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5.11 07:57최종 업데이트 20.05.1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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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 공공의대법 추진·공공의료 예산 확충으로 가나

정부와 의료계 갈등 예고 "공공의료 개념부터 재정립하고 민간의 공공의료 역할 인정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향후 국내 공공의료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감염병 대응의 일차 방어선으로서 공공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공의료 투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병상 수는 12.3개로 일본(13.1개)에 이어 세계적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7개에 비해 급성기 병상의 과잉이 우려될 정도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를 살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같은 해 기준 인구 1000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1.3개로 꼴지 수준이며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 비율도 5.7%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 같은 맥락에서 공공의료의 대폭적인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윤태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달 22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대비해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라고 밝혔다. 향후 공공의료가 사회 안정망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와 재정적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정부는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환자 진료를 위한 의료기관 역할 재정립 등 단기대책에 이어 장기적으로 공공의대법 등 통과를 통해 공공의료인 확대 양성, 공공의료 예산 확충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첨예한 갈등이 뒤따랐던 정책에 또 한차례 갈등이 예상된다.  
 
 
사진=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공의료 확대 찬반여론 양립…핵심은 '공공의대 설립' 여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7일 오전10시 국회 앞에서 공공의과대학 설립법 통과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정부 공공의료 강화 정책 찬반여론의 핵심은 공공의대법 통과여부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공공의대 설립을 강행했지만 지난해 1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보류됐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자구수정안을 내놓으면서까지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도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근거 중 하나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준섭 복지부 공공의료과장은 "공공의대 설립은 코로나19 사태로 붉어진 역학조사관 등 의료인력 부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공공의대 졸업 후 10년간의 의무복무기간를 기준으로 합산해보면 누적 500명의 역학조사관이 충원될 수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지자 국가가 공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의사 부족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게 됐다"며 "정부는 2차 유행 시에도 선량한 의사 개인들의 자발적 헌신이나 군 의료인력 동원으로 공적 보건의료 인력체계를 대체하려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운동본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고 의대 졸업생 수도 인구 대비 OECD 평균의 절반밖에 그친다. 이조은 참여연대 간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간 중심의 상업적 의료 시스템 속에서 상당 수 의사들이 의료 취약지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기보다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돈벌이가 쉬운 분야로 쏠려있는 실정"이라며 "공공의료 인력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공공 교육기관에서 의사를 양성해 공공의료기관에서 상당 기간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수"라고 말했다.
 
안치석 대한의사협회 공공의료TF 단장

그러나 의료계는 근본적으로 공공의대 설립이 공공의료 건전화를 위한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치석 대한의사협회 공공의료TF 단장(충북의사회장)은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자체가 잘못돼 있으니 잘못된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며 "국공립의대 교수와 의사만 공공의료에 기여하고 사립대병원 교수와 의대정원은 공공의료에 기여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즉 국공립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과 병상만 공공의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공공의료 강화 정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안 단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만 봐도 대구동산병원 등 민간의료기관이 적극 참여해 환자 치료에 동참했다"며 "이외에도 민간병원의 참여로 필요한 병상수 확보와 의료진 부족 문제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의협 공공의료TF는 국공립병원 확대와 공공의료에 기여하는 민간의료기관의 역할이 함께 인정받아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공병원과 민간의료가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민관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진정한 의미의 공공의료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안 단장은 "현재 국내 모든 의료기관들이 정부의 건강보험체제 안에 포함돼 있어 사실상 공공부문에도 참여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을 위한 필수의료와 만성질환관리 등 공공의료의 역할을 민간병원들이 다수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공립병원 병상수와 인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정부는 공공의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의 역할도 인정해야 한다.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건강한 공공의료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의료 강화 장기적 대안: 재정적 투자‧시스템 구축 

장기적 관점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반면 정부의 공공의료정책을 반대하는 견해도 존재한다. 민간의료가 90%의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강화대책을 논의하다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강재 보건의료연구센터장은 "국립대 병원과 지역 거점 공공병원의 음압병상 수 확대와 이동형 음압기 일정 대수 이상 확보 등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손실은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립 동부병원 김석연 원장은 "우선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례로 현재 서울시 예산 중 복지예산은 조 단위로 투입되지만 보건예산은 복지예산의 10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메르스 이후 감염병 대책에 대한 인프라 구축은 어느정도 달성됐으니 투자 확대와 더불어 체계와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정부가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재욱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의료서비스를 공공부문이 주도했느냐"라고 반문하며 "이제 와서 공공의료 때문에 코로나19가 극복됐다며 공공의료를 강화하자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방역 정책과 의료서비스의 주체는 구분해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어떤 평가 근거로 정부가 공공의료를 강화하겠다는 것 인지 의문이다"라며 "방역 정책은 정부와 공공의료기관이 담당하되, 의료서비스는 공생 구조로 하는 것이 맞고 이번에도 민간 의료기관이 적극 돕지 않으면 코로나19를 극복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공의료기관이 방역 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맞지만 실질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은 민간과 공공의료가 함께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어떤 정책을 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치석 의협 공공의료TF 단장도 "현재 이뤄지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지원방안도 크게보면 공공의료확충을 위한 대책 중 하나"라며 "민간의료와 공공의료를 이분법적으로 나눠 대책을 세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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