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전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이미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된 응급의료체계를 지금이라도 '젊은 의사들이 하고 싶어하는 응급의료 생태계'로 바꿔야 한다며 21대 대선 정책제안서를 공개했다.
이 안에는 전 정부가 개선하고자 했던 '응급실 뺑뺑이' 해소를 위해 경증환자 급성기클리닉 신설, 119유료화 등의 내용과 함께 응급의료진의 가장 큰 어려움인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응급의료 행위 형사면책 법제화 등이 담겼다.
29일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이 같은 내용의 21대 대선 정책제안서를 공개했다.
의사회는 "응급의료체계의 구조적 위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됐고, 지난 정부의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됐다"며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간안에 현장의 기피 요인을 해소 완화하고 제도적 불합리한 모순을 정비해 ‘젊은 의사들이 하고 싶어 하는 새로운 응급의료 생태계’를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
응급의료체계 붕괴 원인인 높은 업무강도와 부족한 보상, 과도한 법적 리스크, 지역의료 인프라 부족과 최종 치료 인프라의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숙련된 응급의학전문의의 응급실 현장을 이탈과 젊은 의사들의 지원 기피로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는 축소 사멸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의사회는 ▲응급의료체계 개선안 ▲법적지위, 처우환경 개선안 ▲응급의료 인프라 개선 및 역할강화를 위한 개선안 등 3개 과제 10대 대선정책을 제안했다.
먼저 ▲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의사회는 △응급의료 컨트롤타워 설립: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중앙응급의료청으로 격상해 독립적 기능과 권한 강화, 전문적 리더십 확립 △지역별 응급환자 전달체계 재정립: 중증도기준 명확화 및 경증환자 급성기클리닉(UCC) 신설 △전원조정 시스템 재정비 및 수용병원에 대한 지원 강화 방안 마련 △119유료화 및 병원 간 환자전원체계 재정비 등을 요청했다.
특히 의사회는 119가 이송하는 환자를 받아주는 응급실이 없어서 병원 전 이송이 지연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19 유료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다수의 경증 환자가 119를 이용하며 이를 거절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며 중증 환자 출동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또 병원 간 전원의 경우 이송업체가 담당하며 유료로 운영되지만, 질 관리가 쉽지 않고, 환자 전원시의 시간지체가 발생하며 비용 부담이 있어 응급환자와의 갈등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의사회는 “119이송 시, 중증응급환자는 국가부담, 경증환자는 본인부담금을 납부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경증 구급이송에 부과된 이용료 수입은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병원까지 재이송(이송비용 및 최종치료기관 연계) 비용으로 활용한다. 또 119이송에 대한 보험수가를 신설하고 이용 시 이송비용 부과하며, 비응급환자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명확히 하고, 병원 간 전원을 119가 담당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음으로
▲법적지위, 처우환경 개선을 위해 의사회는 △응급의료진에 의료사고 안전망 제공: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책임제 확대 및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형사면책 법제화 △필수의료진들에 대한 공정 보상체계 확립: 응급의료 수당 인상 및 교대근무 표준화, 야간 근무인력 추가 배치 등 구체적 처우개선 방안 도입 △안전한 진료환경 보장: 응급실폭력 방지를 위한 가해자 처벌강화 및 보안요원 상시배치 의무화 등을 요청했다.
의사회는 무엇보다 “응급처치의 적절성과 무관하게 좋지 않은 결과에 따라 의료진에게 배상과 책임을 묻는 판결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법적 위험성을 우려해 수용거절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도 미국의 EMTALA와 같은 한국형 응급환자진료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충족할 경우 법적 면책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책임제 확대 시행하고, 응급진료에 대한 형사면책 및 국가 책임보험을 전면시행하고, 응급의료 관련 판결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일관성 있고 합리적인 법적 기준 수립을 위한 개선 방향을 제시 및 권고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
응급의료 인프라 개선 및 역할강화를 위해서는 △취약, 필수분야 지원책 마련: 분만, 소아 등 취약분야에 대한 예산지원확대 △취약지 의료진 수급과 지방의료 인프라 개선을 위한 적극적 대책마련: 워킹그룹 인력풀을 활용한 순환근무제 도입 및 지역특화 응급의료 인프라 확대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최종치료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 전담 병상 확보 및 대기 의료진 인센티브 지원 등 실질적 지원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젊은 의사들의 전공 쏠림 현상이 심화되며 특정 분야의 전문의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어 이는 결국 응급의료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며 “원래 쉽지 않았던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포함해 현재는 정신과,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으로 취약한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고 현실을 전했다.
무엇보다 현재는 응급환자의 배후진료도 응급실과 마찬가지로 환자가 없어도 대기하지 않으면 정작 환자 발생 시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에 의사회는 “경제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지역의 공공의료원들의 책임과 의무를 확대하고, 의료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증원과 지역별 특성을 감안한 취약지 응급의료 수가가산 및 취약분야 의료시스템 구성과 유지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전국 99개 응급의료 취약지의 경우에는 응급의학전문의가 아닌 타과전문의, 일반의가 응실을 지키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 워킹그룹(Working Group) 등 인력풀을 활용한 순환근무제 도입 및 현재의 경직된 전담취업 형태를 프리랜서, 로컴 테넨스(Locom Tenens)같은 유연한 근무형태 도입을 제안했다.
의사회는 이번 정책제안에 대해 "장기적인 응급의료체계 개선의 과정에서 현장의 전문가들과 함께 충분히 논의되고 검토돼 실질적 정책과 입법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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