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때 주치의 맡으면서 생명 살리는 바이탈과 무한한 존경심...바이탈과=낙수과 취급에 의사들의 자존심만 해쳐"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지금 우리는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좋고 나쁨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
홍재우 사직 전공의(전 대전성모병원 인턴)는 10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외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기념 정책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그는 대전성모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 2월 13일 사직 의사를 밝혔으며, 3월부터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가 될 예정이었다.
홍 씨는 "그간 힘든 과정에서도 보람을 느껴 전공의 생활을 놓지 않았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2000명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정책으로 병원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정책에 대한 어떤 조정도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 정부에 대화를 제시할 계획도 없다"며 "의대 증원 정책을 전면 백지화를 하고 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협의체에서 논의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 씨는 지난 1년 남짓 인턴 생활을 회고하며 "많이 힘들었다. 특히 지난해 5월부터 한 달간 서울성모병원 혈관외과 주치의로도 활동했는데 엄청나게 혼 나가면서 배웠다. 당시 인원이 빠져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첫 2주동안 아침 5시에 출근해서 밤 9시가 넘어서도 퇴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장이식 수술이 있을 때는 5시에 출근해서 새벽 1시 반에 퇴근해서 쪽잠을 겨우 자고 다시 출근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고 쉬지도 못하고 예정됐던 휴가도 가지 못한 채 일을 했다"고 회고했다.
홍 씨는 "그러면서도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타과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각보다 환자들의 컨디션이 빨리 좋아졌다는 데 있다. 환자가 이식수술을 받고 일주일 뒤에 감사하다며 퇴원했다"라며 "외과 의사도, 집도의도 아닌 주치의였지만 뿌듯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외과 주치의는 한 달만 하면 된다고 참았다. 실제 외과 전공의는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일하면서 정말 힘들어 보였다”라며 “그 이후 소위 생명을 살리는 '바이탈과'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생겼다”라고 했다.
홍 씨는 의대 증원으로 의사 수가 늘어나면 필수의료 진료과 지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정부의 '낙수효과' 주장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낙수과라는 단어에 화가 난다. (환자를 살리면서 보람을 느끼는) 소위 '바이탈 뽕'으로 살아가는 의사들의 자존심을 해치는 말이다"라며 "낙수효과는 전공의와 전문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인과 공무원이나 하는 말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홍 씨는 "개인적으로 사직을 결정한 전공의들이 현재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에 너무 후회하거나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우리는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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