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은 “어디까지나 채용하는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하게 드러내고자 업계에서 통용되는 PA간호사라는 명칭을 쓴 것”이라며 “채용 후 간호사의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업무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학병원 안에 공공연한 비밀로 존재해왔던 ‘PA’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며 대학병원 내에 ‘불법’과 ‘합법’ 사이 경계에 있는 각종 ‘전임 간호사’, ‘전담 간호사’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2020년 국회 교육위원회 이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0개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PA 인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당시 10개 국립대병원 PA 수는 총 1003명이었다.
대학병원들은 사실상 ‘PA’와 같은 진료지원인력이 없이는 병원을 운영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직접 국정감사에서 PA 제도화 필요성을 언급했고, 2021년 7월부터는 임상전담간호사(CPN) 제도 운영에 나섰으나, 당시 이름만 바뀐 ‘PA’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국전문간호사협회 임초선 회장(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임상전담간호2파트장)은 “병원 인력 부족에 따라 병원이 간호사에게 의사의 진료보조 업무를 넘어 의사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서 ‘불법 PA’ 논란이 발생하게 됐다. 병원의 필요에 의해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일해야 하는 간호사들은 병원의 ‘유령’으로 취급당하며 간호부에도 진료부에도 속하지 못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고,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의료법 위반 혐의까지 더해져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임초선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교육기관에서 석사학위과정을 밟은 13개 분야의 전문간호사가 대안으로 제시됐으나, 전문간호사에게 위임할 수 있는 업무범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활동에 제약이 컸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는 2018년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시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고, 오랜 숙고 끝에, 2022년에는 보건복지부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 등에 대한 내용을 규정했다.
임 회장은 “전문간호사 법령이 지난해 공포됐지만 전문간호사의 업무영역을 그렇게 확대한 것은 아니라서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거의 없다. 현장을 반영한 관대한 법령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양성된 전문간호사에게 의사가 위임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을 명확히 함으로써 불법 PA 논란을 끝내고, 간호사들이 진료 현장에서 보호받아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현장의 이러한 목소리에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11월부터 상급종합병원 4곳, 종합병원 4곳을 지정해 진료지원인력 타당성 검증을 위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병원계는 해당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공공연한 비밀인 PA를 적극 양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해당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한 병원 관계자는 “최근 논란으로 의료법 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복지부가 시범사업을 통해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불법 소지가 있는 모호한 업무를 직접 검토하고 있지만 의료법의 한계로 인해 모든 업무 각각을 일일이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해서 명확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일수록 복지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진료지원인력의 업무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