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12.19 07:37최종 업데이트 24.12.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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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만난 뇌동맥류 AI 진단보조, 의사의 진단 효율성을 높여준다

[인터뷰] 김정재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진단보조 넘어 치료 결정 AI도 기대...근본적으론 의료대란 해결부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정재 교수는 "AI가 임상에서 근거를 토대로 활용될 수 있다면 의사의 진료시간을 줄여주는 이점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정재 교수는 근래에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할 때 한 번씩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뇌혈관 질환이나 뇌동맥류 질환이 의심돼서 세브란스병원에 의뢰된 초진 환자들은 보통 진료의뢰서와 진료소견서, MRI(자기공명영상)검사 영상 등을 가져온다.
 
이때 초진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입장에서 MRI 영상과 판독지를 보면 병원별로 천차만별이다. MRI 영상 품질은 둘째 치고 초진 환자가 지참한 의뢰서에는 뇌동맥류 의심으로 기재돼 있고 실제 위치는 기술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AI 진단보조로 판독지에 함께 나오는 딥노이드의 DEEP:NEURO(딥뉴로)는 뇌동맥류가 의심된 환자의 MRI영상에서 의심소견에 따른 병변 위치를 지표로 알려주고 있다.
 
김 교수는 “한정된 시간 내에 추가 검사 필요성, 치료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진료실 내에서 진단부터 해야 한다. 아무런 단서 없이 진료실 내에서 환자가 지참한 MRI 상에서 병변을 찾아보면서 진료를 시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며 “뇌동맥류 의증으로 찾아온 환자들이 사실은 뇌동맥류가 아닐 때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3년 전 이대서울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인공지능 고도화와 전향적 연구과제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당시 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과 함께 AI진단보조를 공동으로 연구했는데, 그때만 해도 연구 단계여서 진료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적용하기에는 진단의 특이도가 떨어졌다. 현재는 솔루션의 고도화를 이뤄 임상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정도로 특이도가 개선됐다. 

AI 진단보조가 동반된 판독지, 의사와 환자에게 결국 이득

김 교수는 “최근 내원하는 초진 환자들 중 일부는 결과지 외에 AI 기반의 진단보조 프로그램의 결과를 함께 지참하는 이들이 있어 추가적인 검사 필요 여부 판단이나 치료 여부 결정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임상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로서 AI 진단보조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특정 회사에 이해관계가 있거나 편견이 있는 것은 아니고 AI를 직접 개발하거나 연구하는 의사도 아니다”라며 “다만 임상현장에서 AI의 제품의 결과를 보면서 앞으로는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AI솔루션을 경험해보고자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진단보조 AI가 임상에서 근거를 토대로 활용될 수 있다면 의사의 진료시간을 줄여주는 이점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DEEP:NEURO(딥뉴로)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부족한 2차 병원을 중심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기준 전국 30개 병원에 깔린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권 대학병원들도 이제 도입을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전공의가 없는 현 의정갈등 상황에서 영상의학과 판독을 통한 확진을 기대하기 힘들며, 진료실 내에서 확진이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진단보도 AI는 진단과정에 도움이 되고, 이를 토대로 전반적인 진료를 좀더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만약 영상 자체가 없거나 다시 촬영해야 한다면 병원 내 영상의학과를 통해 별도 검사 의뢰를 하는데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환자가 별도로 병원에 와야 하고 진단에도 시간이 그만큼 소요된다”라며 “진단보조AI를 통해 의사와 환자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진단보조 외에 치료결정까지 하는 AI로 진화할 것 기대
 

김 교수는 앞으로 AI가 진단보조에서 치료 결정을 보조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뇌혈관 질환 진단보조AI의 경우 신경외과와 신경과, 영상의학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의사 입장에서 판독결과에 대한 단서를 미리 알고 보는 것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시간이 많이 들고 집중력도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뇌동맥류 수술 여부를 결정하려면 MRI 검사 외에 뇌혈관 조영술을 하나 더 해야 한다. 뇌동맥류는 RCT(무작위대조군연구)가 별로 없어서 근거가 높은 수준은 없지만 뇌동맥류 수술 위험도를 진단하는 PHASES 위험 점수표에서에서 위험도가 높으면 수술 또는 시술을 하게 되기 때문에 이 근거를 붙인다면 AI가 진료실에서 더욱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어 “여기에 생성형AI를 접목해 뇌동맥류의 파열 위험인자를 찾아내고 파열 예측을 위한 점수도 매기고(scoring) 수술이나 시술 상황을 정리해준다면 앞으로 AI가 치료 관점으로 더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덧붙였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은 전공의 없는 전문의 병원으로 가고 있다. 다만 늘어난 야간 당직 등 임상에 좀더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연구를 하기 어려운 환경은 안타까운 부분이다.
 
김 교수는 “한달에 6,7번 정도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 다음날 그대로 시술과 수술을 하면 피곤할 때가 많다. 최상의 결과를 내려면 최상의 컨디션으로 환자에게 수술이나 시술을 해야 하는데 의사의 컨디션은 지켜지기 힘든 상황이다”라며 “뇌혈관 신경외과가 상급종합병원 전환 사업의 지원의 주요 대상이 됐다고는 하나, 후배 의사들에게 신경외과에 대한 비전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김 교수는 끝으로 “의사 입장에서 의정갈등으로 인해 의사-환자 신뢰관계가 무너지다 보니 임상에선 진단보조 AI 이용에 대한 관심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현재 의료대란부터 해결할 수 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솔 기자 (sim@medigatenews.com)의료계 주요 이슈 제보/문의는 카톡 sol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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