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3.03 07:00최종 업데이트 20.03.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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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나라도 백신 임상시험 준비해야"

[칼럼] 조양래 생물학 박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코로나19(COVID-19)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신규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신규환자들이 지난 며칠동안 급격히 증가했다(아래 그림 참조). 검사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국가마다 다르지만 공식적으로 집계하기 시작한지 40여일이 지난 2월 29일을 기점으로 중국보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신규환자수가 더 많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앞으로 다가올 경제사태에 대비해야 할 조짐들이 많이 보인다. 우선적으로 신규환자들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면서 다가올 경제위기에도 대처하면서 백신 임상시험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잘 적응되지 않은 바이러스 병원균 때문에 큰 수난을 겪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상영됐던 에볼라, 컨테이젼, 부산행, 감기와 같은 영화들은 전염병을 소재로 과장된 상상력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인류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COVID-19)는 물론 어떤 전염병에도 영화처럼 큰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다. 만약 1918~1920년을 휩쓸었던 인플루엔자 전염병(Spanish flu)이 지금 온다고 해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  

영화에서는 세계가 거의 멸망에 가까운 가상의 세계를 전제로 한다. 이런 세상이 된다면 경제, 돈, 정상적인 사회 질서와 권력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현상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경제나 개인의 재테크에 대해서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이 의미 없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의 가치관을 바꿀 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홍역을 치르고 그와 함께 우리의 일상도 조금 변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점은 전염병이 초래한 건강문제보다 경제와 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2002년에 나타났던 사스(SARS)에 감염된 환자는 공식적으로 8273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계경제는 30조~100조원 정도 손해를 봤다고 한다. 

이번에 나타난 코로나19는 2002년에 나타났던 사스보다 10배나 많은 환자를 발생시켰다. 거시경제로 보면 사스에 비해 10배 높은 1000조원(US$1 trillion) 이상의 경제적인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세가 아직 꺾이지 않고 세계적으로 퍼지는 조짐을 보이므로 손해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한달 전에는 우한에 한정된 풍토병(endemic) 정도였는데 곧 중국 전역으로 퍼진 국지적 전염병(epidemic)으로 발전했다. 이제는 주변국인 우리나라와 일본을 포함해 세계 65개국에 감염자가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2월 28일 코로나19의 국제적위험도(global risk)를 '높음'에서 '매우 높음' 단계로 올렸다. 

전염병이 퍼지는 양상을 보면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사태가 국제적인 전염병(pandemic)으로 발전될 수 있다는 견해가 퍼지고 있다. 이들은 중국과 홍콩에서 시행했던 것처럼 유럽과 미국에서도 여행제한 및 도시전체 격리를 해야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도 중국과 아시아지역처럼 최근 6일 사이에 10% 이상 폭락했다. 이렇게 급격하게 주식시장이 폭락했던 경험은 2008년 서브파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코로나가 환자수가 증가할수록 경기불황의 가능성을 높아지며 그 결과 소비심리와 투자는 감축된다고 믿는다. 이 믿음을 근거로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서 8000여명을 관찰하고 있다고 발표된 당일 하루만에 미래 경기를 반영하는 주가는 거의 5% 감소했다. 

국제원유 값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아 올해에 이미 27% 감소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잠정적으로 매일 원유를 감축생산 할 것이라고 하지만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가 급감된 상태에서 조만간 수요공급의 균형이 잡힐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이렇게 사람들 사이에 두려움이 퍼지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바이러스가 계속 퍼지면 소비심리와 공장가동율은 더 위축되며 석유수요가 더 감소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선물과 주식시장의 전문 투기꾼(speculator)들은 데이터에 민감하게 반응해 두려움으로 매도를 주도했기 때문에 전반적인 폭락을 불러왔다. 앞으로 신규환자 수가 감소한다는 믿을 만한 데이터가 들어올 때가지 이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국면이 진정되려면 코로나19 신규 감염환자수가 자연적으로 줄어 들거나 안전한 백신이 개발돼 대대적으로 접종할 수 있게 돼야 한다.

치료약 개발은 1년 내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치료약이 개발돼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렘데시비르와 같이 이미 개발돼 에볼라 치료를 위해 실시했던 약물들은 임상시험 3상을 실시하고 우선심사제도를 따라 올해 안에 승인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으므로 감염을 사회적으로 줄이기 위해 예방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 결국 경제시장을 진정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

다행스럽게 미국 정부에서는 바르다(Biomedical Advanced Research and Development Authority, BARDA)라는 기관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새로운 백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모더나(Moderna)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nter for Epidemic Preparedness and Innovations, CEPI)으로부터 제조 자금을 지원받아 임상시험용 백신후보를 생산하여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병 연구소(NIAID)로 보냈다. 이 후보는 바이러스의 게놈시컨스를 이용해 합성한 mRNA를 사용하므로 생산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짧았으며 4월부터 임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몇 년 전에 바르다에서 800억원 이상 연구비를 받아 유사-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온 회사에서도 백신 후보물질을 생산해 동물실험을 시작했다. 이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5월부터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2006년에 조류독감 백신, 2009년에 돼지독감백신을 개발했지만 임상시험을 하지 못했다. 2015년에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1상을 마쳤다. 영장류 동물에서 1년간 항체가 안정적으로 보존되며 에볼라 감염을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1상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2상과 3상은 많은 돈이 소요될 뿐 아니라 충분한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시행하지 않았으며 냉장고에 보관돼 있다.

코로나19에 대해 개발한 백신 후보물질들은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 우리는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이 되기를 바랐지만 공기를 통해서도 전파되는 사실이 확인됐다. 전파되는 방법과 함께 전파 속도도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전세계 환자수가 8만명을 돌파했으므로 백신에 대한 임상을 실시할 가능성이 조금 보이는 것 같았지만 감소추세로 국면이 바뀐 중국은 좋은 곳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구와 경북지역에 환자들이 집중돼 있으며 특정 종교신자들 사이에 많이 퍼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백신을 테스트하기에 좋은 환경처럼 보인다. 

원래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은 환자 발생빈도를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발병이 안된 사람 3만명 이상을 임상에 참여시킨다. 임상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감염율이10%라면 3000명이 감염되며, 3000명 중에서 몇 명이 보호되는지 백신군과 플라시보군 사이에 차이를 비교해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발생한 환자가 3000명을 조금 넘었으니 백신-임상을 위한 환자수로는 많다고 보기 어렵다.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한국인들에 대한 인식변화를 감안한다면 유사시를 대비해 임상시험을 준비할 것을 검토해야 한다.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할 근거도 있다. 아직도 환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5월까지 환자수가 감소하는 추세로 변할 가증성이 있다. 이 바이러스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들처럼 이중 지질막으로 덮여 있으므로 열에 약할 것으로 예상한다. 건조하고 서늘한 겨울에는 음식이 잘 변하지 않는 것처럼 이런 바이러스들도 안정하며 숙주의 호흡기에 잘 감염된다. 온도가 올라가면 음식이 쉽게 상하는 것처럼 이 바이러스들도 쉽게 변질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사스와 메르스가 기온이 올라가는 여름에 자연적으로 없어졌다면 이 예상이 맞겠지만 적극적인 방역결과 없어졌다면 예상은 빗나갈 수 있다.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대해 아직 모르는 점이 많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는 감기바이러스와 달리 이 바이러스를 처음 대하기 때문에 우리의 지식도 한정되어 있다.

계절이 바뀌며 자연적으로 감염이 감소된다면 백신후보물질들은 냉장고로 들어가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까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백신후보들의 운명을 논의하는 대신 우리나라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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