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집회 참석률과 휴진율에 처참한 기분...의사가 노예처럼 부려지는 세상에 살고 싶지 않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서신 전문] 선배님들, 응답해주세요.
존경하는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지난 두 차례의 단체행동을 지지해 주시고, 후원해 주시며, 같은 목소리를 내주신 선배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저희 젊은 의사들은 잘못된 의료정책과 방향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서로 하나 되어 힘을 합칠 때, 그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꼈습니다.
바꾸고 싶습니다.
의사가 아무 데나 쓰이고 버려지는 ‘공공재’ 취급당하는 현실을 제 후배들에겐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배운 대로 소신 있게 국민을 위해 진료할 수 있는 현실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멀고 아득하기만 합니다.
우리도 두렵습니다.
거대한 정부가 내릴 수 있는 협박과 형벌이 어마 무시하다는 것을, 저희 젊은 의사들 또한 모두 알고 있습니다. 거대한 정부의 총칼이 눈앞에 목도해 올 땐 그저 눈을 질끈 감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피어나지도 않은 어린 의대생들이, 한창 자라나야 할 젊은 후배들이, 본인들의 미래를 온전히 걸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은 부끄러운 선배가 되지 않으려 합니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의대생 후배들을 더 이상은 못 본 척하지 않겠습니다.
모른 척하지 말아 주세요.
선배님, 지난 14일 집회의 참석률과 휴진율을 전해 듣고 저희는 너무 비참하고 처참하였습니다. 여의대로의 반 이상을 새파란 어린 의사들이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토록 실망스러운 소식에 저희 후배들의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참담함에 고개를 떨궜습니다.
거칠게 변해 버린 어린 후배들의 쉰 목소리가 들어주세요. 끝도 없이 컴컴한 동굴 같던 의료계에 한 줄기 희망이 보이는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의 순간입니다. 선배님들께서 함께해주시지 않으면 모두 영원히 어둠 속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자존감도, 사명감도 잃은 채, 의사가 노예처럼 부려지는 컴컴한 세상 속에서 살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어렵게 내딛은 이 길 위에 제발 함께해주십시오. 저물어 가는 의료계 역사 앞에 떳떳할 수 있도록, 앞으로 나서 주십시오. 이번만큼은 서로 조금씩 다른 입장과 주장은 잠시 내려놓고, 그저 옆에 계신 동료분들과 함께 손을 잡고 일어나 주십시오. 다 같이 힘을 모아 전진할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밀어주고 끌어주십시오.
선배님들, 이제 응답해주십시오.
저희 후배들에게 암울한 미래 대신 의료계가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보여주십시오. 차가운 무관심을 거두고, 무책임한 방관을 멈추고, 이제는 한발짝 더 내딛는 용기를 보여주십시오. 앞으로 마주칠 더 큰 파도들을 무사히 넘어가도록, 저희에게 더 큰 용기와 힘을 보태 주십시오.
용기 내어 참여해주십시오. 정의를 보여주십시오. 그리하여 더 밝고 넒은 세상이 있음을 증명해 주십시오.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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