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불참한 박단 위원장 2025년 재논의 입장 고수...2000명 근거 빈약·현실적 실현 부족 등 문제점은 부각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료계 위기상황 국회청문회가 지난 달 26일 마무리됐다. 청문회에선 이번 의료대란 사태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 넘어서까지 장장 13시간이 넘는 시간까지 소위 '마라톤'이 이어졌다.
그러나 의정갈등이 반년 이상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6월 국회 청문회가 의료계와 정부의 입장차이를 조율할 수 있는 '건설적인' 자리가 됐으면 했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바람이 어느 정도 반영이 됐을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많다.
박단 위원장은 청문회에 왜 불참했나
2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우선 최대 관심사였던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박 위원장이 출석 여부 등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불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 입장에선 청문회에 참석해 입장을 상세히 표명하는 것 보다 불확실한 리스크를 미연에 방지하는 쪽을 선택한 셈이다.
현재 정부를 비롯한 여·야당 모두 전공의 복귀가 시급한 과제로 꼽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박단 위원장이 청문회에 참석했을 경우 나올 수 있는 여러 질의들은 결국 전공의 복귀를 전제로 한 것일 확률이 높다. 특히 질의들로 인해 병원 부담 가중과 환자 피해, 의정갈등 가속화 등 문제로 귀결되면 오히려 '전공의의 빠른 복귀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가속화할 수 있다.
여기에 박단 위원장과 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의 SNS 설전, 내부 갈등 등 문제 역시 재조명 받을 가능성이 많다. 후폭풍을 예상할 수 없는 리스크 중 하나다.
청문회에 나가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현 사태에 대한 전공의 입장 표명 정도인데 반해, 청문회 출석에 따른 역효과가 더 크다는 판단에 따라 박 위원장은 청문회에 '묵비권'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전공의 관계자는 "이미 현 사태에 대한 전공의 입장과 문제제기 등은 박단 위원장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차례 공론화됐다"며 "박 위원장이 청문회에 나가서 얻을 수 있는 이득 보다 공격 당할 여지가 더 크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기 성과 이뤘나…현장 목소리도 부각
청문회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일부 소기의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밝힌 2000명 증원의 근거라고 했던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건사회연구원, 홍윤철 교수 보고서 안에 2000명이라는 근거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을 복지부 조규홍 장관 스스로 인정하도록 유도했기 때문이다.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도 "청문회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가 의료계와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게 만천하에 공개됐다"면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도 과학적 근거가 없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야당 관계자는 "2000명 증원이 애초부터 과학적 근거를 갖고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인 받은 셈"이라며 "이는 증원 규모가 두 달만에 4분의 1 줄어든 부분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는 정부 정책 추진 명분이 크게 위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급작스러운 의대 증원으로 인해 당장 의학교육이 어렵고 예산 편성 등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부각됐다. 청문회에서 의대교수, 의학회, 의학교육평가원 모두 의학교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가능하다는 정부 입장과 상반되는 목소리다.
'한방'은 부족했던 청문회…의협도 전공의 입장만 되풀이
반면 정부가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40개 대학별 의학교육 점검보고서 1~3차 보고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록,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 의학교육점검반 보고서, 각 의대별 희망 수요 제출자료 등 자료를 야당 측에 제출하지 않으면서 사태를 뒤집을 만한 강력한 한방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많다.
더욱이 민주당이 사태의 해결과 중재 보단 윤석열 정부 비판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면서 실질적인 문제해결 방안은 묘연했다는 질타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의정 갈등 해결을 위해 국회에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자는 기존 제안만 거듭했고 정부도 현 의료개혁특위를 핑계로 이를 거부하는 상황만 도돌이표처럼 연출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 입장에선 전공의 입장을 반영해 "2025년 문제 해결 없이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원론적 답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편 '막말 논란'이 주목을 받은 것이 의협 입장에선 부담이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이날 작정한 듯 그동안의 임 회장 막말 리스트를 차례로 읇었다. 자신에 대한 '미친 여자' 발언을 왜 했느냐고 따져 물었고, 이는 의협에 대한 대중적 신뢰 자체가 하락할 수 있는 비관적 요소로 꼽힌다.
의료계 관계자는 "청문회는 '절반의 성과' 정도로 평가를 받으며 막을 내렸고 7월 26일 전국 의대 교수들이 동시 휴진을 진행하기로 결의하면서 이번 의료대란 사태는 7월 이후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 사직 전공의는 "정부의 2000명 증원이 문제가 있다는 점이 공론화된 점은 일부 의미가 있지만 의정갈등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부재한 아쉬운 청문회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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