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가 책정과 의료계의 참여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주최로 열린 온라인 세미나에서 삼정KPMG 최유진 이사는 ‘국내외 디지털헬스케어 기업현황 및 산업지원 방향’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최 이사는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는 다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예방∙관리∙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미흡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한 직접적 지원이 부족한 특징이 있다”며 “이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진단∙치료 중심의 수가 책정, 혁신적 서비스 수용에 보수적인 의료계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행위별 수가제를 택하고 있는 국내 보건의료체계 특성상 질병 예방과 사후 관리에 방점을 둔 디지털헬스케어에 대한 수가가 책정되지 않고 있어 사용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임상 현장에서 사용이 저조하다보니 임상 데이터 확보와 이를 통한 효과성∙효율성 입증이 어려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신기술 가운데 병원 도입 가능성이 낮은 기술에 대해 2~3년간 임시 수가를 인정해주는 ‘신기술 추가지불보상제도(NTAP)’, FDA 허가를 받은 혁신의료기술에 대해 4년간 임시 수가를 지급하는 Medicare Coverage of Innovative Technology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 일본도 디지털헬스케어 앱에 대한 수가를 적용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같은 직접 지원 대신 임상근거 축적, 수요자 구매 유도, 신뢰도 제고 등을 위한 간접적인 지원 방식을 택하고 있다.
최 이사는 “해외 선진국들은 디지털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임시 수가 및 예방∙관리 행위에 대한 수가를 책정하고 있다”며 “디지털헬스케어 제품의 사용률을 끌어올리고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수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혁신적 서비스에 보수적인 의료계의 변화를 유인하기 위한 방안도 언급됐다. 최 이사는 여타 주요국가들 대비 여전히 허용 수준이 낮은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적정범위 설정 및 수가 지급을 통해 의료계의 참여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이사는 “미국과 유럽은 만성질환, 정신질환 등 지속 관리가 필요한 1차의료 질환을 중심으로 비대면 의료서비스 제공 범위를 소개해 특정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진료 효과와 환자∙의료진의 편의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질환들을 중심으로 1차의료기관이 주도하는 체계로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가 수가 없이는 기존 플레이어들(의료계)을 움직이기 어렵다”며 “미국, 일본은 의료기관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진료수가 외에도 비대면 의료의 전체적 프로세스 상 지급이 필요한 비용에 대해 추가적인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서비스 및 제품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비대면 의료장비 표준 규격 지침 마련 ▲비대면 의료 진료 지침 마련 ▲의료사고 책임소재 설정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실제로 미국은 안전성 문제 해결을 위해 장비의 표준 기술 규격을 개발하고 국제 표준화 기구 규격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비대면 의료 질관리를 위해 원격의료학회와 각 진료과별 전문학회가 지침을 개발 중이다.
비대면 진료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와 관련해서는 일본, 미국 등에서 사전동의 규정을 통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있으며, 미국은 의료진의 책임 완화를 위해 민간 보험 가입을 권장하고 있다.
최 이사는 “이 같은 제도를 통해 신뢰도를 제고해야 비대면 의료와 같은 혁신적 서비스에 대한 의료계의 수용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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