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2020년 코로나에 지쳐버린 온 세상 사람들이 코로나19(COVID-19) 백신이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 모더나가 16일(현지 시간)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 시험에서 94.5%의 효능을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미 대형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는 9일 공동 개발 중인 백신이 임상 3상에서 90% 이상의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잇달아 긍정적 결과를 내놓으면서 코로나19 백신의 대량 생산 및 접종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가장 고무적이고 희망적인 것은 지난 20년 동안 아직 mRNA합성물질 기술로 만들어진 백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드디어 코로나 덕분에 이 기술이 꽃을 피우는 것이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mRNA를 환자 세포에 직접 투여해 특정 단백질을 생성함으로써 단백질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질병을 치료하거나, 감염원에 대항하는 항체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지난 1월 15일 코로나19의 원인이 되는 SARS-CoV-2 전장 게놈(whole sequence)이 발표된 후 단지 10개월만의 일이다. 물론 20년 기술 개발 경험이 밑바탕이 됐지만 코로나 덕분에 초스피드다. 모더나는 1만 명의 참가자를 상대로 실시한 3상 시험에서 코로나19에 걸린 95명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백신후보 물질을 접종하지 않고 위약(플라시보)을 투여받은 참가자 그룹에서는 90건의 코로나 감염 사례가 발견된 반면, 백신후보 물질을 2회 접종한 그룹에서는 코로나 감염 사례가 5건에 그쳤기에 94.5%의 효능이다.
올해 초 코로나19가 보고될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적어도 12~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약 300일 만에 코로나19 백신 완성을 코앞에 뒀다. 지금까지 백신 개발 역사에서 가장 빠른 기록은 1967년 미국 제약사 머크(북미 이외 지역에서 MSD)가 약 4년 만에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백신을 완성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 덕분에 그 기록을 깨뜨렸다. 과학의 힘이 정말 대단하다.
희망적인 소식이 계속되지만 문제점도 존재한다. 이 mRNA 백신이 코로나19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지만 영하 70°C 혹은 20°C 이하에서 보관돼야 한다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물류를 좀더 학술적으로 지칭하는 로지스틱스(Logistics)의 장벽이 존재한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C 수준의 초저온 환경에서 보관해야만 효능이 유지되고 냉장고에서 최대 5일간 보관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는 자사 백신을 영상 2~8°C에서 30일, 영하 20°C에서 6개월 동안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하를 유지하는 배달(配達)이 아프리카에서도 가능할까? mRNA 백신의 대량 접종은 세계가 '저온유통(콜드체인)'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구축하느냐? 그 문제가 남아있다. 영하 70~20°C에 달하는 '초저온 유통'은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세상이기 때문이다.
화이자와 모더나의 RNA 백신이 95% 이상의 효과를 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국내 백신개발 현황에도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렇게 기쁜 소식인데 우리는 언제 RNA 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 잘사는 나라들은 좋은 소식이 나오기도전에 상당한 양을 이미 주문해 놓아 화이자와 모더나의 첫 물량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9월까지도 RNA 백신 선주문의 기회가 있었지만 정부는 과감하게 투자하지 않았다. 아직 물건이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너무 도박판이라고 생각했나?
자유롭게 언제나 맞을 수 있는 우리나라 백신은 언제 나오는가? 사람들의 불안감이 노출된다. 백신은 불활성화 또는 약독화 생백신으로부터 재조합 단백질 백신을 거쳐 DNA와 RNA 백신으로 진전되고 있다. 특별히 RNA 백신은 2000년 대에 RNA의 새로운 기능이 점차 밝혀지면서 RNA 백신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진행됐다.
우리나라 개발 상황은 어떤가? RNA 백신의 경우 국내 연구 활동이 거의 없었기에 개발중인 회사도 없는 것 같다. 국내 개발사의 경우 아직 초기 단계인 경우가 많아 속도전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국계 미국 기업 이노비오가 지난 6월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후 6월 11일 국내 바이오기업 제넥신이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 'GX-19'가 임상 1상과 2a상 승인을 받았다. 제넥신은 보도자료에서 3개월 안에 임상 1상 단계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조용하다. 제넥신이나 이노비오의 한국 관계사 진원생명과학은 DNA 백신이다. 전문가들은 DNA 백신 보다는 RNA 백신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은 계속 마스크 착용만 잘 하면 되는가? 아니다. 자유롭게 언제나 맞을 수 있는 우리나라 백신 개발에 초스피드를 걸어야 한다. 일반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은 우리가 사용을 결정할 수 있는 백신이 빠르게 나오기 위해 정부나 업계가 무엇을 하고 있나? 다행히도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가 단백질 백신을 개발 중에 있다.
코로나19 와중에 유바이오로직스가 지난 6월 프리미엄 백신 개발을 위한 미국 바이오텍과 손잡았다. 유바이오로직스는 11일 미국 'POP Biotechnologies(POP Biotech)에 300만달러를, POP Biotech과 공동으로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125만달러를 출자했다고 밝혔다. 유바이오로직스의 면역증강제 기술(EcML)과 POP Biotech의 항원전달 CoPoP 플랫폼기술(SNAP)을 이용해 코로나19 백신개발을 시작하기 위함이다.
SNAP(Spontaneous Nanoliposome-Antigen Particleization) 플랫폼은 일종의 항원전달(Antigen display)기술이다. 포르피린-인지질(PoP)과 코발트가 결합된(비타민 B12의 일부분과 동일) 나노리포좀(Nanoliposome)에 히스티딘 Tag가 부착된 모든 항원과 결합해 안전하고 방어효과가 뛰어난 백신을 만들 수 있다. 기존 백신은 염증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 통상 알루미늄을 사용하지만, 스냅(SNAP)은 세포 내 물질전달 막인 리포좀을 활용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mRNA 백신의 성공 요소가 lipid nanoparticle(LNP)에 있다면 단백질 백신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리포좀 면역증강제(Adjuvant)기술에 있다. 마치 비눗방울처럼 생긴 리포좀의 막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과 면역증강물질을 붙인 후 체내에 투입하면 면역증강물질이 체내 면역세포를 불러오고, 이 면역물질이 막에 함께 있는 코로나19 돌기를 잡아먹으면서 중화항체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백신에 자체 면역증강제 EcML과 POP Biotech의 CoPoP기술을 적용했으며 중화항체 생성능 확인 및 동물시험을 진행했다. 동물시험에서 1000배가 넘는 희석배수에서도 코로나19 중화항체가 생성되는 결과도 확인했다. 이 데이터는 백신에 사용하는 항원의 양을 더 줄여도 된다는 의미로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단백질 백신의 장점이 무엇인가? mRNA를 활용한 백신은 제품으로 안전성이 검증된 사례가 아직 없지만 단백질 재조합 백신은 수많은 개발 성공 사례가 있어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단백질 백신은 냉장고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어 멀리까지 많은 곳에 쉽게 배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설사 영하 20°C에서 선적되고 보관될 수 있는 RNA백신이라고 해도, 냉동고를 위한 전력공급이 불확실하고 드라이아이스가 부족한 저개발국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만들었기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자체 백신을 개발, 생산, 유통해 본 경험이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에 기대를 걸어본다. 단백질 배양과 정제 과정을 거쳐 안정화된 항원백신이란 점에서 높은 안전성을 지닐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BP2001’의 임상1상 시험계획을 식약처로부터 23일 최종 승인받았다. 유바이오로직스도 곧 임상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도 안전한 백신을 어서 빨리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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