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11.04 12:17최종 업데이트 21.11.3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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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전공의 80% "사직 생각해봤다"...과도한 업무량 등 원인

외과학회 설문조사 발표 "책임지도 전문의 면담 일정 역할, 병원·정부가 근본적 문제 해결나서야"

좌측부터 경희의대 민선영 교수, 연세의대 한대훈 교수, 가톨릭의대 김동진 교수, 동아의대 박은화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외과 전공의 10명 중 8명이 사직을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업무량과 낮은 삶의 질 등이 주요 이유였는데 책임지도 전문의의 면담과 함께 장기적으론 병원, 학회, 정부 등이 외과 전공의들이 겪는 근본적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희의대 외과 민선영 교수는 4일 서울 스위스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외과 전공의, 책임지도 전문의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직을 생각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한 전공의들의 비율은 78.6%로 대부분이 병원을 떠나는 것을 고려해봤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이 사직을 고려했던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것은 업무량 과다(48.5%)였으며, ▲타과 대비 낮은 삶의 질(40.8%) ▲피교육자가 아닌 노동자로만 여겨지는 상황(40.8%) 등도 사직을 고려하게 하는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책임지도 전문의들은 이처럼 많은 전공의들이 사직을 고려해본 경험이 있단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원의 25% 이내의 전공의만 사직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답한 책임지도 전문의의 비율이 61.9%로 가장 높았으며, 전체 인원의 50% 이내라고 답한 비율이 33.3%로 뒤를 이었다.
 
전공의들이 사직을 고려하는 이유에 대해 책임지도 전문의들이 추측한 내용도 실제 전공의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었다. 개인의 성향과 다른 업무(47.6%) 문제 때문일 거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실제 해당 문제로 사직을 생각해 본 전공의의 비율은 22.3%에 그쳤다.
 
사직을 고려하는 전공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임지도 전문의의 면담에 대해서도 전공의와 책임지도 전문의간 인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지도 전문의들은 면담이 계획돼 있을 때 전공의들이 ‘별 생각없을 것(하라니까 한다)’이라고 답한 비율이 66.7%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지만 실제로 동일하게 답한 전공의들의 비율은 48.5%로 큰 차이를 보였다.
 
면담 후 문제가 해결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책임지도 전문의 57.1%가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전공의들은 54.4%가 면담을 통해 문제가 해결된 적이 없거나 거의 없다고 답했다.
 
면담이 필요할 때 쉽게 면담 요청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95.2%로 거의 대부분의 책임지도 전문의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전공의들은 60.2%만 그렇다고 답해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들은 면담 후 실제로 도움이 되는 사안과 관련해선 ▲업무강도(30.1%) ▲근무시간 준수(28.2%) ▲타과와의 업무상 문제(28.2%)를 꼽았으며, 책임지도 전문의들은 ▲업무강도(57.1%) ▲근무시간 준수(57.1%) ▲타직능과의 문제(57.1%)라고 답했다.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인 부분은 교수-전공의 사이의 문제 해결 여부였다. 전공의들은 교수와의 문제가 면담을 통해 해결됐다고 답한 비율이 18.4%에 그쳤지만 책임지도 전문의들은 33.3%가 해결됐다고 답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 나선 외과 책임지도 전문의들은 번아웃에 몰린 전공의들을 지원하기 위해선 책임지도 전문의의 면담 차원을 넘어 병원,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아의대 박은화 교수는 “업무가 힘든 문제는 보상 등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내부적으로 소통과 수평적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가는 생각해봐야할 부분”이라며 “아닌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전공의, 전공의의 이야기를 경쳥해줄 수 있는 교수, 그런 교수의 결정을 존중해주는 병원 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가톨릭의대 김동진 교수는 “전공의들은 환자들을 수술하는 과정 등에 관여하면서 업무강도가 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서류작업 등 형식적인 작업에 치여 환자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며 “전공의들이 의료적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대 한대훈 교수는 “큰 병원의 경우 수십명의 전공의들이 있는데 책임지도 전문의가 이들을 다 케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결국 전공의들이 번아웃 되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원인을 파악하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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