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김태형 칼럼니스트] 2002년부터 2003년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및 2009년 인플루엔자 발발 이후로도 전염병은 계속해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2014년 초 치명적인 출혈열이 기니 숲 전역에 퍼졌지만 몇 달 동안 진단되지 않았다가 이 바이러스가 에볼라로 보고 될 즈음에는 이미 바이러스가 근방 3개 국가로 퍼져 끝내 1만 1000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2015년에는 브라질의 소두증 사례가 증가했고 이는 뎅기열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의심이 됐고 1년 후 실제로 지카 바이러스가 2013년 말부터 병원균 감시 시스템에 전혀 감지가 안된 채 전파 되어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휩쓸고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분석해 알게 되기도 했다.
이러한 강력한 병원균으로 인한 전염병 발병 사태로 인해 지속적인 감시와 신속한 진단을 통한 전염병의 실시간 추적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특히 이러한 신종 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은 일반적으로 배양이 잘 되지 않고 접근성이 힘든 곳에서 자주 발생해 신속한 진단을 위해 현장 임상 적용이 가능한 휴대용 진단 플랫폼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그래서 국제 보건당국은 소형 진단 기기를 만들어 어느 곳에나 배치해 병원균 발병 시 신속하게 대응 하기 위해 소형화된 유전체 기반 시스템을 고려 중에 있다.
이에 휴대 가능한 병원균 게놈 진단은 평상시 인체, 동물 및 환경 유래 미생물들을 몇 시간 내에 분석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병원균 발병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 적용될 기술은 소형화된 NGS(차세대 유전체 해독) 플랫폼으로써 개념 증명(proof-of-concept) 단계를 넘어 임상에 적용되는 단계까지 왔으며 현장에서 특정 미생물을 배양하거나 전처리 과정없이 휴대용 NGS 시퀀싱 플랫폼을 사용해 현장의 검체로부터 바로 직접 시퀀싱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실험실 공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운영할 수 있는 이 시퀀서는 단 몇시간 안에 분석이 가능한 빠른 TAT(검체결과 보고 시간, Turn-Around Time)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NGS 기술을 이용한 시퀀싱 비용이 극적으로 계속 낮아지고 있어 병원균 진단 기술은 '단일 병원균 마커→다중 병원균 패널→16s 유전자 패널→메타게놈' 형태로 발전하고 있고 현재는 루틴 하게 수십 또는 수백 종의 여러 다른 병원균의 게놈을 한번에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패혈증, 폐렴, 요로감염, 안구 감염과 같은 분야에 적용한 사례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이 시퀀싱 방법의 특성상 병원균 독성 유무 및 약물 내성을 예측하거나 진균과 세균이 동시에 감염되는 복합 감염을 추적하거나 병원균 발병의 기원을 끝까지 찾아 올라가 계통분석학적 분석 방법을 통해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 가장 적합한 시퀀서로는 2014년에 출시한 옥스포드 나노포어 테크놀로지(Oxford Nanopore Technologies)사의 게놈 해독 장비인 민아이온(MinION)으로 보인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사이즈로 노트북과 USB 케이블로 연결돼 제어되고 전원이 공급될 수 있어 현장의 실험대에서 바로 사용 가능하다. 장비 및 시퀀싱 키트와 시약을 모두 포함해 약 100만 원 이하에 구매해 사용 가능하며, 이미 에볼라 바이러스 및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현장 지역뿐 아니라 이 장비를 이용해 깊은 광산지역, 무중력 우주선 및 우주 정거장에서도 작동되는 것이 확인됐다.
2017년 3월에는 민아이온을 이용해 결핵균(Mycobacterium tuberculosis,TB)의 DNA 추출부터 바이오인포메틱스 분석까지 최소 7.5시간 만에 모두 가능했다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한 2017년 8월에는 민아이온으로 조산 아기(preterm infant)들의 장내세균 감염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임상 현장에서 조산으로 태어난 아기들이 어떤 병원균에 노출됐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병원균을 스크리닝한 사례가 발표하기도 했는데 흥미로운 것은 시퀀싱이 완료되는 시점에서 분석이 진행되는 것이 아닌 시퀀싱이 진행되는 동안 동시에 분석(데이터베이스 검색)이 진행돼 최소 1시간 안에도 아기에게는 치명적일수 있는 취약한 병원균 및 항생제 내성균 감염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2018년 1월, JPM18(J.P. Morgan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일루미나 CEO인 프란시스 데소자(Francis deSouza)가 PCR 장비 사이즈의 초소형 NGS 시퀀서인 'iSeq100'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시퀀서는 약 2000만 원으로 최소 10시간 안에 미생물 및 병원균을 분석할 수 있다고 하며, 옥스포드나노포어의 민아이온과 함께 실시간 병원균 감시 시스템 시장에서 각축전을 벌일 예정이다.
현존하는 인간의 질병의 90%는 미생물과 관련돼 있고 인류는 상하수도와 페니실린(항생제) 같은 획기적인 기술로 병원균을 억제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평균 30세였던 인간 수명은 60세 이상으로 극적으로 올라가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앞으로는 이 소형 유전체 해독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병원균을 병원에서 혹은 병원 밖 야외 및 각자의 가정에서 자가 진단을 통해 병원균의 조기 감염 여부 및 대규모 발병 가능성을 실시간으로 감시 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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