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대한핵의학회 회장 "방류 오염수 국내에 미칠 영향 사실상 제로"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일 최종보고서를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놨지만, 국내에 미칠 영향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기는커녕 정치권을 중심으로 더욱 격화하는 모습이다.
일본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에 폭발 사고가 발생한 이후,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정화해 원전 부지 내 1000여개의 탱크에 저장해왔다. 하지만 탱크의 만재 시기가 다가오면서 올 여름부터 2051년까지 28년간 약 130만톤의 방사선 오염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국민들 대다수는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일보가 지난 5월 말 진행한 대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84%의 응답자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했다. 지난달 3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오염수 방류가 걱정된다는 의견이 78%에 달했다. 다만 진보층은 걱정된다는 의견이 98%, 보수층은 57%로 정치적 성향에 따른 온도차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은 극명하게 양분됐다. 야당 의원들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무기한 ‘단식’을 진행 중이고, IAEA의 보고서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근거없는 선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수산물 ‘먹방’을 이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국민들의 이목은 전문가들에게 쏠린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강건욱 교수(대한핵의학회 회장)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우려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강 교수는 지난 2015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직접 일본으로 시찰을 다녀오기도 했으며, 2013년부터 8년간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의료분과 위원으로 국제 방사선안전기준 및 가이드라인 제정에 참여한 해당 분야 전문가다. 지난 2021년에는 최근 우리나라를 찾아 “정화한 후쿠시마 오염수라면 1리터라도 마시겠다”고 말해 주목받은 웨이드 앨리슨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의 저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를 번역해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강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영향으로) 연간 선량 기준치인 1밀리시버트가 되려면 우리 해역에선 6250억년 노출이 돼야 하고, 알프스로 방사성 물질이 걸러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6억년은 노출돼야 한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상에서도 이미 각종 방사성 물질 노출…알프스가 제 기능 못해도 문제 없어
Q.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오염수를 방류해도 국내에 영향이 없을 거라고 보는 이유는 뭔가.
일본이 알프스를 통해 오염수를 처리하면 남는 물질은 삼중수소인데, 지금도 서울시민 소변을 검사하면 1~2베크렐 정도의 삼중수소가 나온다. 평소에도 삼중수소가 물이나 음식물 섭취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다. 지금 오염수 정도의 수준을 갖고 인체에 위해하다고 하면 우리는 물도 못 먹는다. 게다가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농도는 바닷물에 희석되고 나면 우리가 마시는 물에 들어가 있는 농도의 100만분의 1 수준이 된다.
결론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우리 해역에서 국민들이 1밀리시버트 정도를 받으려면 6250억년 동안 노출이 돼야한다. 생선을 섭취하고, 해수욕을 하면서 바닷물을 삼키는 등의 상황을 모두 감안해 계산한 수치다.
Q. 1밀리시버트가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는 기준치인가.
사실 1밀리시버트는 유해한 수준도 아니다. 100밀리시버트는 돼야 인체에 유해한데,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준치를 100분의 1수준으로 낮춰서 잡아놨다. 그렇게 보면 실제 우리가 위험할 수준의 유해한 영향을 받기까지는 6250억년의 100배, 즉 62조년이 지나야 한다. 우리가 받는 영향은 사실상 '제로'라고 보면 된다.
Q. 알프스가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알프스로 거르지 않더라도 우리 해역에는 문제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가 있었던 2011년부터 2년간은 알프스도 없는 상태에서 삼중수소는 물론이고 플루토늄, 스트론튬 등이 바다로 쏟아져 나왔다. 그래서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는 생선 중 일부는 방사성 물질 농도가 높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지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거대한 태평양을 돌고 우리 해역에 올때 쯤이면 희석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매년 방사성 물질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동해, 서해, 남해의 여러 지역에서 측정한 수치를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하는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변화가 없다. 특별히 동해에서 더 높은 수치가 나오지도 않는다. 그리고 사실 전 세계 해역 어디를 측정하더라도 플루토늄은 검출된다. 100만 분의 1베크렐 수준으로 나오는데, 과거 미국과 소련의 핵실험 영향이다.
2015년 일본 시찰 시에도 상호 검증…기준치 '180배' 세슘 우럭은 제한 구역서 나온 것
Q. 2015년에 직접 일본 시찰도 다녀온 것으로 안다.
시찰단이 두 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했다. 후쿠시마에 직접 다녀온 이들도 있었고, 나는 2차팀에 소속돼 아오모리, 홋카이도 등을 방문했다. 당시 해당 지역에서 잡은 생선을 어항에서 내리자마자 시찰단이 절반을 가져왔고, 나머지 절반을 일본 수산청에서 가져가 방사성 물질을 상호 검증했다. 2015년만 해도 이미 방사성 물질 기준치를 초과하는 생선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Q. 최근에 후쿠시마 인근 바다에서 기준치의 180배인 1만80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된 ‘세슘 우럭’이 나왔다.
우럭을 잡은 곳은 원전 구역의 내항으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다. 거기는 지금도 오염돼 있고 오염이 진행 중이다. 다만 오염된 고기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그물을 통해 막아놓은 상태다. 그 정도 피폭된 것으로는 큰 문제가 없기도 하다. 우리가 선량 기준치를 워낙 낮춰서 잡아놨다. 기준치를 180배 초과했다고 우럭 등의 생물이 죽거나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하지도 않는다.
나는 방사선 핵물질로 환자를 치료하는 핵의학자라 환자들에게 100억베크렐씩 주면서 치료한다. 그래도 다들 완치돼서 문제없이 생활한다.
Q. 후쿠시마 앞바다의 물을 평형수로 사용한 선박이 우리나라 해역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후쿠시마 원전의 10km 이내의 경우 다른 곳보다 방사성 물질이 10배 정도 더 높은 곳이 있다. 그런데 그런 지역은 통제 구역이고 거기를 벗어나면 희석이 되면서 일반 바다 수준과 같아진다. 배들이 평형수를 넣고 빼는 곳은 후쿠시마 원전의 영향권 밖이라 문제가 없다.
막연한 공포 대신 과학 믿어야…정치권의 무책임한 쟁점화 '비윤리적'
Q.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80% 정도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공포 때문에 자기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원시시대에는 그런 공포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사람을 살렸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과학을 믿어야 한다. 미신과 같은 공포를 믿으면 오히려 더 해롭다. 바닷물이 위험하니까 해산물은 안 먹고 육류만 먹겠다고 하는데, 붉은색 육류는 알려졌다시피 발암 물질이다. 암이 무서워서 발암물질을 먹는 셈이다.
특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런 식단을 강요하는 건 큰 문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학교 급식에서 생선이 빠졌다. 일부 학부모들이 반발했기 때문인데, 자기 아이들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의 아이들까지 생선을 못 먹게 만들었다.
물론 내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사람들은 당분간 수산물을 먹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것도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6~7년 지난 뒤에 우리 해역으로 오는 게 대부분인데, 아마 그 때쯤에는 사람들이 지금의 논란은 다 잊어버릴 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그랬다. 그해 수산업이 1년간 엄청나게 타격을 받았지만, 그 다음 해가 되자 회복됐다. 6~7년 지났을 때 쯤에는 다들 아무 생각 없이 수산물을 먹었다. 사람들이 합리적이지만은 않다.
Q. 일본이나 IAEA가 아닌 우리 정부가 직접 후쿠시마 오염수를 검증할 수 있다면 국민들이 더 신뢰할 수 있지 않을까.
이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국제 검증단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김홍석 박사가 포함돼 있다. 그래서 IAEA 보고서 안에는 우리 데이터도 포함된다. 우리나라 외에도 교차 검증을 위해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이 측정한 데이터가 최종 보고서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 결과가 나오더라도 어차피 반대할 사람들은 반대할 것이라고 본다. 거기에는 IAEA와 별도로 중국 측 사람도 포함돼 있다. 일본과 정치적으로 거의 적국인 중국도 포함됐는데 이를 믿지 못하겠다면 더 이상 어떻게 하겠나.
Q.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국민의 건강 문제를 정치 쟁점화시켜서 이익을 보려하는 건 비윤리적이다. 국민들에게 피해가 없는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이번 건은 정치 쟁점화로 실제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있다. 어민, 농수산물 유통업자,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경제적 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없다. 또 피폭 우려 때문에 생선을 안 먹고 육류를 더 먹게 되는 사람들에게도 건강상 악영향을 줄 거다.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더 나쁜 선택을 하도록 정치권이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독일, 그리스 등에서 의사들이 낙태 시술을 많이 했다. 사고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실제로는 영향권이 아닌 지역들인데도 그랬다. 당시 의사들이 방사능에 무지한 탓도 있었다. 산모들이 병원을 찾아서 태아가 피폭된 것이 아닌지 물으면 의사들은 낙태를 해줬다. 이런 식으로 이뤄진 낙태가 10만~20만건 정도 된다. 과도한 공포에 사로잡힌 지금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사안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답이 나온다. 정치인들도 ‘다음에 내가 당선될 수 있을까’ ‘우리 당이 집권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 하면 정답이 없어진다. 그러면 이쪽 당에 있을 땐 이 얘기했다가, 저쪽 당에 있을 땐 또 다른 얘기를 해야 한다. 국민 입장에서 어떤 게 유해하고 무해한지만 놓고 보면 정답은 무조건 나온다. 지금 오염수 문제도 정답은 있다.
사회 바꾸고 싶어 민감한 사안에 목소리…"앞으로도 수산물 열심히 먹을 것"
Q. 의료계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의사 집단이 원래 '샤이'하기도 하고 나와 상관 없는 일에는 끼어들지 않겠다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 광우병 때도 비슷했다. 전문가인 의사들은 거짓인 줄 알면서도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환자 진료나 하면 되지, 굳이 과학적으로 올바른 얘기를 하겠다고 나섰다가 몰매를 맞을 필요가 있냐는 게 주변에 일반적인 의사들의 생각이다. 나는 사회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서 목소리를 내는 거다. 그래도 10년 정도 노력하면 사회가 조금씩 바뀌더라. 지금도 쉬지 않고 언론에 나가서 얘기하는 게 그런 기대 때문이다.
Q. 민감한 사안이라 항의 전화나 메일을 많이 받을 것 같다.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데 잘 안 본다. 최근에 라디오 생방송에 나갔을 때는 병원으로 항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하더라. 나는 방류 자체에는 반대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항의를 그렇게 많이 받는 편은 아니다. 물론 반대하는 이유는 오염수가 실제로 위험해서가 아니다. 국민들이 방류로 인해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고, 어민들도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요즘 어민들과 농수산물 유통업자, 수산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많이 하고 있다. 거기서 ‘여러분들이 반대하면 안 된다. 여러분들이 반대하는 순간에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친다는 뉘앙스를 준다. 오히려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끊임없이 얘기를 해야하고, 가짜 뉴스에 저항해야 된다’고 얘기했다.
어차피 정치적으로 양극단에 있는 사람은 어떤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 다만 중도층마저 너무 엉뚱한 방향으로 가서 건강을 해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우리 가족은 앞으로도 건강을 위해 수산물을 적극적으로 먹을 거라는 걸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