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4.09 06:00최종 업데이트 18.04.0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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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을 위한 알기 쉬운 유전체의학 지상 특강⑫

[칼럼]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

게놈산업의 발전과 규제 그리고 윤리적 이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에서는 유전체 의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유전학 박사인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김경철 부사장의 칼럼을 연재합니다.

<1편>  미래의학이 다가오고 있다 
<2편>  유전체 의학의 기초, 변이(variants)가 무엇인가?
<3편>  유전체 분석 방법, 플랫폼의 소개
<4편>  임상에 적용하기 (1) 질병예측(Prediction): 유전자를 통한 질병 예측은 근거가 있는가?
<5편>  임상에 적용하기 (2) 맞춤치료(Personalized)
<6편>  임상에 적용하기 (3) 정밀의료(Precision)
<7편>  암과 정밀의학 동반진단에서 액체생검까지
<8편>  산부인과 영역에서의 정밀의학
<9편>  장내미생물이 인간을 지배한다, 마이크로바이옴
<10편> 환경이 DNA를 바꾼다, 후성유전학
<11편> 나에게 맞는 음식과 영양, 영양유전체 ​
<12편> 게놈산업의 발전과 규제 그리고 윤리적 이슈
 (부록) 더 깊은 공부를 위한 게놈 사이트 및 해외 학회 소개

[메디게이트뉴스 김경철 칼럼니스트] 영화 가타카 (GATTACA) 

에단호크가 주연한 SF 영화 가타카. 1997년에 나온 영화는 벌써 처음 개봉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생생하다. 즉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태어난 완벽한 아이들이 사회의 지배 계층을 형성하고 자연 수정을 통해 태어난 아이들은 제 아무리 꿈과 열정이 있어도 더 이상 올라갈 자리가 없는 우성 사회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빈센트 (에반호크)는 심장 질환 발생률이 99%이고 기대 수명이 31살 밖에 되지 않는 불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나지만 형의 열성 유전자를 제거하고 완벽한 유전자를 타고 태어난 동생과의 수영 시합에서 승리한다. 이 영화는 아직 맞닥뜨리지 않았지만 유전자 기술이 발달한 사회는 축복 받은 사회라기 보다는 우성학에 근거한 차별이 존재할 것이고, 유전자는 개인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강한 편견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림 1) 영화 가타카 앨범 표지
이로부터 8년 뒤인 2005년에 나온 또 다른 SF 영화인 아일랜드에서는 더 나아가 복제인간을 다룬다. 장기 이식을 위해 생산된 복제 인간은 욕망을 위해 소비되는 상품처럼 취급된다.  극 중 복제인간 개발자 메릭 박사의 대사 한 마디가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윤리의식이 확립되지 않은 유능한 연구자의 위험성을 대변하는 대사다. 메릭 박사가 도덕적인 자책감으로 망설이는 고객에게 '이건 어디까지나 상품일 뿐입니다. 인간이 아니죠'라는 말을 건낸다. 

이처럼 미래 기술의 발달과 관련된 많은 영화와 미디어들은 그 기술 발달의 이면에 있는 인간의 욕망을 여과없이 투여함으로 새로운 윤리적 논쟁 수준이 아니라, 인간성 말살이라는 극단적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함으로 생명 과학의 발전에 대해 불안감과 두려움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과연 미래 의학의 발달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 것인가? 불행하게 만들 것인가?

그 영화들이 제작된 지 20~30년이 지났고, 앞서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예전보다 놀라운 기술의 발전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비록 아직은 완성된 수준은 아니지만, 유전체와 재생의학은 이제 의학 분야의 메인 스트림이 되고 있으며 일상에서 조금씩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우선 지금 현재의 상태에서 제기될 수 있는 윤리적 이슈들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것이 유전자 결정론, 유전자 차별, 유전자 우성 사회, 개인정보의 이슈 그리고 상업주의 등이다. 

유전자 결정론에 대해

윤리적 이슈들은 주로 대중적 관심이 있는 사건을 통해 제기된다. 2013년 6월 안젤리나 졸리가 뉴욕 타임즈에 기고를 통해 자신의 유방암 유전자 (BRCA) 변이가 확인됐고 질병에 걸리지 않은 상태에서 유방을 제거하고 보형물로 가슴을 재건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두고 논쟁을 했었고 지나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안젤리나 졸리의 경우 어머니와 이모, 외할머니가 각각 유방암과 난소암 등으로 사망했다. 안젤리나 졸리에게 이런 유방암과 난소암을 일으키는 BRCA 유전자에 변이가 있었고, 그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70%에 가까웠기에 어쩌면 그녀가 유방을 미리 절제하고 보형물 성형을 선택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그녀는 2년 뒤에 이번엔 자궁과 난소마저 절제했다. 난소암 확률 역시 60%나 됐기 때문이다. 가족력과 그녀의 유전자 결과에 따른 그녀의 선택에 대해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BRCA 검사가 유행처럼 확산됐고, 한국에서도 예방적 유방암 절제술이 크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유전자의 변이가 마치 운명론 혹은 결정론처럼 받아들여지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BRCA 유전자의 변이 경우, 매우 드문 현상이고, 유방암 환자에게서 조차 BRCA1,2의 변이가 각각 1~2%밖에 발견되지 않는 희귀 유전성 암이다. 대신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으면 높은 질병 발생률 (이를 투과율이라 부른다)이 생기며 이런 경우의 변이를, “드물지만 높은 투과율의 변이” (rare, but high penetrate)로 분류한다.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대부분의 암, 심혈관 질환, 치매, 골다공증 등의 만성질환들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같이 작용한다. 아래 그림 2)와 같이 환경적 요인이 더 큰 질환들이 대부분이다. 이 질환에서 말하는 유전적 요인의 경우에도, 한 두 개의 유전자가 아니라 적게는 수 개, 많게는 수백 개의 유전자가 관여하고 단일 유전자의 영향력은 낮은 수준이다. 예를 들면, 한 회사가 대장암의 유전적 위험도를 1.5 배라고 했을 때에도, 한국인의 대장암 평생 유병률(1.8%)을 곱하면 2.7%에 불과하다. 앞서 BRCA와 달리 이런 유전자 변이는 단일염기다형성(SNP)가 대부분인데 인구의 1% 이상에 변이가 있기에 매우 흔한 반면 투과율은 낮다 (common, but low penetrate). 이 조차도 꾸준한 생활습관의 개선, 좋은 영양 등으로 대장암의 발생률을 더 낮출 수 있다. 
 
그림 2) 유전과 환경에 따른 질병 발생
정리하면, 유전자 결정론의 경우 유전자의 변이가 있을 때 실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은 경우에 제기되는 윤리적 이슈이다. 거의 진단과도 같은 수준의 유전자 변이를 환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 지, 나쁜 지는 보는 관점에서 따라 다르다. 이는 산전 진단을 통해 다운 증후군을 일으키는 염색체 이상을 산모에게 알려주는 것이 옳은 지와 같은 이슈이다. 그러나 그 확률이 낮아질수록, 운명론 혹은 결정론의 이슈는 줄어든다. 더구나 그 확률을 낮추는 방법이 있는 경우에는 운명론의 힘이 약화되고 소비자의 알 권리와 자기 결정권이 더욱 힘을 얻을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종합검진 등에서 일반인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예측 검사는 단지 유전적 소인을 보는 정도이기에 이를 유전자 운명론으로 확대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유전적 소인을 미리 알고, 그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금연, 좋은 영양과 운동을 하는 등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유전자에 대한 소비자의 무지와 몰이해를 지속적으로 교육시키도, 동시에 회사들이 유전자 만능주의를 주장하며 유전자 지식을 오도하거나 유전자 결정론을 이용한 공포 마켓팅을 이용한 소비자의 구매를 일으키지 않도록 시장을 감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전자 차별의 이슈

2003년 완성된 휴먼게놈프로젝트에서는 초기에 이 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유전체사업이 갖는 윤리적, 법적, 사회적 함의(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 ELSI)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 는 데 연구 사업비의 3~5%을 할당하며 유전학 연구와 관련된 생명윤리 연구를 촉진시켰다. 과학 연구 사업 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사례다. ELSI 프로그램에서 는 유전정보의 활용과 관련된 프라이버시, 유전적 차별, 유전자 검사와 치료, 인지동의(informed consent) 를 포함한 인간 대상 유전학 연구와 관련된 윤리적 쟁 점, 이에 대한 교육 등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와 실천이 이뤄졌다. 

그 중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큰 우려가 되는 부분이 바로 유전자 차별(Genetic discrimination)이었다. 그 중 가장 현실적으로 잘 못 이용될 수 있는 영역이 보험회사와 결혼 정보 회사 등이다. 최근 보험 회사들이 개인의 유전자 데이터를 모으려 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은 단순히 패키지 상품으로 추가하고 있지만, 언제든 보험 회사들이 고객을 선택적으로 가입 혹은 차등 보험 적용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전에 예비 며느리를 검진을 시켜주겠다며 시어머니 되실 분이 유전자 검진까지 같이 해 달라고 했다. 다행히 (?) 예비 신부보다, 시어머니의 아드님께서 유전자 변이는 더 많았지만, 이런 난처한 상황은 곳곳에서 일어 날 수 있다. 이런 해프닝도 일반인들에게 유전자 변이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알려져 있기 때문이지만 회사들의 잘못된 마켓팅도 그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어떤 회사에서 내 놓은 제품 중에는 유전자 궁합을 보는 상품도 있었다. 

유전정보가 다른 어떤 정보보다 개인의 특성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예외적인 정보는 아닐지라도, 여전히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알게 된 유전자 정보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 낙인이 찍히거나 보험이나 고용 관계에서 차별을 받게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럽연합의 1989년 ‘유전자조작의 규범적, 윤리적 문제에 관한 결의’부터 구체적으로 유전자 조작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유네스코와 유럽연합, 유엔이 윤리적 문제를 검토하는 기구와 회의체를 형성했으며, 이를 토대로 국제협약과 의정서, 가이드라인이 제출됐다. 미국의 유전자 차별금지법(GINA: Genetic Information Nondiscrimination Act), 캐나다의 캐나다 권리와 자유 헌장(The Canadian Charter of Rights and Freedoms) 과 캐나다 인권법(the Canadian Human Rights Act)등이 유전자로 인한 차별법에 대한 규정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 등이 마련돼 유전적 정보노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차별을 막기 위해 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 즉 제 46조에서 ‘누구든지 유전정보를 이유로 교육, 고용, 승진, 보험 등 사회활동에서 다른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다.

이처럼 유전자 차별에 대해서 가능성은 존재하고, 또 관련 법규도 있지만 다른 윤리적 이슈와 달리 아직 뚜렷한 유전자 차별에 대한 사례는 많지 않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많은 관련 논문에서도 유전자 차별의 가능성만을 언급하고 있지 외국에서의 사례나 판례 조차 인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가장 큰 이유는 유전자 진단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어서 아직 사회적 이슈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질병 예측을 위한 유전자 검사의 경우 앞서 언급한대로 실제 질병이 일어나는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기에 실질적인 유전자 차별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유전자에 대한 과도한 맹신과 이에 대한 잘못된 상업적 오용이 유전자 차별을 야기할 개연성이 있어서 유전자 결과에 대한 과도한 해석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성 사회에 대한 우려

산부인과 영역에서의 정밀의학의 발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우성 사회 (dominant society)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즉 앞서 언급한 영화 “가타가”에서처럼 태아의 발생 단계에서부터 질병이 생길 수 있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수정란들은 제거 되고, 나아가 질병이 걸릴 수 있는 유전자 변이는 유전자 가위로 바로 치료함으로써 완벽한 아이 (perfect baby)를 생산하는 시기가 오질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이는 필연 완벽한 아이와, 완벽하지 않은 아이에 대한 사회적 차별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유전자 검사와 유전자 치료를 할 수 있는 소득층과 그렇지 않은 소득층간의 건강 불균형은 심해질 것이고, 국가적 단위에서도 나치 시대의 우성학 (eugene)에 근거한 인종간 갈등이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술적 진보의 속도로는 이런 시대가 머지 않은 시점에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산부인과 영역에서는 어느 정도의 정밀의학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미 앞선 8번째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불임환자에서 시험관 아기 (IVF)를 위해 여성에게 과배란을 유도해 얻어진 여러 개의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blastomere (8세포기) 대상으로 착상 전 유전자 검사 (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를 실시한다. 이런 방식의 검사를 하는 이유는 첫째는 염색체 이상이 있는 수정란을 가능한 배제하고 건강한 수정란을 최종적으로 산모의 자궁에 이식하여 임신 성공률을 높이고, 둘째는 불임 환자들 중에 고령 산모가 상대적으로 많아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 이상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여 이를 스크린을 하려는 목적이다. 선택 가능한 여러 개의 수정란 들 중에서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목적으로 PGD 검사를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가? 염색체 이상 등의 질환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엄격한 윤리적 잣대로 이런 시술을 금지했을 때 회피할 수 없는 위험을 회피하지 못하여 개인이 겪는 고통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염색체 이상이 아닌, 유전자 단위의 이상을 착상 전에 분석하는 방법을 착상 전 유전자 스크린 (Preimplantation genetic Screen)이라 한다. 주로 첫 번째 아이가 희귀 질환이 있는 경우 두 번째 아이를 자연임신 대신 시험관 아기 (IVF)를 통해 위에서 언급한 방법대로 특정 유전자의 변이를 검사하여 해당 유전자의 변이가 없는 수정란을 착상 시키는 것이다. 이런 부모들의 필사적인 노력을 비윤리적이라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대리모 임신을 시도하면서 상대방 여성의 유전자 검사를 모두 조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대리모 자체도 비윤리적이지만 일부 부유층에서 유전자 검사를 오용해 완벽한 아이를 만들려는 시도는 언제든 있을 수 있다. 

나아가 유전자 편집에 대한 윤리적 이슈도 최근 제기되고 있다. 유전자 편집은 우선 체세포 변이에 대한 편집과 생식세포 변이에 대한 편집으로 나눌 수 있다. 체세포 변이에 대한 치료는 주로 암 등 중증 환자에게 적용되는 기술로 윤리적 이슈가 적은 편이다. 그러나 생식세포에 대한 유전자 편집은 해당되는 태아 뿐 아니라 그 이후 자손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치료 행위로 예상치 못한 윤리적 이슈를 야기시킬 수 있다. 우선 현행 생명윤리법에 의하면 배아, 난자, 정자 및 태아에 대한 유전자치료는 금지된다(47조 3항).일부 희귀 질환에 한해 대통령력으로 연구 목적으로만 허용될 뿐이다. 발생의 초기 단계에 있는 배아의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편집ㆍ치료하면 분화하는 모든 기관의 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전신에서 나타나는 유전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이지만 동시에 위험을 배가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배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편집ㆍ치료는 그 영향이 배아가 발생 하여 생겨난 개체 뿐만 아니라 그 생식 세포를 통 해 후손에까지 미칠 수 있다. 유전자 편집에 성공을 하면 여러 세대에 까지 유익이 되지만 만약 실패하는 경우 그 해악이 직접 유전자편집ㆍ치료를 받은 생식세포나 배아가 발생하여 태어난 개체 뿐만 아니라, 미래 여러 세대의 많은 후손들에게 미칠 위험이 있다. 잘못 편집ㆍ치료된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이 일단 태어나면, 그의 생식권(reproductive rights) 때문에 그 유전자가 전파되는 범위를 제 한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윤리적 이슈가 생기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단계에서는 적어도 난치병, 유전적 고위험군 등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정밀의학 기술은 윤리적 이슈를 일으키기 보다는 분명 대상자에게 혜택을 더 주는 것이 사실이나, 앞으로 대상자가 넓어지는 경우 예상치 못한 윤리적 이슈들이 발생할 수 있어 여전히 윤리적,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유전자는 개인의 취약한 질병 가능성 등 민감정보를 다룬다 그러므로 개인정보로서의 유전자 정보는 매우 까다롭게 다루어 지고 있다. 유전적 프라이버시는 개인의 유전정보를 함부로 남에게 알리지 않고, 익명화 한 형태로 보호하며, 다른 사람이 알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보호될 수 있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알게 된 유전자 정보가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 보험이나 고용 관계에서 차별을 받게 해서는 안된다. 
현행법 안에서 현재 유통되는 유전정보는 개인의 형질에 대해 제한적인 정보만을 줄 뿐이기 때문에, 개인의 특성을 알려주기에 충분한 정보가 아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는 정보 공여자의 신원을 완전히 분리하거나 암호화함으로써 누가 제공한 정보인지 알 수 없도록 익명화 시키는 작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한꺼번에 수많은 유전자 변이를 분석할 수 있고 더구나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 결정이 가능해진 현재,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자료에서 정보제공자의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분리하는 것만으로 개인 정보를 보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유전정보는 주민등록번호에 못지않게 개인 식별 능력이 뛰어난 특이적인 정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유전체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면서 프라이버시 보호나 비밀 유지를 약속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개인 유전체 데이터 베이스를 비즈니스 목적으로 거래하려는 시도들이 있으므로 대규모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해킹이 시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차라리 유전정보가 완벽하게 보호되지 못함에 대해 소비자에게 알리는 것으 더 나을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슈는 개인 유전 정보가 의무 기록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병원에서 채취된 혈액이나 소변 등 인체 유래물에서 얻은 건강정보는 모두 의무기록으로 전환되어 법률에 따라 일정 기간 병원 내에 보관해야 했다. 그러나 30억 개의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홀게놈 시퀀싱이나 백 만개 정도의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마이크로어레이 방식의 유전체 분석을 하고 얻은 수 백 MB ~ 수 GB 정도의 막대한 유전정보는 의무 기록으로 분류가 될 것인가? 아니 그 정도의 많은 데이터베이스를 앞으로 의료 기관이 보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실제적인 문제부터 생겨났다. 이 이슈의 거의 유일한 답은 유전정보는 검사를 의뢰하는 병원이나, 검사를 분석하는 회사가 아닌 개인의 것일 것이다. 실제 많은 회사에서는 유전 데이터베이스를 개인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거나 클라우드에 올려 개인이 열람하게 한다. 앞으로의 진료실에선 적어도 유전자 정보에 한 해서는 의사-환자 간의 정보의 불균형이 완전히 뒤 바뀌어 환자(게인)이 자신의 정보를 의사에게 알려 주어야만 진료가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다. 과거 정보의 주도권이 의사에서 소비자(환자)에게 넘어간다고 하여서 이를 참여의학 (participatory medicine)이라 부른다. 문제는 법규가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개인이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며 자신의 유전적 변이를 알고 싶어 검사를 의뢰할 때 현재 생명윤리법에서 금지 혹은 허용의 의미로 명확하게 규정한 유전자 외에 대부분은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국내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검사할 수 있는 DTC 검사의 유전자는 46개에 불고하다. 병원을 통해 분석할 수 있는 유전자 개수도, 까다로운 요건으로 수백 여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2만 여개의 유전자는 여전히 병원을 통해서도 검사가 불가능하다. 이는 국내 유전자 관련 법인 생명윤리법이 신고한 유전자만 검사를 가능하게 한 포지티브 방식의 규제 때문이다. 

지나친 상업주의 만연 

앞서 언급한 윤리적 이슈들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개념적이고 추상적이며 막연한 가능성만 가지고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경우가 많은 주제들이다. 필자는 오히려 새로운 기술과 지식이 의료시장에 접목 될 때 충분한 학문적, 임상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와 효과가 과장되게 부풀려지는 상업주의(commercialism)가 가장 큰 문제가 생각한다. 유전자 맞춤의학의 상업화는 연구자에게 특허권을 보장하고 연구 동기를 부여하는데 필수적이나, 지나친 상업화는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 제의 소지가 있다. 특별히 이 문제는 의사를 통한 처방보다는 직접 소비자 검사 (DTC) 방식의 유통에서 문제가 더 많을 수 있다. 이 소비자 직접 검사는 한편으로는 유전성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자신의 건강에 대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취하며, 조상이나 혈육의 기원을 밝히는데 도움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 의료전문 가의 조언 없이 치료나 예방에 대한 부정확한 결정을 하게하고, 법적으로 규제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유전정보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남아있고, 무엇보다 기업광고에 유인되어 불필요한 검사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미 한국 사회는 한차례 유전자 검사의 오남용 문제로 홍역을 경험한 바 있다. 유전자 검사가 소개된 2004년 경 학문적으로 많은 연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IQ 관련 유전자, 성격 관련 유전자, 질병 예측 유전자 등이 의료 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 대상으로 무분별한 검사와 해석이 이루어지면서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켰다. 그 결과 이듬해인 2005년에 모든 유전자 검사는 요건을 갖춘 의료 기관에서만 할 수 있는 강력한 생명윤리법이 실시되었다. 이 때 금지된 유전자들은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금지 혹은 제한된 사용으로 묶이게 됐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소비자 직접 검사 방식의 유전자 검사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에서 우리나라 정부도 2016년 7월에 12개 항목, 46개 유전자에 대해 제한적으로 소비자 직접 검사 (DTC)를 허용했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방식으로 유전자까지 포지티브 방식으로 정해 놓고 이 안에서만 검사하게 함으로, 오히려 더 좋은 유전자들을 사용하지 못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고, 국제 기준에 비춰도 규제가 너무 강하여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등의 문제점들이 제기되어 현재 다시 소비자 직접 검사의 추가 확대에 대해 논의 중인 상태이다. 

상업주의는 소비자 직접 검사 방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료 기관을 통한 처방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기업 검진 등에 유전자 검사가 포함되면서, 일선의 검진센터 의료진이 유전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분별한 처방이 일어나고 결과도 제대로 설명 듣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유전자에 대한 지식은 고도의 지식과 상담 경험을 요하는 분야로 소비자들에겐 더욱 생소하고 어려운 분야로 전문적 상담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분야이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기에 상담자가 오,남용을 할 때 소비자 입장에서 보호 받기가 매우 어려운 분야이다. 그러므로 회사나 병원에게 고도의 윤리 의식과 전문가적 소양이 필요하다. 그러나 상업주의는 윤리와 전문가적 소양을 무력하게 할 만큼 강력하다. 
현행 생명윤리법처럼 포지티브 방식(허가된 유전자만 검사하게 하는 방식)의 규제는 연구와 산업의 발전의 속도를 반영하지 못하고 비효율적이고 경직된 규제만 양산할 것이다. 그렇다고 네거티브 방식(금지된 유전자를 제외하고 모든 검사를 다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마구 풀어놓으면 상업주의에 의해 지식의 오남용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또 소비자 직접 검사를 확대하려는 산업계와 의료기관 중심으로 유전자 검사를 의료계의 충돌도 피할 수가 없다. 

한가지 제안은 질병의 예방, 예측, 진단, 치료와 관련된 유전자 검사는 의료 기관 중심으로만 가능하게 하고, 질병과 무관한 웰니스 (영양, 운동, 건강증진, 개인특성 등)은 직접 소비자 검사를 통해 개인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관련된 산업이 발전하게 하면 어떨까? 직접 소비자 검사는 오남용을 방지하도록 연구 논문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유전자에 한해 허용하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가 유전자 하나 하나를 포지티브 방식으로 정할 것이 아니라, 미국처럼 검사실 단위로 승인제를 두어, 엄격한 시설과 인적 구성, 과학적 근거를 갖춘 항목에 대해서 승인을 하고, 이 경우 보다 자유롭게 유전자 검사를 활용하면 어떨까? 

'의사들을 위한 알기 쉬운 유전체의학 지상 특강' 연재를 마치며 

지난 12번의 칼럼을 통해 대부분 임상의사들에게 생소한 유전자와 정밀의학에 대해 소개를 했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의사들은 자신이 아는 만큼 믿는 경향이 있다. 낯설고 새로운 지식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경계하고 심리적으로 거부할 때가 많다. 그러나 유전체의학과 정밀의학은 시대의 화두이고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우리의 의학과 의료를 놀랍게도 다른 방식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기에 지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또 어떤 임상 의사들에겐 너무 어렵고 복잡한 지식이라 이런 변화가 두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지식은 임상에 근거하고 있는 만큼 우리 임상 의사들만큼 전문가가 없다. 이제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 지식은 대학병원 교수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보고 진료하는 환자들이 더욱 정밀하게 진단되고 치료되기 위한 일이며, 나아가 인류가 질병을 예방하고, 예측하고 건강을 증진 시키기 위해 더욱 발전할 분야이다. 

의사들이 유전체 지식을 더욱 알아가고, 진료에서 활용되면 궁극적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은 우리들의 환자이고 가족이다. 12번의 지식 나눔이 동료 의사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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