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입원전담전문의 유인책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늘 과로에 시달린다. 특히 의료진의 과로 문제가 심각하다. 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강제로 제한했더니 업무량이 교수나 전임의(펠로우)들에게 떠넘겨지면서 이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일반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는 근무 시간을 주당 80시간으로 제한했다고 난리가 날 정도라면 평소 이들이 어느 정도의 일을 해온 건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대형병원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시범사업 제도가 시작됐다. 대형병원이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의사들을 채용해 입원 환자들을 관리하도록 한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의료진의 업무량을 분산시키고 환자의 만족도를 높여준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입원전담전문의의 채용은 생각보다 부진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저수가로 인한 대형병원들의 재정 문제에 있었다. 대형병원을 운영하면서 진료 수익이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전문의를 추가로 고용할 재정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부는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을 늘리기 위해 입원전담전문의를 2명 고용하면 전공의 1명을 추가 배정하겠다는 유인책을 꺼냈다.
이 정책은 두 가지 상반된 입장에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입원전담전문의가 많은 병원일수록 전공의 수련환경이 훌륭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수련환경이 좋은 병원에 전공의들을 자연스레 더 배치해 전체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값싼 노동자인 전공의를 일종의 ‘끼워팔기’라도 해서 병원 참여를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공의는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노동 강도로 근무시킬 수 있는 병원 최고의 노동자라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당사자인 대한전공의협의회나 입원전담전문의협의체에 따르면 정부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의 의도가 첫번째 순수한 마음이었다면 왜 당사자들과 논의하지 않았을지 의문이 든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여러가지 면에서 좋은 제도다. 이 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매우 감사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 제도의 유인책이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다른 누군가의 노동력과 희생을 담보한다면 제대로 된 방법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 정책은 좋은 의도로 시행해 좋은 결과만 낳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런 면에서 오늘 그린 작품이 작가의 부끄러운 흑역사로 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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