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세엘진 함태진 대표이사가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한국의 역량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은 연구자와 병원 등 임상시험 수행능력이 월등한 아시아 리딩 국가라고 했다.
함 대표이사는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글로벌 제약사 세엘진이 바라보는 한국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회사의 경영목표는 가장 비극적인 의약품 부작용 사례로 꼽히는 ‘탈리도마이드’를 재탄생시켰던 초심을 강조했다. 신약개발을 위한 ‘용기 있는 투자’가 세엘진과 본인의 포부이자 목표라는 것이다.
다음은 세엘진 대표이사로 선임된 지 8개월여 지난 함태진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8개월간 세엘진코리아에서 근무한 소감은 어떠한가.
세엘진코리아에 지난해 9월 1일자로 발령 받아 취임한지 8개월 정도 시간이 흘렀다. 취임 당시에는 대만과 한국 지사 대표이사를 겸임하다가 올해 3월 1일부터 대만 지사를 다른 분께 넘기고 한국 지사에 전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벌써 8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느낌보다 이제 막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전에 근무했던 미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은 철두철미하고 신속한 업무 처리, 근면성실함 등이 강점이다. 세엘진 코리아 임직원들 역시 이러한 역량들을 바탕으로 한국에서의 사업을 잘 이끌어 왔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잘 발전시켜 온 회사를 앞으로 어떻게 더욱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세엘진의 포트폴리오와 향후 주력 파이프라인은 무엇인가.
세엘진은 혈액암, 고형암, 면역∙염증 질환이라는 세 가지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원래 희귀질환인 다발골수종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회사가 설립됐다. 이후 이 분야의 더 나은 신약들을 개발하면서 혈액암 분야의 강자로 빠르게 성장했다. 다발골수종 치료제인 '레블리미드'와 '포말리스트' 등,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치료제 ‘비다자’, 재발성 및 불응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Acute Myeloid Leukemia) 치료제 ‘아이디파’ 등이 출시됐다. 그 밖에도 림프종, 골수섬유증(myelofibrosis) 등 새로운 분야로 계속 파이프라인을 넓혀가고 있다.
고형암 영역에서는 ‘아브락산’이 유방암을 시작으로 췌장암, 폐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새로운 PD-1 저해제를 다양한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면역‧염증 질환 분야에서는 건선, 건선성관절염, 다발성경화증, 크론씨병과 같은 질환들을 위한 신약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CAR-T 치료제 등 차세대 유망기술로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에도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다가올 10년, 20년 후를 준비하고 있다.
-세엘진은 한국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최근 본사에서 전세계 시장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했다. 세엘진이 ‘향후 비즈니스를 어느 국가에서 장기적이고 집중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가’ 즉,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국가는 어디인가’를 내부적으로 검토한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순위가 매우 높게 나왔다. 보통 미국, 일본, 유럽 주요 5개국과 캐나다를 내부적으로 ‘G8’이라 칭하는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한국이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세엘진 내에서 한국이 글로벌 전체 순위로는 11위이며, G8을 제외한 시장(세엘진 내부 용어로는 ‘International Market’)에서는 한국이 Top3다. 글로벌 시장 내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포함된 것을 뜻한다. 즉, 세엘진이 한국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은 한국을 중국 진출을 위한 기점 정도로만 생각한다. 세엘진에서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나라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있어서 매출 잠재력이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세엘진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관점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인구가 한국보다 절대적으로 많은 국가라면 해당 국가의 비즈니스적인 잠재력은 한국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세엘진이 국가들을 비교할 때는 비즈니스 규모와 성장가능성에 더해 해당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연구개발 역량, 인프라의 질적인 우수성 등도 함께 고려한다.
이는 세엘진이 연구개발(R&D)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세엘진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돈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이에 ▲연구개발 측면에서 얼마나 질적으로 우수한가 ▲연구개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가 ▲해당 국가의 연구자들이 얼마나 수준 높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가 등도 중요한 평가요소다.
한국, 특히 서울은 임상시험의 양과 질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미국의 휴스턴과 대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엘진의 파이프라인이 급격히 커 가면서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 임상시험을 수행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제가 되고 있다. 세엘진코리아는 한국의 연구기관과 임상연구자들의 우수성을 본사에 지속적으로 소개해왔다. 그 결과 초기 임상시험 (early phase trial)을 포함해 점점 더 많은 임상연구가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진출한 지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속에서 가파른 성장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본사에서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제고됐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과 포부에 대해 한 마디 해 달라.
세엘진은 미지에 맞서는 용기를 가진 회사다. 세엘진이 추구하는 가치 중 ‘미지에 맞서는 용기(Courage to face the unknown)’가 있는데 세엘진이 창립된 배경과 현재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보면 이러한 가치를 꾸준히 실천해 가는 회사임을 알 수 있다.
과거 임산부들의 입덧 치료제로 사용되던 탈리도마이드는 기형을 유발하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퇴출당했던 비극적인 약이었다. 그러나 세엘진을 창립한 과학자들은 퇴출당한 끔직한 부작용이 있는 약물을 마땅한 치료방법이 없는 희귀질환의 치료제로 개발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이는 세엘진이 설립되는 계기가 됐다.
회사 설립 후 30년이 지나 세계 '톱(top) 20' 제약사로 성장한 이후에도 매출액의 40%를 R&D에 투자한다는 것 역시 엄청난 용기다. 우리 회사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글로벌 제약사 평균의 두 배를 상회한다. 이는 우리 회사가 탄탄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밑거름이 됐다. 세엘진을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키워드는 ‘용기’이다.
세엘진코리아 대표로서 앞으로도 한국의 많은 분들이 ‘세엘진은 환자들을 위해 신약 개발에 힘 쓰고 있는 용기 있는 회사’라는 인식이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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