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한의원에서 흔히 시술하는 봉독약침술이 아나필락시스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국내 논문이 다수 확인됐다. 반면 봉독약침술의 유효성은 추가 연구결과가 필요하다는 논문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봉독약침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전에 허가를 해줘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봉독약침(Bee Venom Acupuncture)은 벌독을 추출, 정제해 치료부위에 주사로 투여하는 것을 말한다. 벌독에는 40여 가지에 이르는 성분이 함유돼 있다. 일부 성분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심하면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킬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는 시술 직후 호흡곤란, 저혈압이 갑자기 발생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바로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올해 5월 경기 부천의 모 한의원에서 허리통증으로 봉독약침을 맞던 30대 여교사가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봉독얌침 사망 사건에 대한 원인 분석과 문제 해결을 위해 봉독약침술에 대한 국내외 문헌 검색을 시행한 결과를 25일 공개했다. 그 결과, 9편의 국내논문에서 총 48건의 아나필락시스 발생 사례를 발견했고 대부분 아나필락시스 쇼크까지 진행됐다.
연구소는 “아나필락시스가 국내논문에 의외로 많이 보고됐다. 봉독약침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보고되지 않은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되며, 보고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논문에서 봉독약침술은 신경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 시술 후 시간이 흐른 뒤에도 혈청병(알레르기 반응이 느리게 나타나는 현상)과 지연형 피부반응(시간이 지난 이후 피부에 나타나는반응), 비결핵 항산균 감염(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 결핵에 감염될 수 있는 감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9개 논문, 봉독약침술 이후 아나필락시스 부작용 48건 보고
연구소가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9개 논문에서 드러난 아나필락시스 부작용은 48건이었다.
연구소가 제시한 논문에서 원광대 광주한방방원은 2014년 3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봉독약침으로 치료한 환자 중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킨 2명의 환자 증례를 보고했다. 저자들은 “과거 봉독약침 시술 후 이상 반응이 없었더라도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으며 증상 양상이 다양하다”라며 “많은 사례를 통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동의대 부속 한방병원은 2003년 1월부터 2005년 6월까지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2명 환자에 대한 증례보고 논문을 제시했다. 저자들은 “한의원에서의 섣부른 주사제 투입이나 응급실 이송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여지가 있다”고 했다.
원광대 군포한방병원은 1998년 3월부터 2000년 8월까지 봉독약침을 시술할 때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킨 11례를 대상으로 아나필락시스 발생 인자와 위험인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봉독 시술횟수가 7~10회일 때 아나필락시스 발생이 가장 많았고, 봉독 주입 후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난 시간은 모두 20분 이내였다.
한의계는 봉독약침의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봉독에서 제거한 Sweet Bee Venom(SBV)을 개발했고 특허도 출원했다. 그러나 상지대 부속 한방병원이 SBV를 임상에 사용하던 중 2명의 환자에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했다. 저자들은 “장기간의 시술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던 환자에서도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응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의 협진 등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술 전 이러한 상황에 대한 환자의 동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밖에 SBV와 일반 봉독약침 병행 시술 후 발생한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증례보고 , ]SBV 치료 후 전신성 즉시형 과민반응에 대한 증례보고, 봉침을 맞은 후 발생한 아나필락시스 1례, 벌독에 의한 아나필락시스 쇼크 발생의 예측 인자, 한국 성인의 벌독으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국내 다기관 후향적 연구 등의 논문에서 봉독약침술의 아나필락시스 사례가 보고됐다.
봉독약침 시술군 부작용, 대조군의 3.61배 높아…다른 부작용도 다수
2015년 5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학술지에 게재된 봉독치료 위험성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 논문에서도 봉독약침의 부작용에 유의하라고 권유했다. 저자들은 2014년 6월 이전에 발표된 봉침치료와 연관된 국내외 모든 논문들을 검색해 이중 조건에 맞은 145개 논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연구결과 봉독약침 시술군의 부작용 발생 위험이 생리식염수 대조군보다 무려 3.61배나 높게 나왔다.
연구소는 “ 저자들 역시 봉독약침과 관련된 부작용 건수가 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저자들은 봉독치료의 부작용과 관련한 가중 중요한 이슈는 중증 부작용의 발생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이 논문이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연구비를 지원해 작성됐고, 5명의 저자들 중 3명이 한국한의학연구원 소속이라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특히 이 연구결과는 해외 주요 언론매체에서 봉독약침의 부작용이 흔하고 심각하기 때문에 이를 맞지 말아야 한다는 주요 근거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봉독약침 시술을 받은 다음 아나필락시스 외에도 통증이나 염증, 감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상지대 부속 한방병원은 2001년 7월부터 9월 사이에 봉독약침 시술 후 통증 쇼크를 일으킨 3명의 외래 환자에 대한 증례보고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등장한 환자들은 심한 통증을 호소하면서 힘이 빠지거나 어지럽고 구역질이 난다고 했다.
봉침 시술에 의한 혈청병 양상을 나타낸 사례를 밝힌 논문도 있었다. 논문에서 이 환자는 피부발진과 관절통, 고열, 근육통 등이 있었고 벌독에 의한 혈청병 진단을 받았다. 스테로이드제와 항히스타민제를 투여 받았으나, 염증 수치가 다시 상승했다.
봉독약침술을 받은 주사 부위에 가려움증이 심해졌고 피부 염증이 생긴 사례를 밝힌 논문도 있었다. 또한 비결핵 항산균(Mycobacterium chelonae) 감염이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이 환자는 해당 부위를 절개하고 항생제로 8주간 치료했으나 빨리 낫지 않아 다른 항생제를 병용해 6개월간 치료를 받았다. 우측 팔 부위 뼈 신경에 심각한 신경손상이 발생한 사례도 발견됐다.
"봉독약침 유효성도 입증 안돼…보건복지부가 당장 중단시켜야"
하지만 논문에서 봉독약침술의 유효성은 입증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논문에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연구소가 확인한 봉독약침의 유효성 검증을 위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11편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10편의 임상시험에서 봉독약침이 대조군보다 통증 감소와 연관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들은 “일차 자료가 부족하다. 향후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은 더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다 장기간 평가해야 한다. 적절한 대조군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국내외 논문을 검색한 결과,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 등에서 근골격계 통증, 뇌졸중 후 어깨통증, 족관절 염좌, 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 등에 대한 봉독약침의 효과가 아직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았다. .
이에 따라 연구소는 봉독약침을 허가한 정부에 문제제기 했다. 연구소는 식품안전처에 봉독약침의 안전성에 대한 민원신청을 했고, 식약처는 "보건복지부에서는 ‘약침’을 ‘한방의료행위’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약사법 부칙 제8조에 따라 한의사는 약침액을 직접 조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연구소는 “이는 식약처가 봉독약침의 안전성 대책을 수립하려 해도 보건복지부의 입장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해명이다. 복지부는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제도로도 봉독약침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봉독약침술이 성행하고 있는 데는 국민건강보다는 한의계의 권익보호에만 앞장서고 있는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의 직무유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연구소가 복지부에 봉독약침의 안전성 대책에 대한 민원을 신청했다. 이 답변 내용에 따라 향후 대응책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복지부는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면서 유효성이 불확실한 봉독약침술을 당장 금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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