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22 11:21최종 업데이트 24.05.2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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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약바이오·헬스케어 M&A '맑음'...5월까지 총 1조원 투입

오리온부터 동구바이오제약, 루닛, 삼성메디슨까지 사업 다각화 나서...OCI는 불발됐으나 새 후보군 모색

국내 제약·바이오, 의료기기 등 관련 업계 M&A 현황(출처=각 사)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1분기에 이어 2분기 중에도 제약·바이오업계 내 M&A(인수합병) 소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종기업 간의 M&A도 활발해지면서 향후 추가 M&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와 의료기기 등 관련 업계의 M&A 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해 1월부터 5월 현재까지 약 1조원 규모의 금액이 M&A에 투자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은 5500억원, 동구바이오제약은 100억원의 금액을 M&A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단·디지털헬스케어·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씨젠과 라이프시맨틱스, 루닛, 삼성메디슨 등이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운영사부터 IT(정보통신) 회사 등을 인수했다.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제약·바이오' 관심에 이종기업 간 M&A도 활발

오리온은 올해 1월 5500억원을 투자해 제3자 유상증자와 구주매각으로 리가켐바이오(구 레고켐바이오) 지분 25.73%(936만3283주)를 취득했다. 올해 M&A에서는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한다. 

리가켐은 ADC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총 4개의 파이프라인이 임상단계에 진입해 있다. 리가켐은 이번 오리온의 투자로 확보된 5500억원의 자금을 활용해 공격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해 글로벌 ADC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오리온 이승준 대표는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저출생·고령화 등 사회적 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인류의 생명 연장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이런 세계적 추세에 따라 우리는 미래의 성장 사업으로 바이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종기업 간 M&A는 오리온뿐 아니라 OCI홀딩스도 시도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던 임종윤·임종휸 형제가 경영권을 손에 쥐면서 두 그룹 간 통합은 무산됐다.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와의 통합은 무산됐지만 제약·바이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며, 앞으로도 사업다각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부터 동남아시아까지 눈을 넓혀 회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통합 무산 이후 송영숙 회장과 임종훈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약 한달여만에 송영숙 회장이 해임되면서 임종훈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달 바이오벤처 큐리언트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55만8199주를 배정받았다. 여기에는 약 100억원이 투자됐으며, 동구바이오제약은 큐리언트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영업·마케팅과 임상 3상 수행 경험은 다수 있지만 신약 연구 개발 경험은 적다. 하지만 큐리언트는 초기 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동구바이오제약은 초기 임상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가능한 기업이 됐다.

업계에서 큐리언트의 표적항암제 'Q901'과 면역항암제 'Q702', 아토피치료제 'Q301' 등은 연내 기술 이전이 체결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동구바이오제약이 과감한 투자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외에도 유한양행과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등 다수의 기업이 M&A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관심 질환이나 타겟 등이 있지만 이 외에도 다방면으로 고려·물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 이영미 부사장은 올해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에서 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 파이프라인 도입을 검토 중이며, 그 과정에서 M&A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부사장은 "공격적으로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려고 검토하고 있다"며 "타겟항암제나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모달리티 기반으로 많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DC(항체-약물접합체)기반이나 TPD(표적단백질분해)기반 등 미래지향적인 모달리티 기술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SK바이오팜 이동훈 사장은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50위권에 진입하려면 지금 공격적으로 M&A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순위에 오르려면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유망한 치료후보물질 등 파이프라인을 M&A 등을 통해 확보하다는 것이다.

M&A에 대한 의지는 지난해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도 드러났다. 당시 이 사장은 차세대 3대 영역 기술 플랫폼 TPD(표적 단백질 분해), RPT(방사성 의약품 치료제), CGT(세포 유전자 치료제)가 항암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좋은 모달리티라고 평가하고 M&A 등을 통해 3대 영역 기술 플랫폼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전했다. 이뿐 아니라 2025년까지 글로벌 바이오텍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 후보 물질 중 빠른 시간 내 상업화가 가능한 제품을 찾겠다는 의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 신규 플랫폼 확보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Inorganic Growth(인수, 합병 등 외부적 요인 통해 사업 확장)'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실제로 국내외 기업과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3개 핵심 기술인 ▲5 프라임 캡핑(5' Capping reagent) ▲LNP(지질나노입자) ▲변형 뉴클레오시드(modified NTP)의 도입 및 공급 계약을 완료했으며,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 빌&멜린다게이츠재단 등과 mRNA 백신 개발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의 '글로벌 M&A 사업 동향: 2024 전망 - Silver Lining' 보고서에 따르면 헬스케어 분야는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바이오테크사 위주의 M&A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삼일회계법인은 "바이오테크 기업의 낮아진 가치와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대형 제약사의 M&A 니즈가 증가한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발전에 따라 신약 개발과 혁신 의료기기 등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헬스케어 시장은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거대 제약사는 중소규모의 바이오테크 업체를 인수해 제약 파이프라인을 체우고자 한다"며 "당뇨와 체중감소, 정밀의약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것이다. 특히 주력 약품들의 특허 만료가 임박함에 따라 R&D 파이프라인을 보강하기 위해 중견 바이오테크사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IT부터 AI까지 영역 넓히는 진단·디지털헬스케어·의료기기 업체

씨젠은 1월 국내 IT(정보통신)회사 브렉스의 지분 100%(보통주 8만4632주, 19억743만원)를 인수해 했다.

브렉스는 UX/UI(사용자 경험/사용자 인터페이스) 관련 기획, 컨설팅이 강점인 회사다. 씨젠은 그간 시약자동개발시스템(SGDDS), 질병통계프로그램(SG-STATS) 등 다양한 솔루션을 구축해 바이오 분야 시약기술에 IT기술을 접목해 성과를 냈다.

씨젠은 이번 브렉스는 인수를 통해 향후 씨젠의 디지털 전환과 신사업 등을 발굴할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기술공유사업 등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기획·개발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라이프시맨틱스는 1월 건강관리 앱 파프리카케어를 인수해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확장에 나섰다.

파프리카케어는 질병과 약에 대한 정보와 복약 시 주의사항, 복약 알림, 의료 기록 관리, 복약관리 등을 제공받는 건강관리 앱이다. 주요 기능은 복약관리로 처방전이나 약 봉투 사진을 찍어 앱에 등록하면 복용일수를 알려준다.

라이프시맨틱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파프리카케어 가입자 23만명의 처방전과 복약관리 기록 데이터를 확보했다. 해당 데이터를 라이프시맨틱스의 '라이프레코드'와 통합해 개인에게 최적화한 디지털 헬스 플랫폼 제공할 계획이다.

루닛은 양수대금 약 2647억원 지급해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 지분 100%를 취득했다. 루닛은 지난해 12월부터 볼파라 인수를 추진했으며, 최근 인수를 위한 166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유치를 진행했다. 여기에는 30여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볼파라는 뉴질랜드에 설립된 글로벌 유방암 검진 특화 AI 기업으로, 지난해 말 기준 미국에만 2000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루닛은 볼파라 인수를 통해 글로벌 AI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인수 후 통합 작업을 거친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시장에서 루닛과 볼파라 제품 판매에 돌입한다.

삼성전자 의료기기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은 최근 프랑스의 초음파 AI 의료기기 스타트업 소니오의 지분 100%를 약 126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소니오는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한 회사로 의사가 환자의 진단 이력 등을 정확하고 빠르게 확인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IT솔루션과 AI 진단 보조 기능을 개발해 왔다.

삼성메디슨은 소니오 인수를 통해 유럽의 우수 AI 개발인력을 확보하고 향후 자사 의료용 AI 솔루션에 소니오 AI 진단 보조기능과 리포팅 기술력을 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향후 의료진의 진단 소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진단 품질 또한 높일 계획이다.

휴마시스는 경남제약을 전격 인수한다. 휴마시스는 17일 최대주주 블레이드 엔터테인먼트(블레이드 Ent)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휴마시스는 480억원에 블레이드 Ent 구주 1379만4387주를 매입해 34.80% 지분을 확보한다.

경남제약은 자체 의약품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에 2만2000여 약국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휴마시스는 경남제약 인수를 통해 제약, 건강기능식품 사업 역량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휴마시스 관계자는 "자사가 보유한 진단키트 등 사업과 경남제약의 제약·바이오 사업이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며 "블레이드 Ent 인수로 관계사인 판타지오와 콘텐츠 제작 협업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의약품 유통기업 지오영을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최근 3년새 오스템, 메디트 등 다양한 헬스케어 기업을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지오영 지분 100% 기준 기업 가치를 약 2조원으로 책정했다. 이번 인수 대상은 블랙스톤이 보유한 지오영의 지주사 조선혜지와이홀딩스 지분 71.25% 전량과 이희구 지오영 회장이 보유한 지주사 지분 6.76% 중 일부다. 창업자 조선혜 회장은 지분을 팔지않았으며, MBK파트너스와 공동 경영을 이어간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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