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김재연 칼럼니스트] 2011년 11월 분만과 관련해 의사의 과실이 없다고 판단되는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모성사망, 신생아사망, 뇌성마비 등)의 보상비용 부담주체에 대해 분만실적이 있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동등한 비율로 부담하는 것으로 시행령이 제정됐다. 그러나 실제로 입법에서는 분만 병원의 분담비율이 30%로 조정됐다.
우리나라의 분만관련 산과 무과실 보상제도는 2013년 4월 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분만과 관련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은 사회안전망의 일환이다.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상재원 마련의 책임은 전적으로 국가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무과실 보상 비용을 보전하려는 정부 방침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 분만 수가에 무과실 배상에 대한 재원을 반영한 분만 수가 산정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로 이를 수용할 수 없다. 무과실 책임을 의사들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국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합리적 이유도 없이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의 재산권을 법률로 침해하는 것이다. 재원조달의 방법을 의료기관이 부담을 강제화하는 방안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무과실 보상은 전적으로 정부재원에 의한 보상안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일본은 이미 2006년 이후 부터 산부인과 무과실 보상제도를 도입하고 관련 예산을 100% 국가 책임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만 또한 2016년부터 산과 무과실 보상비용을 정부가 100% 부담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무과실의료사고 보상제도를 국가가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다.
2015년 10월 대만 정부는 분만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신생아 사망에 대해서 NT30만달러(약 1100만원)을 정부가 100% 지불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는 대만의 보건복지부가 발의한 것으로 분만과정 중에 예측하지 못한 신생아 사망에 대해 NT 30만달러(약 1100만원), 모성사망은 NT 200만달러(7100만원), 분만 관련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 신생아 또는 산모에게 장애가 남은 경우 NT150만달러(약 5300만원)을 100%정부 예산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런 무과실 보상제도는 신생아의 경우 적어도 33주 이후에 분만한 경우에 해당한다. 모성사망의 경우는 양수색전증 또는 산후출혈과 같이 예측할 수 없었던 경우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무과실 보상이 되는 신생아 사망의 재태 연령은 36주 이후에 분만한 경우였으나, 2015년 10월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에서는 33주 이상의 신생아로 확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와는 반대로 역주행하면서 의사들의 무과실 의료보상 책임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016년 5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 시행령 제31조를 3년간 유예한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준비돼 있는 분담금을 사용치 못하고 남아있다. 중재원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용역 결과 등을 보면서 관련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청구 및 지급 현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 6월까지 40건이 청구접수 됐다. 산모의 사망, 신생아 사망, 태아 사망, 뇌성마비 등 30건에 대해 7억 7500만원이 지급됐다.
산부인과 의사가 부담하는 30% 분담금 적립 목표액 8억 2672만원 외에도 국가부담금 70%가 더 정립돼 있는 상태다. 이미 준비돼 있는 불가항력 사고 분담금을 사용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발의된 분담금 강제화법은 가뜩이나 의료분쟁 시 형사 처벌이라는 악재로 어려운 산부인과 상황을 더욱 어둡게 하고 산부인과 의사들의 사기를 저하 시킬 뿐이다.
현재 민사책임의 중요 원칙인 과실책임원칙에 따르더라도 당연히 과실이 없는 분만사고는 배상할 수 없다. 국가 주도 하에 시행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상 보상을 해 주려면 국가가 100%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분담금 요양급여비용 징수(안 제46조제4항 신설)조항 신설로 인해 분만기피현상을 악화하고, 나아가 분만취약지 증가 등 분만 인프라 붕괴의 가속화 및 모성사망의 증가 등의 악영향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자연분만 수가 자체가 미국의10분의 1, 일본의 5분의 1, OECD 평균의 약 2분의 1 정도로 매우 낮다. 최근 분만사고 관련 법원 인용금액은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는 추세에서 저수가로 인한 부족한 배상 및 보상능력은 결국 환자와 의료기관에게 그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분담금 요양급여비용 징수(안 제46조제4항 신설)조항 신설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현재 의료행위상 과실이 없어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에게 그 재원을 분담시키고 있다. 이는 이미 과실책임주의 법리를 훼손하는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의 납부의사에 관계없이 비용부담을 실질적으로 강제화하려는 국회의 입법화는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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