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Follows the Person(MFP, 정책이 사람을 따라간다)’는 미국 메디케어 메디케이드센터(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 CMS)에서 수행하는 사업명이다. ‘MFP’의 목적은 팽창하는 공적 의료비용을 줄이고 증세로 인한 행정부의 정책 지속성 위협을 줄이기 위해 나왔다.
필자는 2010년 당시 미국 미시간주에서 ‘MFP’ 사업평가를 수행했다. MFP는 정부가 내세우는 것과 반대로 ‘사람이 정책(=Money)을 따라간다(The Person Follows Money, PFM)‘는 생각이 들었다.
진찰료 방식 5단계에서 2단계로 세분화
초진 45달러→43달러/76~211달러→134달러, 재진 22달러→24달러/45~148달러→92달러
진찰료로 MFP의 예를 들어보고자 한다. 미국 CMS에서 외래 및 입원 진료에 대한 의사 진찰료 정산방식은 행위별수가(Fee for Service) 중에서 환자당 진료시간에 비례한 방식, 즉 시간급여(timed-billing)방식으로 바뀌었다. 한국에서 아직 생소한 시간비례 방식은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Max Weber. The Protestant Ethic and the Spirit of Capitalism. Germany. 1905’에서 분석한 것을 적용했다. 미국은 영국에서 독립하는 18세기 후반부터 벤자민 프랭클린을 비롯한 청교도적 사회 문화를 통해 시간 개념을 노동에 적용해 급여를 산정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진찰료의 시간급여 방식은 1997년에 정해진 Evaluation and Management(E/M) 방식에 의해 진료시간을 5등급으로 정해놓고 진찰료를 의사에게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물론 환자 중증도를 접목해 진료시간으로만 진찰료가 전적으로 산정되지는 않지만 미 CMS는 각 등급마다 최소 면접(face-to-face encounter) 시간을 권장하고 있다. 시간이라 하면 간호사가 생체징후를 체크하는 시간부터 의사가 면담을 끝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합한 경우다. 가급적 동시간에 환자를 보는 초과예약(overbooking)을 삼가도록 권장한다.
미 CMS는 늘어나는 장애 노인 인구수와 이들의 수명 증가로 인한 공적부담을 덜고자 진료비 지급방식(physician fee schedule)을 행위별 수가에서 가치 기반 진료(value-based purchasing 또는 pay for performance) 방식으로 바꾸는 과도기에 놓여있다. 이에 따라 현행 진료시간 5등급 차등지급을 2021년부터 초진과 재진 모두 2등급 차등으로 단순화할 예정이다.
달라지는 진찰료 기준을 보면 초진료는 10분에 45달러에서 2021년 43달러로 조정하고 20분 기준 76달러에서 60분 기준 211달러까지 5단계를 134달러로 조정한다. 재진은 5분에 22달러에서 24달러로 인상하고 10분에 45달러에서 40분에 148달러까지 5등급을 92달러로 통합한다.
미 CMS는 2021년부터 질평가 항목(Quality Payment Program) 평가 결과를 수가에 7% 가감 적용한다. 포괄수가제 등을 포함한 대안급여모델(Alternative Payment Model)을 택하면 1년치 진료비에 5%를 추가하는 정책을 도입한다.
"진찰료 조정은 중증 환자 기피" 미국의사협회(AMA) 반발
이번 진찰료 등급 조정을 두고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을 비롯한 각 의학회 및 지역의사회에서 반발이 심하다. 진료시간이 가장 짧은 10분은 그대로 두고 20분~60분 진찰료를 같에 책정하면 중증 환자 회피 현상이 생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지난해 10월 미국의사협회지에서는 2013년 미 CMS에 청구된 전수 진료비 조사 분석 결과를 반대 근거자료로 제시했다(Callaghan BC, et al. JAMA Neurology. Online October 31, 2018). 그림1처럼 내과계가 외과계보다 환자당 청구된 시간 급여가 높은 수준이라는 실측조사(empirical assessment)가 나와있다. 2021년 새로운 진료비 급여 기준을 적용할 때 발생하는 예측조사를 보면 그림2처럼 내과계 의사 수입 감소와 외과계 의사 수입 증가 결과가 보이고 있다.
한국 역시 15분 심층진료 시작으로 시간급여 개념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점차 행위별수가 제도에서 가치 기반 지불제도 중심 정책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 대책 협의조건으로 진찰료 30% 인상과 처방료 부활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과 미국 공통적으로 노인 인구 증가와 기대 수명 증가로 공적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대 미국 의료정책연구 선구자인 아베디스 도나베디언(Avedis Donabedian)이 예측한 대로 미국 CMS는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효율성을 우선 순위로 한 건강보험 지불 제도를 의료현장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노인 진료에 나서면서 이러한 정책 방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확신한다.
환자 만족도에 대한 평가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의료정책 효율성과 공급자 및 소비자 만족도는 언제나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미 CMS는 점차 환자 만족도를 진료의 질 평가 항목에서의 우선 순위로 올리고 진료비 산정기준에 적용하고 있다. 이런 정책을 보면 의사들이 마치 삐에로가 되어 끝도 없는 저글링을 하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든다. 한국 의료계가 진찰료 산정과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바라볼 때 이 점을 참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의 공동저자는 네바다주립의대 보건대학원 의료행정정책과 김진주 교수와 고대의대 흉부외과 황진욱 교수입니다. 황 교수는 지난해 8월부터 네바다주립대 보건대학원 의료행정정책과에서 방문교수로서 미국 폐암환자 진료의 질평가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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