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9.04 07:27최종 업데이트 25.09.0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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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노조 유청준 위원장 "이벤트성 조직 아니다…전공의법 안 지키는 현실 바꿀 것"

[인터뷰] 대다수 수련병원서 지부 설립 돼…임금협상∙파업 등도 필요하면 할 수 있어

유청준 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전공의들의 근무시간 상한은 법적으로 주 80시간, 연속근무시간 36시간이다. 주 40시간 근무가 당연시되고 주4일제 도입 이야기까지 나오는 시대에 믿을 수 없는 근무 강도다.
 
좁은 의사 사회에서 굳이 ‘모난 돌’이 되고 싶지 않았던 전공의들은 3~4년의 ‘혹사’를 묵묵히 인내해 왔다. 전문의만 따면 미친 듯한 과로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는 만큼, 괜히 ‘이건 아니지 않냐’고 목소리를 낼 위험을 감수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전공의들 가운데 먼저 나서서 노조를 설립해보려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 1일, 의정 갈등으로 1년 반 병원을 떠나 있다 돌아온 전공의 한 명이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노조의 깃발을 들어 올렸다. 노조는 출범 첫날에만 1000여 명이 가입하는 등 전공의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유청준 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은 3일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전공의 노조는 단기 이벤트성 조직이 아니다”라며 “열악한 처우 개선과 근로자로서의 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기존의 전공의법이나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신고센터를 통해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수련병원들과 임금협상 계획에 대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필요하다면 못 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노조 설립으로 획득하게 된 파업 등 단체행동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아래는 유청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개별 전공의 목소리 내기 어려워…노조 설립 필요성 공감대
 
- 전공의 노조 발족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뭔가.

전공의들의 여전히 열악한 처우와 법적인 권리 침해에도 목소리 낼 수 없는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개별 전공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에  전공의들끼리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했다. 전공의들 대부분이 노동조합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고, 설립에 대한 요구도 상당했다.
 
- 노조는 단체행동 즉 파업도 할 수 있다. 지난 의정갈등에선 노조가 없다보니 사직이란 형태로 저항해야 했다. 이 부분도 노조 설립이 필요하다고 본 배경인가.

의료 계열 노동조합은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노동법상 필수유지업무협정을 체결하고 진행해야 한다. 우리는 전공의의 법적 권리와 노동인권을 주장하는 만큼,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적극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 지부 설립 계획과 대략적인 설립 현황은.

설립 전부터 전국의 병원들과 소통했고, 현재 대다수의 수련병원에서 지부가 설립돼 조합원 가입이 이어지고 있다. 미처 동참하지 못했던 곳에서도 지부 설립 의사를 밝혀 오고 있다. 집행부로는 현재 전공의 열댓 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병원 전공의 대표들도 다수 참여 중이고, 외부에서 도와주는 조력자들도 있다. 집행부는 더 늘릴 예정이다.
 
- 지부 설립이 활발한 상황이라고 했는데 과거 대비 전공의들의 참여율이 높은 이유는.

이전처럼 열악한 상황 속에서 매너리즘에 빠진 우리가 아니다. 전공의들이 각성했고, 본인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전국적인 동력이 있다.
 
전공의 노조 설립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논의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열린 대전협 임시대의원총회 모습.

피해사례 제보∙실태조사 진행 예정…법 위반 시 형사처벌 조항 있어야

- 노조는 초반에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주장할 계획인가.

전공의들의 처우가 여전히 열악하다. 대부분의 병원이 전공의의 장시간 근무시간을 수련과 교육보다는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근로기준법과 전공의법도 지키지 않고 있다. 먼저 조합원들의 정당한 법적 권리 보호와 인권 보장을 공고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근로조건을 만들겠다. 신고센터를 통해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겠다.
 
- 전공의법, 근로기준법 관련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일까.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제보와 실태조사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관련해 근로시간 단축, 출산, 육아 휴직 등의 내용이 담긴 법이 발의돼 있고, 수련협의체에서도 수련환경 개선을 논의할 계획이다.

병원단체 등 사용자 측에서 반발이 거세다고 알고 있다. 현재 전공의법을 쉽게 어기는 이유는 위반 시 처벌이 단순 과태료 부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위반 시 유의미한 처벌조항이 없다면 법을 개정해도 여전히 안 지켜도 그만인 상황이 된다. 전공의법은 사실상 전공의에 대한 근로기준법으로 작용하는데, 반드시 형사처벌 조항이 있어야 한다.
 
- 교섭은 각 지부가 수련병원과 하는 형태인가. 중앙에서 개입할 계획인가.

교섭 방식과 관련해서는 고민 중이다. 
 
- 전공의 임금은 근로시간 대비 낮기로 악명 높다. 노조가 임금협상도 진행할 계획인가.

현재는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해결 과제들이 많지만, 필요하다면 못 할 이유는 없다.
 
- 노조를 결성하면 병원에 소위 '찍힐' 수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내가 선택했고 감당할 일이지만, 우리가 주장하는 부분은 모두가 공감하는 주제다. 교수들께서도 취지를 이해하시고 응원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 설립 선언문에서 의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환자 안전, 국민건강을 강조했다. 어떤 의미인가.

지금처럼 전공의의 혹사를 전제로 한 의료환경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의료진의 권리가 보장된 현장에서만이 최선의 진료가 이뤄질 수 있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노동조합은 단기의 이벤트성 조직이 아니다. 전공의의 안전망으로서 장기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묵묵히 일하겠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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