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16 07:27최종 업데이트 24.01.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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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총통 선거엔 왜 의사 출신 후보가 2명이나 포함됐을까?

당선된 라이칭더·3위 커원저 후보 모두 의사…높은 의료시스템 만족도와 의사 존경심이 이유

대만 총통 선거에서 당선된 의사 출신 민주진보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 사진=라이칭더 후보 유튜브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만 총통 선거에서 의사 출신 민주진보당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40.05%의 득표를 얻어 당선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대만 총통 선거는 친미 성향의 민진당과 친중인 국민당의 대리전 성격이 강했는데,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만은 향후 강력한 친미·반중 노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대중의 관심을 끈 대목은 후보들의 출신 이력이다. 최종 득표 2위를 차지한 경찰 출신인 국민당 호우요위 후보를 제외하면 득표 1위와 3위 후보가 모두 의사이기 때문이다. 

라이칭더 후보는 국립대만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공공보건학 석사를 거친 의학계 수재다. 신장내과 전문의로 재직하다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민중당 커원저 후보 역시 국립대만대병원 외과 교수로 장기이식 표준화에 앞장서고 대만 응급의료체계 개선, 대만 최초 에크모(ECMO) 도입 등을 이뤄낸 인물이다. 

대만 총통 선거 1위와 3위가 모두 의사 출신인 것과 반대로 우리나라에선 의사의 위상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의사 출신 국회의원 수만 보더라도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의사 출신 국회의원은 7명이나 됐지만 20대 때 3명으로 줄더니 21대에선 2명으로 사실상 씨가 말랐다. 이는 주요 공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의료 전문성이 필요한 곳을 제외하면 의사 출신 공직자도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대만에선 의사가 주요 공직자로 역할을 수행하거나 정치에 진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일례로 이번에 당선된 라이칭더 후보는 타이난시 시장과 우리나라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행정원장을 역임했고 커원저 후보 역시 전직 타이베이시 시장 출신이다. 

이 같은 차이는 한국과 달리 대만에선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 기저엔 의료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선호가 깔려있다. 

실제로 글로벌 데이터 비교 플랫폼인 넘비오(Numbeo)와 미국 비즈니스 매체인 씨이오월드 매거진(CEOWORLD Mazagine) 조사에 따르면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갖춘 국가로 모두 대만이 꼽혔다. 2위는 한국이다. 대만은 의료 인프라와 의약품 가용성, 건강관리 지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넘비오에서 조사한 2023년 국가별 건강관리 지표 순위. 사진=Numbeo Health Care Index 2023.
 
씨이오월드 매거진에서 조사한 2023년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가진 국가 통계. 사진=CEOWORLD Mazagine

전문가들은 높은 수준의 의료 인프라 이외에도 의사를 존경하는 사회 문화적 분위기가 의사들이 주요 공직을 차지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목한다.

대만에서 의사는 돈을 많이 버는 고소득 직업이라기 보다 봉사하는 직종이라는 인식이 크다. 이 같은 인식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더 부각됐다. 2022년 대만 노동부의 직업별 급여 현황 조사에 따르면 대만에서 의사의 평균 연봉은 한회로 9900만원 수준으로, 항공기 조종사(1억 7200만원), 보험계리사(1억 4000만원)보다 급여가 적었다. 

대만의료 전문가인 의료정책연구원 김계현 연구부장은 "대만의 전민건강보험제도는 정부 주도하에 운영되는 대표적인 사회보장 단일 제도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와 구조, 운영체계가 매우 유사하다"며 "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다른 이유는 의료시스템의 문제라기 보단 사회적 분위기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만을 방문했을 때 대만 의사들이 말하길 연봉이 높지 않아도 의사들이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의사에 대한 존경과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며 "대만 사회에선 아직 의사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매우 긍정적이고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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