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미국의 원격의료 도입 취지와 달리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내 원격의료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향후 또다시 닥칠 수 있는 감염병 등 팬데믹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원격의료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다만 의료분쟁 시, 책임소재 여부 등 다듬어야 할 부분도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세영 교수(디지털헬스케어 연구사업부 실무담당 교수)는 25일 '비대면 의료서비스‧디지털 치료제 사업모델과 실증사례 및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장소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커 의료접근성 확대의 필요성 등에 의해 원격의료가 도입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장소적 제약이 덜할뿐더러, 오히려 1차의료기관의 몰락과 지방 중소병원의 폐업 가속화 등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우려가 더 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의료서비스의 품질 저하 우려와 의료 영리화 전개 등 문제도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 때문에 원격의료 실현을 위해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1차 의료기관 지원 등 의료전달체계 유지를 위한 정책적 보완과 신개념 의료서비스에 대한 의무사항 및 보험 등 신규 가이드라인 수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보안 강화와 대면진료 대비 의료서비스 질 저하도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코로나19 3차 유행이 도래하고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현재, 원격의료 도입은 좀 더 전향적으로 그 필요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봤다.
원격의료 특히, 원격모니터링 등 비대면으로 환자를 진찰하고 추적, 관찰할 수 없다면 수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정 교수는 "생활치료센터로 예를 들어보면 굉장히 많은 경증환자들이 격리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이때 특별한 증상은 없으나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꽤 많다"며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들을 모두 대면으로 진료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에선 환자 증상과 바이탈 사인 등 의료데이터가 원격으로 모니터링되고 이 같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병원에 위치한 교수 컴퓨터로 전송된다.
이 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생활치료센터는 입소 환자의 상황과 의료적 소견을 효율적으로 지속해 업데이트할 수 있고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 교수는 "현재 생활치료센터에 적용되고 있는 모델을 자택 격리 상황에 똑같이 적용하면 격리 중인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적절한 위급상황 대응이 가능하다"며 "미국 존스홉킨스의대는 이미 원격모니터링 장비를 일반 가정집에 배치하고 원격으로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을 제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곧 이런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는 당장 전향적으로 추진되는 커뮤니티케어에도 접목될 수 있다"며 "원격의료는 만성질환자와 노인환자 등 굳이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스크리닝하는 것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적합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미 우리나라 일부 병원들은 병원의료정보시스템, 실시간 원격모니터링 대시보드 시스템 등 원격의료가 가능한 IT 기술을 갖고 있다"며 "이는 원격의료를 위한 것은 아니지만 기술 혁신을 위해 도입돼 있는 상태다. 우리 병원도 이미 2014년 이런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정책이 언제 법제화될진 모르지만 정부의 의지와 더불어 이해당사자간 합의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코로나19에 한정해 시행되고 있는 전화상담과 처방 등 제도에 대해서는 좀 더 전향적이고 구체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책임소재가 모두 병원에 떠넘겨져 있어 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전화처방 서비스를 시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우리병원도 정부 허용 이후 전화상담 이후 처방전을 팩스로 보내주는 등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원격의료에 따라 의료분쟁이 일어났을 때 모든 책임을 의료진과 병원이 알아서하라는 정책 때문에 병원도 방어적으로 단순한 만성질환자 반복처방 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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