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화. 여전히 남아있는 원격의료의 위험성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원격의료를 정부 핵심 육성사업으로 지정하고 이를 강하게 밀어 붙였다. 당시 정부는 원격의료의 도입 목적으로 의료 접근이 어려운 격오지 거주자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등에 효율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내세웠다.
하지만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4월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의료를 규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4대 중점 저지 악법’으로 꼽으며 당시 정부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원격의료가 현재의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한 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몇몇 대기업과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영리화가 시작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우려를 바탕으로 2만여명의 의사들이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2020년, 당시 야당이었던 정당은 집권 여당이 됐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논의되면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름을 ‘원격의료’에서 ‘비대면 의료’로 바꿔서.
2015년에 비해 2020년에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5G 시대가 열렸고 각종 스마트 의료기기들이 등장했으며, 비대면 화상 서비스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발전되고 확산됐다.
서비스 제공의 편의성, 확장성이 좋아졌을지는 몰라도, '의료'라는 서비스의 본질과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 그리고 당시 야당이 주장했던 원격의료의 위험성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것이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한 정책이 원칙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단순히 정쟁을 목적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거나 이권 문제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름을 바꾼다고 본질도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여당은 이름뿐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본인들이 그때 지적했던 원격의료의 위험 요소들을 어떤 식으로 보완해 나갈지, 청사진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아직 나는 바뀐 단어 외에 그 어떤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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