. 보험위원회는 문재인 케어 시행을 막기 위해 의협 비대위가 공식 출범한 10월 21일 이후에도 관련 행보를 이어갔다. 11월 20일에는 각 단체에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에 대한 의견을 추가로 요청한 데 이어 이날 보험이사 연석회의에서 결과를 공개했다.
보험위원회에 전달된 각 단체의 의견은 비급여 251개(등재 비급여 189개, 기준비급여 42개, 기타 비급여 20개 등)으로 급여화 대상 비급여(3825개)의 15%였다.
비급여의 급여화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 내용이다. 문재인 케어는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3825개의 비급여를 급여화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2015년 기준 63.4%에서 70%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이다.
문재인 케어는 아니지만 문재인 케어 준비하자?
의협 임익강 보험이사(사진)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논의는 문재인 케어와 연관된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했다. 대신 복지부나 비대위가 문재인 케어와 관련해 급하게 내부 자료를 원할 때를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 이사는 “의협 보험위원회는 수년 전부터 4대 중증 질환 등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이야기를 해왔다”라며 “보험 실무진은 매년 급여화 우선 순위와 이에 따른 의학적인 근거를 미리 대비해왔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복지부가 비급여를 급여화할 때 수가를 관행수가 100%로 맞춰주려고 하지 않지만 그대로 해주도록 준비해야 한다”라며 “각 단체 의견을 보면 급여화를 원하는 항목이 많지만 수가를 낮게 책정해서 급여화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고, 수가를 충분히 준다면 찬성하는 항목이 많다”고 밝혔다.
임 이사는 “각 단체가 의협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해당 진료과 자체적으로 특정 비급여가 수익 수단이라면 별도의 자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비급여가 사라져서)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문재인 케어는 매년 해오던 보장성 강화의 일환이지만 정부가 8월 9일에 발표하면서 ‘전면’ 급여화라고 표현하고 ‘2022년까지 실행’이라는 한계선을 둬서 의료계의 분노가 들끓었다고 했다.
임 이사는 “초음파 하나를 급여화 하는데도 1년 6개월에서 2년이 걸렸다”라며 “의협 보험위원회는 매년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견 수렴을 했지만 정부가 ‘전면’이라고 표현해서 보험위원회에서도 ‘전면’ 자료 제출을 요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과·소아과·이비인후과 등은 문재인 케어 반대
이날 의협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33개 단체가 비급여의 급여화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다. 외과의사회, 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은 반대의사를 밝혔다. 대한외과의사회는 “(문재인 케어 시행 전에)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비(수가) 정상화를 먼저 해야 한다"라며 "의료행위료 중에서 외과계 행위료, 처치료 등의 현실화가 먼저다“라고 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저수가라는) 현재 의료체제 상황에서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정책에 반대한다”라고 했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적절한 보상기전 없이 급진적으로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의료이용량 증가 등)의료 현실 왜곡 가능성 때문에 반대한다”고 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도 “보장성 강화라는 기본 취지는 공감하지만 비급여 항목에 대한 현황 파악과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의료계와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밝혔다.
대한영상의학회는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는 2020년까지 급여화가 예정돼 있고 두 가지의 급여수가는 비급여 수가의 50~70%에 불과하다”라며 “모든 의료기관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두 가지의 수가 인상이 먼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등은 “급여 행위의 원가를 보상해야 급여화를 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현재 급여체계의 개선과 확대가 더 시급하다”라며 “수가를 책정할 때 원가를 충분히 보상하고, 책정한 수가를 인하하거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무차별적인 진료비 심사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급여화를 원하는 항목이나 비급여로 남기를 원하는 항목을 제출한 단체도 여럿 있었다.
현재까지 의견을 제출한 시도의사회는 경기도의사회 1곳이었다. 개원의협의회는 대한개원내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외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재활의학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등 11곳이 의견을 냈다.
연석회의에 참여한 보험이사들은 "이 자료가 정부에 넘어가면 의협이 문재인 케어에 대한 협상을 원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뇨기과의사회 조정호 보험이사는 “해당 진료과는 특정 비급목만 급여화가 필요하다거나 또는 특정 항목만 빼도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저수가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급여화 의견만 취합한다면 10년, 20년이 지난 뒤에 보험 실무진이 원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과의사회 이세라 보험이사는 “비급여의 급여화는 건강보험 재정을 충분히 쓴다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라며 “정부는 의사들이 파업을 해도 정책을 강행할 수 있지만 의료계는 (급여화 정책 방향에 대한)근본적인 생각이 벗어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급여의 급여화는 문재인 케어의 핵심 내용인데 문재인 케어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라며 “정제되지 않은 자료를 공개하면 논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 이사는 이 안건은 문재인 케어와는 관계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 이사는 “복지부 역시 이 자리에 올 뻔 했지만 오지 못하게 막았다”라며 “복지부는 자료를 줘도 비급여 항목의 상세코드와 관행수가가 없이는 논의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이 자료로 정부와의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며 협상 카드도 의협 비대위가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협 보험위원회는 상대가치평가적정수가 기획단에 각 개원의협의회 소속 위원 20명을 참여하기로 했다. 12월 중순 발표되는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안)도 사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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