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식 의평원장 "인구 70만 제주대병원도 적자인데 50만 목포·순천 대학병원 운영 어려워"
의대 신설로 정치 업적 쌓기 안돼…학생 제대로 교육하고 수련할 수 있는지가 우선 과제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허정식 원장 온라인 강의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국의학교육평가원 허정식 원장이 7일 "전남권 의과대학이 신설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병원 설립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증원 문제와 별도로 전남권 의대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전남도는 지난해 11월 의대 신설을 위해 목포대와 순천대의 통합에 합의했다.
의대 정원은 200명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속병원 설립 방안도 구체화했다. 순천대는 산재·재활·응급 등 필수의료를 우선으로 하도록 하는 한편, 목포대는 도서지역 등의 공공의료를 특화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제주의대 교수이기도 한 허정식 원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의료윤리연구회 간담회에서 "의대가 생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역 의료 발전과 교육을 위해 대학병원이 있어야 되는 상황인데 목포와 순천은 사람이 많지 않다"며 "500병상 이상 교육 병원이 필요한 데, 이를 어디에 세울지 의문이다. 현재 제주도도 인구가 70만 명 정도 되는데 제주대병원도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목포는 인구가 30만 명, 순천은 20만 명 정도 된다. 병원 운영에 대한 문제가 우려스럽다"며 "의대 신설을 인정하기 이전에 지역별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대학병원의 역할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병원 운영과 재정 문제를 염려했다.
정부가 의대 신설에만 관심이 있고 실속있게 학생들을 수련시키는 문제는 전혀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했다.
허 원장은 "의평원에서 대학을 평가 인증할 때 의대가 학생들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수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학생들이 이 병원, 저 병원을 떠돌아다니면서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육병원은 기본적으로 지역 1차, 2차 의료기관, 의료원들과도 네트워를 형성해 지역 수련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정부는 이런 부분은 전혀 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역에 3차병원을 만드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을 고려해 상급종합병원 역할이 필요한 것"이라며 "의대 신설을 위한 정치인들의 업적을 쌓기 위한 것이 기준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이 미리 세워져서 세팅이 된 이후에 교육과 연구 조건이 충족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교육부를 만날 때마다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교육부 담당 주무관들이 계속 바뀌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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