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화. 들쭉날쭉한 외상센터 지원금
‘이국종 교수’로 대표되는 권역외상센터는 중증 외상 환자들을 응급 처치부터 수술까지 전담하고 사회와 의료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한국의 필수의료 홀대 현상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 년 전, 이국종 교수의 여러 영웅적인 활약 덕분에 열악함을 넘어선 처참한 외상센터와 의료진들의 현실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냈다. 관련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정치인들이 외상센터를 방문했고, 사진을 찍었고, 국정 감사에서 담당자들을 질책했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과연 변화가 있었을까.
2020년 국회예산정책처는 전국 권역외상센터의 지원 예산 31억원을 삭감했다. 예산을 삭감한 이유는 2019년 지원금 중 30억원 가량이 불용처리됐기 때문이다. 책정된 지원금을 쓰지 못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인건비가 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획했던 17개 권역외상센터 중 일부는 계획한지 6년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못했다. 현재 외상센터 의사 정원 234명중 실제 일하는 의사는 180명에 불과하다. 올해 추가 인건비 예산이 삭감됐으니, 이제 추가 인력을 구해 의료진의 과도한 업무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희망도 사라졌다. 이렇게 되면 인력난의 악순환은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지원금 삭감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7년에도 국회는 외상센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시들해지자, 똑같은 이유를 문제 삼아 예산을 삭감하려 했다. 이렇게 대중의 관심도에 따라 매년 지원 예산이 들쭉날쭉하니 일자리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고, 사람들이 이런 일자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외상센터 인력을 '생색내기용 1회용품'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데 누가 이걸 믿고 자신의 몸을 던질 것인가.
외상센터에 대한 현실도, 진단도, 해결책도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다. 사람이 구해지지 않는다면 부족한 부분을 더 보완해 일할 사람을 유인할만한 매력을 갖추는 게 옳은 일 아닌가?
이국종 교수는 2017년 12월, 국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상 센터의 현실에 피눈물이 난다.”
그리고 2년 뒤, 10월 국정 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외상센터가 문 닫을 이유 30여 가지가 있다.”
2020년 그는 희망적인 말을 할 수 있게 될까. 들쭉날쭉한 지원금, 31억원 삭감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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