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연명의료결정 시행 5년이 지났지만 의료 현장에선 아직 어려움이 많이 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율이 낮고 포괄적인 의미의 연명의료 동의에 한계가 명확하지 않은가 하면, 의료진 교육 미진 등 제도적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은 8월 31일 오후 ‘시행 5주년 연명의료결정제도, 이대로 좋은가’ 국회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제도 정착단계 들어섰지만…의료기관 윤리위 설치 10% 불과
연명의료결정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환자와 가족들의 선택을 존중하고 마무리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시행 5주년을 맞은 연명의료결정제도는 이제 계도기간을 지나 우리 사회에 정착 단계에 있다.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는 140만여명이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도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연명의료결정에 대해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이날 모인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실제로 연명의료의 결정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매우 부족하고 담당 의료인들의 교육 이수율 역시 낮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연명의료의 중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의 결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 병원 내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설치 대상기관 총 3227개 중 실제 설치 기관은 단 10%에 불과하다. 특히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의 설치율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센터 조정숙 센터장은 "국내 의료기관 사망자 중 요양병원 사망자가 32.9%에 달한다. 전체 요양병원 중 사망자 발생기관이 75.3%에 달하는 상황에서 전체 요양병원의 윤리위 설치율은 5.2% 수준"이라며 "윤리위를 설치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을 위한 공용윤리위원회는 전국에 12개소다. 이들과 협약을 맺은 기관은 총 106개소에 그친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종합병원 윤리위 설치를 의무화하고 요양병원 윤리위 설치 유인 수가를 마련해야 한다"며 "윤리위 심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원장은 "의료기관 윤리위가 설치되지 않은 의료기관 의사가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연명의료정보시스템 조회를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 의료진도 난감할 일 많아…연명의료결정 복잡하고 소신 진료 어려워"
현장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위해 일하고 있는 의료진의 고충도 터져나왔다. 연명의료 결정과정이 복잡하고 환자와 환자 가족간 이견이 생겼을 때 의료진의 행할 수 있는 치료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연명의료결정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 환자의 뜻을 의료행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접 의료진이 환자 뜻을 확인하는 것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조기에 환자와 논의를 시작해도 각각의 임종기 의료행위 시행 여부를 놓고 선결조건을 따지는 것도 의료진에겐 고된 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임종기 의사결정 과정의 단순화가 필요하다. 포괄적인 연명의료 동의가 있다면 이후 임종기 의료행위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 개편도 있어야 한다. 임종과정 판단을 의무기록에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처럼 심폐소생술, 중환자실 치료 동의 여부 등이 코드로 분류되는 방식이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환자와 환자 가족간 이견이 있는 경우 의료진이 나서 소신껏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유 교수는 "환자의 연명의료 거부를 가족이 반대할 경우 의료진이 환자를 위해 소신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의료진 대상 교육도 확충돼야 한다. 현재 연명의료종사자 교육을 이수한 의사는 6302명으로 활동의사 수의 5.9%에 그친다. 이들에 대한 교육 지원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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