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15 07:08최종 업데이트 22.06.15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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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삭센다' 국산 비만치료제 탄생할까...대웅·한미·대원·광동 등 R&D 확대

비만치료제 시장 2021년 1436억원 전년대비 0.4% 증가...삭센다 1위 속 국내사들 파이프라인 확장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국내 삭센다 열풍에 힘입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비만치료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비만 인구 증가에 따라 효과적인 체중 감소와 안전성을 모두 지닌 비만치료제 R&D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의 2021 비만팩트시트(Obesity Fact Sheet)에 따르면 국내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비만 인구가 점차 증가해 성인의 약 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은 잘 알려진 대로 많은 대사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BMI의 증가에 비례해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비만학회에서는 행동치료, 식사치료, 운동치료는 물론 필요시 약물과 수술 등을 권고하고 있다.

약물치료의 경우 치료 전 비만의 원인을 평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차성 비만 또는 약물이나 정신 사회적 문제에 의한 비만 여부를 판단하고 동반 질환도 함께 평가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는 약제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의하면 지난 한 해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은 약 1436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0.4% 증가했다. 특히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의 지난해 처방액은 362억원으로, 전년보다 1.7% 감소했으나 1위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리서치 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 역시 2021년 32억 달러(약 4조470억원)에서 2026년 46억 달러(5조82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대형제약사는 물론 바이오텍들도 '제2의삭센다' 출시를 노리고 비만 치료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표 = 비만 치료 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바이오기업(각 회사별 공시 메디게이트뉴스 재구성).

당뇨병치료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Enavogliflozin) 출시를 앞둔 대웅제약은 SGLT2 억제제(SGLT2 inhibitor)인 이나보글리플로진에 식욕억제제(Appetite suppressant) 성분을 더한 비만치료 신약 DWP306001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이나보글리플로진은 대웅제약이 개발 중인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로, 콩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에 관여하는 SGLT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억제함으로써 포도당을 직접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기전이다.

여기에 더하는 식욕억제 성분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밝히지 않았으나, 대웅 측이 경쟁 제품으로 삭센다, 큐시미아, 디에타민, 휴터민 등을 거론하고 있는 만큼 팬터민 성분을 조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대웅제약은 "기전상 체중 감소와 안전성을 조합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안에 임상2상을 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도 삭센다 개발과정과 비슷한 원리로 혈당조절 신약으로 개발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치료제로도 개발 중이다.

당뇨병 치료 신약 후보물질로 개발 중인 GLP-1 기전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바이오 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리는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해 주 1회 투여할 수 있는 바이오신약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혈당조절 외에 체중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실제 사노피가 반환하기 전 진행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3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혈당과 혈압 조절, 체중 감소 효능과 안전성은 물론 위약 투여군 대비 주요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은 27%, 신장질환 발생률은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point MACE(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를 감소시키는 점도 입증했다.

한미가 개발 중인 비만 신약은 에페글레나타이드에 ​HM15136(LAPS-Glucagon Analog)를 결합한 것으로, 비임상시험 단계다. HM15136는 선천성 고인슐린증을 적응증으로 한미가 개발 중인 바이오신약이며 현재 2상이 진행되고 있다.

LG화학(엘지화학)은 MC4R 작용 기전으로 포만감 신호에 의해 식욕을 억제하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LB54640를 오는 2026년 판매 허가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LB54640은 G단백 결합 수용체 일종인 MC4R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기전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로, MC4R 작용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배고픔이 지속되는 과식증으로 인해 비만이 심화돼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이는 지난 2020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유전성 비만 치료제로 희귀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을 받았다.

해당 제도는 환자 수가 적어 시장성이 크지 않은 난치병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치료제 개발을 적극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임상시험 보조금 지급, 세금 감면, 판매허가 심사비용 면제, 시장독점권 등의 혜택은 물론, 판매허가 후 미국시장 독점권으로 동일계열 후속약물의 진입을 7년간 방어할 수 있다.

엘지화학은 현재 미국에서 임상1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유전성 희귀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2상과 3상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동아ST(동아에스티)는 최근 열린 제82회 미국 당뇨병학회(ADA, 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에 참가, 비만치료 신약 후보물질 DA-1726 비임상 연구 성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동아에스티는 DA-1726의 체중 감소와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DA-1726은 옥신토모듈린 유사체(Oxyntomodulin analogue) 계열의 비만·당뇨병 신약 후보물질로,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며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이번 비임상 연구 발표에 따르면, 비만 동물 모델에서 GLP-1 유사체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대비 우수한 체중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지표들이 개선됐다. 

고혈당을 동반한 비만 동물 모델에서 세마글루타이드와 비교했을 때 체중 감소, 동등 이상의 유의적이고 우수한 당화혈색소(HbA1c) 개선 효과 등이 나타났다. 

두 수용체에 대한 균형 잡힌 활성을 통해 옥신토모듈린 계열 약물이 가진 혈당 상승에 대한 우려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공복상태의 정상 마우스에서 저혈당, 고혈당 등에 대한 이슈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DA-1726은 신규한 지속성 펩타이드로 GLP-1, 글루카곤 수용체에 대해 균형 잡힌 활성을 가지고 있어 체중과 혈당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비임상연구를 통해 비만, 제2형 당뇨병 외에도 NASH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 연례 학술대회에 참석, 연례 학술대회 포스터 세션에서 지속형 비만치료제 YH34160의 전임상 효능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1상 진입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YH34160은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 중인 지속형 비만치료제 후보물질로, 새로운 식욕 억제 기전을 가진 GDF15 단백질의 지속형 변이체 약물이다. 주로 뇌에 존재하는 GDF15 수용체에 특이적으로 결합해 식욕을 억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비임상 결과에 따르면 단백질 엔지니어링을 통한 생리 활성 개선 물질로 대조물질보다 활성이 우수했으며, 마우스,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약물 동태 시험에서는 긴 반감기를 보이고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돼 사람에서 주 1회 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두 가지 비만 마우스 모델을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는 GLP-1 계열 대조물질 대비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와 지질 수치 개선 효과를 보였다.

대원제약은 오픈이노베이션 형태로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중순께 대원제약은 글라세움과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HSG4112의 라이선스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HSG4112는 비만을 비롯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고지혈증, 고혈압 등 심혈관 질환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해 글라세움이 개발 중인 비마약성 물질로, 현재 국내 임상 2상 시험이 시작돼 투약이 진행되고 있다.

HSG4112는 세포 내에서 PON2 단백질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개선함으로써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산화적 스트레스와 염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우리 몸의 내부 환경을 만성 염증 상태에서 정상 상태로 회복시킴에 따라 미토콘드리아로 하여금 지방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기초대사량을 높임으로써 비만은 물론 각종 대사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계약으로 대원제약은 글라세움으로부터 HSG4112에 대한 사용권을 확보하고 신약의 개발, 허가, 발매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광동제약은 비만치료를 위한 마이크로니들패치 개발을 위해 쿼드메디슨과 협업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통해 광동제약은 해당 제제의 공동개발 추진과 함께 사업화 독점권에 대한 우선 선택권을 부여 받는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1/3 두께의 미세 바늘이 도포된 패치를 피부에 부착, 유효 약물성분을 체내로 흡수시키는 방식의 차세대 약물전달기술(DDS, Drug Delivery System)이다. 

이와 함께 KD101도 개발 중이다. KD101은 연필향나무 유래 단일성분의 비만 치료 천연물신약 후보물질로, 식욕억제 기전 제제와는 달리 지방분화를 억제하고 열대사를 촉진하며 비만세포의 염증반응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멀티 타겟 기전의 치료제다.

이는 복용 시 체내로 흡수돼 지방조직으로 이동, 지방세포의 분화를 억제하고 지방대사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를 통해 지방의 축적을 저해함으로써 체중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혈중 지질의 개선 및 간지질 개선효능이 확인됐다.

KD101의 임상2상시험은 지난 2020년에 종료됐으며 임상 2b상 프로토콜(설계), 적응증 확대를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비만 영역을 치료제에서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확장하기 위한 협업에도 나서고 있다. 일환으로 지난해 부산대학교·경상국립대학교 산학협력단과 신소재 개별인정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해당 신소재는 기존에 개발되지 않은 신규품종에서 추출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동물실험 결과 다른 항비만 기능성 원료 대비 낮은 농도에서도 체지방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휴메딕스는 에이치엘비제약과 GLP-1 수용체 작용 기전의 비만치료용 장기 약효 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비만 치료 약물 중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가 혈당 관리 지속성이 떨어지고 1일 1회 투여만이 가능하다는 단점에 착안, 약리 기전과 혈당 관리 지속력을 높인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휴메딕스 김진환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비만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자 질병으로, 안전하고 지속적으로 뛰어난 효과를 나타내는 약물 개발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양사의 기술과 전문성, 생산력을 결합한다면 전세계 비만 당뇨 치료제 시장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약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전문 바이오기업인 지아이바이옴도 라이센스인 균주를 활용해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GB101, GB102-104 등 R&D 파이프라인을 확보했으며 비임상시험을 통해 치료효과를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펩타이드를 활용해 신약을 개발 중인 펩트론 역시 당뇨병과 비만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 중이다. 매일 서너번 복용을 해야 하는 불편함과 수고로움을 탈피하고자 펩트론만의 혁신 플랫폼인 스마트데포 약효지속성 기술을 고안했고, 이를 토대로 GLP-1의 1개월간 치료효과가 지속되는 비만 신약(PT400)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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