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사총연합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사법부는 더 이상 의사들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묻지 말라"고 밝혔다.
전의총은, "2013년 8월9일 새벽 2시 안면 구타로 인한 출혈을 이유로 술 취한 환자가 내원했다. 당시 환자는 난동을 피우며 의료진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고 의사들은 뇌출혈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진정제를 투여한 후 뇌 CT 촬영을 했다. 그러나 환자는 뇌 CT 촬영 도중 구토를 했고 결국 토사물에 의한 흡인성 기도 폐색으로 인해 심정지가 발생했다. 사지 마비를 동반한 뇌병변 장애 상태가 됐다. 사법부는 이에 대해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고 수억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2014년 5월6일 새벽 술에 취한 환자가 코피를 흘리며 또 다른 응급실을 찾았다. 환자는 응급실에서 구토하고 소변기에 대변을 보는 등의 행동을 했다. 의료진의 지시에 따르지 않아 보호자에게 술이 깬 후에 다시 내원할 것을 권유하고 돌려보냈다. 이후 환자는 내원하지 않았고 집안에서 뇌출혈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이에 대해 사법부는 응급실 진료 의사에게 금고 8개월의 실형을 판결했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이제 의사들은 술에 취한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면 어찌해야 하는가? 어떤 의사가 검사도 없이 뇌출혈이 있는지 없는지 확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는 사법부가 답을 해야 할 차례다. 환자에게 진정제를 투여해서 검사해도 의사의 과실이고 환자를 돌려보내고 술이 깬 후 내원하라고 하는 것도 의사의 과실이라고 한다면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차라리 응급실을 모두 폐쇄하는 것이 의사들이 죄를 짓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인 것인가? 아니면 술에 취해 내원하는 모든 환자는 전신마취 후 기도삽관을 통해 기도를 확보하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뇌출혈이나 장기손상을 진단하기 위해 뇌 CT 및 흉복부 CT를 검사해야 하는가"라고 밝혔다.
전의총은 "최근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지속해서 의사들에게 과도한 형사처벌을 판결하고 있다. 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모든 의사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우리 의사들은 더 이상 억울함을 참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은 "첫째 사법부는 당장 응급실에 내원한 술 취한 환자에 대한 진료 지침을 작성하라.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을 무시하고 강제로 전신마취를 시키고 기도삽관으로 기도를 확보해 전신 검사를 해야 하는 것 말고는 전혀 다른 답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환자가 진료를 거부하고 어떤 행패를 부려도 돌려보내지 못하고 폭행에 노출된 채로 힘들게 응급실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이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그것뿐인지 사법부가 최선의 답을 주기 바란다"고 했다.
전의총은 "둘째 심사평가원은 더 이상 의료진의 진료에 일방적인 심사 삭감을 자행하지 말라. 심사평가원의 심사지침은 지극히 일방적으로 건강보험료의 지출을 억제하는 쪽으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하는 것은 바로 의사와 환자일 뿐이다. 심사평가원의 지침에 따른 진료를 했음에도 환자가 피해를 보게 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의사에게만 돌아가는 게 현실이다. 심사평가원은 이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도 않으면서 과도한 삭감만을 강요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의사들에게 그런 일방적인 심사 규정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셋째 그럼에도 계속해서 심사평가원이 의료진의 진료에 심사를 지속하려 한다면 이후 심사 규정을 준수했음에도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모두 심사평가원이 그 책임을 져야 한다. 무릇 모든 책임은 최종 결정권자가 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의료현장의 최종 결정권자는 의사도 병원장도 아닌 심사평가원의 심사 규정인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심사평가원은 의사들이 심사 규정을 준수해 발생하는 모든 환자의 피해에 대해 민사적, 형사적으로 100%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의총은 "넷째 의료분쟁조정위원 회를 즉각 폐쇄하라. 의료분쟁조정위원회는 처음 의료인들에게 과도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을 방어해주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설립됐고 마치 자신들이 의사들에게 민형사적 피해를 줄여줄 수 있을 것처럼 감언이설로 꼬드겨 전국의 의사들에게 의료분쟁 조정분담금이라는 이름으로 수십만 원의 돈을 강제 징수했다. 그럼에도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처벌은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는 실정이고 의료인을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는 의료분쟁 조정위원회는 이제 그 존재 자체가 불필요한 형국이다. 따라서 우리 의사들은 당장 의료분쟁 조정위원회를 즉각 폐쇄하고 그동안 강제로 의사들에게 징수했던 의료분쟁 조정분담금을 다시 돌려 달라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전의총은 "이제 의사들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며 이미 필수 의료 영역은 무너져버렸다. 이를 막기 위해 의사들은 필사적으로 노력했으나 이제 의사들의 힘만으로는 더 이상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이제 의사들은 어떠한 불명예를 감수하더라도 필사의 의지로 이를 막기 위해 단체 행동마저 불사할 것임을 대한민국 행정부와 사법부에 밝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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