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7.04.14 06:33최종 업데이트 17.04.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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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의사

최종 의학적 판단은 의사가 내리는 것

[칼럼] 중앙보훈병원 김봉석 전문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해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한국의 이세돌 프로바둑 기사와의 대국은 깊고도 넓은 파장을 남기었다.

세계 최고 수준급의 기사인 이세돌 9단과의 5번기 공개 대국에서 예상을 깨고 최종 전적 4승 1패로 승리해 현존 최고 인공지능으로 등극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바둑계는 기존의 통념을 깨뜨리는 창의적인 수와 대세관으로 수 천년 동안 이어진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전망까지 쏟아졌다.

한국기원은 알파고가 정상의 프로기사 실력인 '입신(入神)'의 경지에 올랐다고 인정하고 프로 명예 단증(9단)을 수여할 정도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이란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 학습, 자기계발 등을 컴퓨터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컴퓨터 공학 및 정보기술의 한 분야로서,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적인 행동을 모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 즉,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인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97년 5월 IBM에서 개발한 슈퍼컴퓨터가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이었던 러시아의 카스펠로프와 대결하여 2승 3무 1패로 승리하였다. 딥블루(Deep Blue)는 IBM이 개발한 높이 2m, 무게 1.4t의 슈퍼컴퓨터의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으로 1초 동안에 10억 가지 방법을 계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것이 인간의 학습을 포함한 지적 능력에 대한 AI의 첫 번째 도전과 승리의 역사였을 것이다.

공학적 기술을 바탕으로 한 AI의 발달은 퀴즈쇼, 지능형 스포츠(체스, 바둑 등)에서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거나 넘어설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 뒤로 이제는 의료에 있어서도 인공지능의 등장이 현실화 되었다.

소위 AI 의사로 불리는 '왓슨(Watson for Oncology)'이 바로 그것이다.

왓슨이 '제퍼디' 퀴즈쇼에서 우승해 화사 홍보의 목적을 달성한 후 상업화를 위해 첫 번째로 선택된 분야가 의학 분야이고 특히 암진단과 치료법 제시에 적용되었다.

왓슨은 시작은 미국 메릴랜드대학과 협력해 18개월 동안 각종 의학저널과 의학교과서, 최신 논문, 의무 기록 등을 받아 학습하였고, 이후 뉴욕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Memorial Sloan Kettering) 암센터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수행하여 암환자 진료와 치료 과정을 학습하였다.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은 공부할 데이터를 제공하면 사람이 공부하는 것처럼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한 기계인 왓슨은 1년 365일, 하후 24시간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으며 지치지도 않는다.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방대한 자료를 학습할 수 있다. 최근 발표에 따르면 300개의 의학 저널과 임상시험 데이터로부터 약 1천 5백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학습하였고 지금도 학습 중이란다.

지난 해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왓슨을 도입해 운영한 뒤로 지금까지 지방병원을 중심으로 5곳에서 왓슨을 도입하였다고 한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클라우드 기반 왓슨은 진단과 치료법 제시에 있어 의사의 진료 수준을 넘어서고 있을까.

그렇다면 왓슨은 의사인가.

수퍼컴퓨터 왓슨의 강력한 무기는 빅데이터와 정확하고 빠른 검색 기능이다. 1500만 페이지 의료정보를 딥러닝한 왓슨은 몇 초면 모든 분석을 끝마칠 수 있다.

이러한 방대한 자료를 근거로 한 정보 분석과 제공은 그야말로 추천하는 제안(recommendation)만이 현재까지 결론이다. 왓슨이 인간 의사를 모두 대체할 수는 없다.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 암센터의 연구결과 전문의와의 진단 일치율이 대장암의 경우 98%, 직장암 96%, 방광암 91%, 췌장암 94%, 신장암 91%, 난소암 95%, 자궁경부암 100% 그리고 백혈병의 경우 83%의 일치율을 보였다. 그러나 왓슨을 도입한 인도 병원의 경우 직장암의 경우 85%가 일치했지만 폐암은 18%만 일치했다. 같은 유방암이라도 삼중음성유방암의 경우 68%가 일치했지만 HER2양성유방암의 경우는 35%로 일치율이 낮았다.

세계적으로 나라별 왓슨 도입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이 50곳으로 가장 많고, 미국이 21곳, 인도 16곳, 한국 5곳, 캐나다, 일본, 네덜란드, 네팔, 방글라데시, 태국이 각 1곳 이었다. 조만간 왓슨을 도입하는 병원은 전세계적으로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

왓슨은 국내 의료법상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은 왓슨을 사용하여 진단과 치료법에 대한 의견을 받아 진료의사결정에 사용한다 하더라도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왓슨이 제안한 진단 또는 치료법을 따랐다가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그 책임 소재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소위 '빅5' 병원은 아직 도입하고 있지 않고 도입할 계획도 당분간 없다고 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지방병원들이 환자가 다른 아마도 서울지역 병원으로 유출을 막으려고 하는 측면도 있다.

왜냐하면 왓슨에 환자에 대한 상당한 의료정보를 입력하는 인력, 시간 비용이 발생하고 대략 환자 1인당 약 3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계산해 볼 때 왓슨을 도입한 댓가는 지방병원을 방문한 환자가 수도권 병원으로 유출되지 않고 그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진료받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왓슨이 개발된 미국을 떠나 다른 대륙의 병원에서 사용될 경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에서 확인된 진단 일치율이 경우에 따라 상당히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왓슨이 미국이란 지역에서 발생한 암종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고 이를 교육시킨 기관 역시 미국의 진료환경에 최적화된 기관이기 때문이다.

같은 암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발생 원인은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또한 인종별 차이에 따른 약제의 선택과 효능이 달라질 수 있으며, 현실적인 측면에서 왓슨이 제시한 치료법이 국내에는 아직 허가되지 않았거나 허가가 되었더라도 고가의 신약으로 사용이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빅데이터, 유수한 저널에 실린 최신 지견,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가이드라인 모두 훌륭하고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 그러나 개별 나라마다 경제∙사회적 측면, 정치∙환경적 측면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고 치료법의 선택에 결정적일 수도 있다.

왓슨을 국내에서 최초 도입한 병원에 따르면 인간 의사(주치의)와 인공지능 의사(왓슨)의 진단이 달랐을 때 환자의 80%가 왓슨의 진단을 따랐다고 한다. 만일 왓슨의 진단을 따라 치료한 결과에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빅데이터와 엄청나게 빠른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AI는 의사를 도와주는 지원 시스템일 뿐이다. 최종 의학적 판단은 사람(의사)이 내리는 것이다.

다보스포럼의 창시자 클라우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이고 벌써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의 구축이 기대되는 산업상의 변화를 일컫는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의료에서 가장 먼저 왓슨이란 이름으로 다가왔다.

왓슨이 인간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에서 향상된 버전의 제2, 제3의 왓슨들이 탄생될 것이다.

이들은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지원을 도울 것이며 우리는 이러한 인공지능 시스템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또한 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 왓슨 #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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