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3인 구속 이후 형사판결 재조명…'예강이 사건' 응급실 환자 9명 바이탈 사인 동일하게 기록
간호사는 한꺼번에 192건 간호기록 작성·수정, 같은 혈액 2번 수혈 기록 오류 '무죄'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지 못해 의사 3인을 구속했던 사건으로 의료진에 대한 형사 판결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14년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7시간 만에 숨을 거둬 의료사고 논란이 있었던 전예강(당시 9세)양 사건도 언론에서 수차례 조명하면서 떠들썩했다. 환자 보호자는 응급실 의료진에 의해 진료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민사소송에 이어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1월 12일 형사 1심에서 당일 환자의 맥박 기록이 다르고 환자 9명에 대한 바이탈 사인을 동일하게 작성하는 등 의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이유로 인턴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환자 응급 처치를 우선한 다음 한꺼번에 간호기록을 하고 같은 혈액백 수혈을 2번 했다고 기록한 간호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에게 진료기록부, 간호기록부 등을 작성하도록 했다. 이 취지는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인 자신에게 환자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해야 한다”라며 “이는 계속되는 환자치료에 이용하도록 하고, 다른 의료관련 종사자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해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해서는 안된다”라고 했다.
이 사건은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하지만 응급 상황에서 먼저 환아에게 의료행위를 한 다음에서의 기록오류는 정상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환자 보호자와 환자단체는 이번 판결이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횡격막 탈장 사건의 판결과 비교해 보기 위해 판결문을 확인해봤다.
직접 진료하지 않은 인턴, 진료기록 작성 오류로 벌금 100만원
당시 인턴이었던 A씨는 2014년 1월 23일 오전 11시 45분쯤 S병원 응급진료센터에서 같은 날 오전 9시 48분 전양에 대한 응급진료기록을 작성했다. 내원 당시 전양의 맥박(PR)이 분당 137회였는데도 불구하고 80회로 기재했다. 이로써 A씨는 응급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A씨와 변호인은 착오에 의한 실수일 뿐 응급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전양을 직접 진료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호기록이나 담당의사의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응급진료기록부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당일 18개의 응급진료기록부를 작성했는데, 이 중 9개의 응급진료기록부에 기재된 환자 9명의 바이탈 사인(Vital Sign) 수치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BP(S) 100mmHg, BP(D) 60mmHg, PR 80회/분, RR 20회/min)"라며 “같은 날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 9명의 바이탈 사인 수치가 같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은 A씨도 인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응급진료 기록부를 작성하면서 간호기록 등의 자료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일괄적으로 환자 9명의 바이탈 사인 수치를 동일하게 입력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응급진료기록부에 기재한 전양의 바이탈 사인 수치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는 않다. 그러나 피고인이 직접 전양을 진료하지 않았고, 응급진료기록부 작성 시각이 환아가 사망하기 훨씬 전인 점 등을 고려하면 진료내용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인턴으로 과중 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직접 진료하지 않은 소아응급환자의 응급진료기록부 작성업무까지 맡았다. 안이하게 기록을 작성했다. 여기에 일부 참작할 점이 있다”라며 “A씨는 거짓 응급진료기록부 기재가 환아의 진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에다가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응급상황 이후 같은 혈액팩 수혈 2번으로 잘못 기재, 간호사 무죄
B간호사는 환자 처치가 이뤄지는 중간에 한꺼번에 간호기록을 작성하면서 같은 혈액팩에 대한 수혈을 2번으로 거짓 기록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고의성이 없으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제때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오후 1시 55분 다른 간호사에 의해 수혈이 이뤄졌고 같은날 3시 4분 B간호사에 의해 수혈이 시작됐다"라며 “이 두 개의 적혈구에 대해 마치 같은 날 B간호사가 12시 17분 수혈이 시작된 것처럼 간호기록지에 기재했다. B씨는 간호기록지를 거짓으로 작성했다”라고 했다.
B씨는 오후 2시 55분 제2적혈구를 제1적혈구와 함께 수혈하기 시작했다. 당일 총 6팩의 적혈구가 주입됐는데, 나머지 적혈구 2팩은 3시 30분, 2팩은 4시 44분주입됐다. 당시 의료진들이 번갈아 심폐소생술을 계속 시행했으나 전양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다가 오후 4시 54분 숨졌다. 전양은 당시 총 28팩의 혈액(혈소판 18팩, 적혈구 6팩, 혈장 4팩)을 수혈 받았고, B씨 근무시간에 수혈 받은 것은 총 20팩이었다(혈소판 12팩, 적혈구 5팩, 혈장 3팩),
재판부는 “간호사는 의료행위를 한 다음에 바로 간호기록에 입력해야 한다. 응급상황 등 즉시 입력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으면 사후에 입력하기도 하고, 입력할 내용이 많으면 간단히 메모했다가 틈틈히 입력하기도 한다. 응급 상황이라면 다른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처치하더라도 간호기록은 해당 환자의 담당간호사가 작성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간호사는 환아가 사망하기 직전인 4시 44분에서 4시 43분까지 15팩의 수혈에 관한 기록을 입력했다. 오후 5시 혈소판 수혈시각을 입력하는 등 틈틈이 간호기록을 작성했다”라며 “오후 10시 30분에서 11시 11분 누락된 간호기록을 모두 정리·작성했다. 이 때 처음 입력하거나 수정·삭제한 간호기록이 총 192건에 달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간호사는 망아에게 수혈된 적혈구 총 6팩을 2팩씩 묶어서 같은 시각에 수혈한 것으로 입력했다. 수혈시각을 한꺼번에 12시 11분으로 입력했다. 전양의 간호기록지에는 동일한 혈액이 2번 수혈된 것으로 나타난다”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병원 측이 간호기록지의 오기를 인정하기는 했지만, 망아의 유족은 의료기록 조작에 대한 의심을 풀지 못했다. 이는 의료진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까지 연결됐다"라며 "하지만 B씨가 적혈구 수혈 시점을 잘못 입력한 시각은 전양의 사망 직전이다. 당시 적혈구 수혈 시작 시각이 유족과 분쟁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당시 환아는 위급한 상태였고 기록할 내용도 많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제 때 간호기록지를 작성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착오로 두개의 적혈구를 묶어서 수혈시작 시각을 잘못 입력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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