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 "고용주 기반 민간보험 '셀프 인슈어드', 디지털 헬스케어 보험 적용 전향적"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헬스케어 기업이라면 모두가 꿈꾸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경우,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경쟁력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와 제도 등 여러 난관을 뚫어내야 해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보험 진입 여부가 무엇보다 중요한 헬스케어 기업들로선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카카오벤처스 김치원 상무는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디지털 헬스케어 토크’에서 '미국 보험 구조와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미국 의료는 의사와 병원 '분리'...보험도 별개로 적용
김 상무는 미국 의료보험 제도를 설명하기에 앞서 의사와 병원이 분리된 미국 의료의 특징을 소개했다. 우리나라에선 기본적으로 특정 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의사는 그 병원의 소속이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상무는 “미국에서 의사는 병원과 분리돼서 움직인다. 미국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청구서가 최소 두 개가 날아오는데, 하나는 의사이고 하나는 병원에서 온다"라며 “A병원에서 B의사에게 진료를 받았지만 B의사는 그 병원 소속이 아니라 단지 병원의 시설을 이용해 진료를 하는 것이다. 개방형 병원(Open Hospital)이란 개념인데, 이렇게 의사와 병원이 분리돼 있기 때문에 각각에 대해 보험도 따로 움직인다”고 했다.
실제 미국은 입원 보험과 의사 보험이 분리돼 있다. 대표적으로 65세 이상 고령자 대상 공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의 경우에 파트A는 입원, 파트 B는 의사, 외래에 대한 보험이다.
보험과 의사∙병원의 관계도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강제 지정제’는 국내의 모든 의사와 병원들은 무조건 건강보험 환자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의사가 건강보험과 계약을 거부할 수가 없는 셈이다. 반면 미국은 원하는 의사, 병원은 모두 계약이 가능한 메디케어를 제외하고는 병원과 보험 모두 선별 계약이 이뤄진다.
김 상무는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 병원을 한 번 가려면 매우 복잡해진다. A병원을 가고 싶은데 자신이 가입한 보험이 A병원은 보장해 주지 않을 경우 갈 수가 없다. 또는 A병원은 보험에서 지원되는데 거기서 진료하는 B의사는 보험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계약 관계로 이뤄지다보니 우리나라 사람들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공보험, 고령층 '메디케어'∙저소득층 '메디케이드'...민간보험, 고용주 기반 의료보험
미국 보험은 크게 사보험과 공보험으로 나뉜다. 먼저 공보험은 65세 이상 고령자, 말기 신부전 환자등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와 저소득층 대상의 메디케이드(Medicaid)가 있다.
메디케어의 지불 방식은 파트A 병원 입원비와 파트B 병원 외래비의 경우 포괄수가제, 파트B의 의사 진료비는 행위별 수가제가 적용된다. 과거 파트C로 불렸던 메디케어 어드밴티지(Medicare Advantage, MA)는 미 연방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파트 A, B(오리지널 메디케어)와 달리 민간에 위탁 운영된다.
김 상무는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는 연방정부가 계약을 맺은 보험사에 환자 일인당 일정 금액의 의료비를 준다”며 “그럼 민간보험사는 선별 계약을 통해 환자를 몰아주고 가격 인하를 얻어내는 식으로 민간 보험과 유사하게 운영한다. 환자 입장에선 오리지널 메디케어에 비해 병원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는데 대신에 시력, 치과 등 오리지널에는 없는 추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외래처방 약값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어 파트D도 있으며, 65세 이상이면서 동시에 저소득층인 이들은 듀얼 엘리지블(Dual Eligible)이라고 해서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의 동시 가입이 가능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메디케어 보험이 적용되며, 20%의 본인부담금 중 대부분도 메디케이드에서 커버해준다.
김 상무는 민간의료보험과 관련해선 미국에서 고용주 기반의 의료보험이 일반화 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정부에서 군수물품 생산을 위해 법으로 임금 상한선을 정하면서 기업들은 노동자 고용에 어려움을 겪었고, 유인책으로 의료보험이란 혜택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의료보험의 보험료를 비과세 처리해주는 것에서 발생했다. 사실상 세금 지원이다보니 직원들은 의료비용에 크게 개의치 않게 됐고, 이는 곧 방만한 의료 이용과 의료비 폭증으로 이어졌다.
김 상무는 “결국 부담이 커진 기업들은 의료비 관리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그렇게 나온 보험이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와 같은 매니지드 케어(Managed care)”라며 “이전의 의료보험은 의사가 청구하면 별다른 심사없이 그대로 돈을 내주는 시스템이었지만, 메니지드 케어가 되면서 본격적인 관리를 하게 됐다. 현재 미국 민간 의료보험의 대부분은 매니지드 케어이고,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메디케이드 매니지드 케어 등의 공보험에서도 적용하고 있다”고 했다.
고용주가 위험 떠안는 '셀프 인슈어드' 늘어...'디지털 헬스케어' 등 선도적 보험 적용
민간보험은 풀리 인슈어드(Fully-insured)와 셀프 인슈어드(Self-insured)로 나뉜다. 풀리 인슈어드는 우리나라의 실손보험과 같은 형태다. 보험사가 발생 가능한 위험 등을 모두 고려해 보험료를 책정한 기성 보험 상품이다. 기존에는 미국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민간보험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셀프 인슈어드를 택하는 기업이 더 많아졌다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셀프 인슈어드는 직원들의 의료비는 개별 기업이 직접 부담하는 대신 병원들과의 네트워크, 의료비 심사 등의 전문적인 업무를 민간보험사나 TPA(Third Party Administrator)로 불리는 대행업체에게 수수료를 주고 맡기는 방식이다. 위험은 모두 고용주가 안는 것이기 때문에 상품 설계도 고용주의 요구대로 이뤄진다.
김 상무는 “통상 직원 숫자가 큰 대기업의 경우 자체 직원들만으로도 리스크 풀링(여러 수요를 통합 관리, 수요 변동성 감소)이 되기 때문에 굳이 많은 돈을 보험사에 지불해야 하는 풀리 인슈어드 대신 셀프 인슈어드를 택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최근에는 당장 들어가는 돈이 적다는 이유로 중소형 기업들도 셀프 인슈어드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셀프 인슈어드는 이 같은 특징으로 인해 전통적인 보험과는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 전통적 보험에서는 보험 적용을 주저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등에 대해서도 선제적인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비대면 진료다. 공보험인 메디케어의 경우, 코로나 비상사태가 선포됐던 2020년 3월에서야 비대면 진료에 대한 문을 대폭 열었던 반면, 셀프 인슈어드에서는 팬데믹 이전부터 비대면 진료에 대해 보험 적용이 되고 있었다.
김 상무는 “셀프 인슈어드에서는 전통적인 보험 논리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에게 혜택이 있으면 (고용주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며 “특히 고용주 입장에서 비대면 진료는 직원들이 진료를 받기위해 반차를 쓰거나 결근을 하지 않아도 되게 해준단 점에서 이점이 있다. 전통적 보험의 논리에 이 같은 생산성의 이슈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에 보험적용을 해주더라도 고용주로선 남는 장사가 될 수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미국의 비대면 진료 기업인 MD라이브(MDLIVE)는 고용주들에게 내세우는 자사 서비스의 6가지 이점 중 하나로 결근 감소와 생산성 제고를 꼽는다”며 “고용주들은 일반 보험에 비해 훨씬 선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서비스에 대해 보험을 적용할 유인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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