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중소·중견 바이오제약사들은 대형 기업들에 비해 투자 규모는 적어도 개량신약, 항암제 등 미래먹거리를 찾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신라젠과 제일약품, 일양약품, 부광약품 등은 전년대비 연구개발 비용을 상당 부분 감축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제약업계 사업보고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개량신약 개발 노리는 중견기업들, 적자 나도 연구개발비는 확대
보령제약의 연구개발비는 표면적으로 전년대비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매출액과 대비했을 때 그 비중이 오히려 줄어들었다.
지난해 보령제약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5242억 6867만원, 영업이익은 390억 6379만원, 당기순수익은 322억 2180만원을 기록했다. 연구개발비용은 전년대비 40억원 이상 오른 총 376억 8059만원을 기록했으나, 매출액 대비 비중은 전년보다 0.04%p 떨어진 7.19%였다.
보령제약 측은 "주력질환군인 항암, 순환기, 대사질환 분야 등을 중심으로 한 혁신신약 및 개량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항암신약과 대사질환 등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카나브 패밀리의 성공적인 발매를 위한 임상연구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보령제약과 비슷한 매출규모의 일동제약의 경우 영업손실과 적자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비는 전년대비 소폭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동제약의 지난해 매출액은 5174억 6768만원, 영업이익은 -13억 7253만원(손실), 당기순이익은 -134억 4358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그러나 연구개발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면서 지난해 총 484억 9744만원을 투입했다. 이는 매출 대비 9.19%로 매출 1조원대 대형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JW중외제약 역시 중견제약기업 중에서 비교적 연구개발에 집중 투입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중외제약 매출은 5113억 3534만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190억 1383만원으로 손실이 났으며, 당기순이익도 -252억 7502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회사측은 좋지 않은 실적에도 연구개발비용은 대대적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연구개발비용은 총 407억 300만원이었으며, 매출대비 연구개발비율은 전년대비 무려 1.6%p 오른 8.0%를 기록했다.
중외제약은 "지난해 8월 베트남 으비팜(Euvipharm)을 인수해 이머징시장을 타켓으로 시장을 확대할 예정이며, 11월에는 C&C 신약연구소 지분을 전액 인수해 독자적인 R&D 역량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공동연구 성과물에 대한 외부투자자의 투자를 유치하고 해외 비지니스 활동의 주체를 설립했다"면서 "현재 활성화합물을 이용한 세포내 약물 메카니즘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주요 기반 기술로는 암 관련 세포 신호 전달계 조절 물질 스크리닝(HTS)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진제약도 대형제약사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대대적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삼진제약의 매출액은 2419억 2600만원, 영업이익은 441억 700만원, 당기순이익은 112억 8200만원을 기록했다. 연구개발비용은 261억 68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용이 10.82%에 달했다.
삼진제약은 "제약산업은 첨단기술이 집약돼 연구가 곧 산업의 경쟁력"이라며 "중장기 성장동력과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중앙연구소 건립을 시작했다. 오는 2021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하며, 소요 자금은 305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안국약품도 매출액 대비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안국약품 매출액은 1558억 5176만원, 순이익은 21억 4192만원이었으며, 연구개발비는 156억 9859만원(매출 대비 10.07%)이었다.
안국약품은 "세계적인 신약개발과 글로벌마켓팅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신제품 파이프라인 강화와 R&D 협력 강화를 목표로 연구개발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선 R&D 중요성 인식해도 경영상태 따라 비용 감축
반면 동국제약은 지난해 연구개발비용 184억 3300만원으로 매출 대비 3.82%에 그쳤다. 동국제약의 지난해 매출액은 4822억 8035만원에 달했으며, 영업이익은 685억 8451만원, 당기순이익은 590억 5012만원을 기록했다.
동국제약은 "회사설립 초기부터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R&D와 기술혁신에 주력하며 끊임없이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에 비해서는 연구 인프라와 비용 투입이 매우 적은 편이었다.
제일약품과 일양약품, 부광약품 등은 전년대비 연구개발 비용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으며, 지난해 검찰 압수수색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신라젠도 바이오기업 중 이례적으로 R&D 비용을 줄였다.
일양약품은 R&D 지출을 줄인 다른 기업과 달리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순수익 등이 모두 상향세를 보였다. 일양약품의 지난해 매출은 3245억 7344만원, 당기순이익은 195억 9467만원을 기록했다.
일양약품 측은 "연구개발중심의 제약회사로서 역량을 발휘해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및 희귀질환 치료제 및 글로벌 혁신신약의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전년대비 매출대비 연구개발 지출 비율이 1.5%p 떨어진 7.1%를 기록했다.
제일약품 측은 "더욱 치열해지는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의 발판이 신약개발 능력 및 신약 파이프라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혁신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회사의 역량을 집중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부광약품도 매년 연구개발비용을 줄이고 있으나, 그 비율은 대형제약기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광약품은 지난해 매출 1681억 9362만원, 순수익은 -74억 3484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300억원대를 오갔던 통큰 연구개발 비용은 200억원 초반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총 216억 3724만원으로 매출대비 12.72%를 기록했다. 이는 2017년 20.10%, 2018년 15.33%와 비교시 매우 줄어든 수치다.
항암 바이러스 면역치료 연구개발을 표방하면서 2006년 설립된 바이오벤처 신라젠은 지난 3년간 매출 대비 R&D 투입 비용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신라젠의 매출액은 90억 6858만원, 영업이익은 -584억 9259만원, 당기순이익 역시 -1131억 9997만원으로 적자를 봤다. 그럼에도 신라젠이 지난해 투입한 연구개발비용은 367억 4400만원으로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405.2%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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