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과잉진료가 만연해지면서 자보 한방진료 건수가 비대해지고 이로인한 진료비 급증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방 경증환자의 과잉진료를 억제할 수 있는 수단으로 진단서 교부 의무화나 치료기간별 지급 금액 규모를 제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자보 청구기관, 의원은 17%인데 한의원은 82%?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 내 한방 진료 비율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자동차보험 청구기관 비율은 한방이 의과보다 높다.
2021년 11월 의료정책연구소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의 현황과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자동차보험 청구기관 비율은 의원 17.62%, 요양병원 44.94%, 병원 71.09%인 것에 비해, 한방병원과 한의원은 각각 96.83%와 82.54%다.
특히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실적은 2013년 심평원에서 자보심사를 위탁받아 심사 실적 자료가 축적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 기간 한방진료 청구명세서 건수는 158.8%, 진료비는 331.5%, 입내원일 수는 171.7%, 건당 진료비는 66.7%, 입내원일 당 진료비는 58.8% 각각 증가했다.
또한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에서 의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80.8%에서 2020년 50.0%로 감소한 반면, 한방은 2014년 19.0%에서 2020년 49.8%로 증가했다.
진료비 늘자 한의원 상급병상 165% 급증…사고경험 많을수록 한의원 찾아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방 병상과 상급병실료도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병상이 있는 한방병‧의원’ 전체 병상은 지난해 3만 1636개로 2016년 2만 899개 대비 51.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상급병상은 32.8% 감소했으나 ‘한의원’의 상급병상(3인실 이하 병실)은 165.8%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올해 더 강화됐다. 즉, 올해 상반기만 3264개로 전년 대비 1.7배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대비 ‘상급종합병원(-0.5%), 병원(-12.0%), 의원(-5.7%)’의 병상은 감소한 반면, ‘한방병원(50.9%), 한의원(100.3%)’ 병상은 증가했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한방진료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일반 의료기관과 비교해 경상환자의 과잉진료가 가능하고 이에 따라 더 높은 합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보험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과잉진료비 분석 및 규모 추정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사고 보상 경험이 많아질수록 입원율과 한방진료 이용률이 높아지고 합의금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경험이 없는 환자의 한방진료 이용률은 51.2%에 그쳤지만 사고경험이 5회 이상일 때 한방진료를 이용할 확률은 59.8%로 60%에 육박했다.
이는 높은 진료비가 많은 합의금과 직결되기 때문인데 1인당 치료비 기준으로 입원 환자는 103만 원, 통원 환자는 36만 원이고 한방 치료비는 1인당 73만 원으로 일반 의료기관 치료비 27만 원의 2.7배에 달했다.
상해 입증 없어도 한방진료 결정 가능…“과잉진료 유인 억제해야”
전문가들은 자동차보험 한방진료가 늘어나는 현상이 허위 청구 진료비 확대라는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보험연구원 연구에서 2019년 허위 청구 진료비는 1698억 원으로 추정됐고 허위 청구 비율은 2016년 3.7%에서 2019년 16.0%로 크게 확대된 것으로 파악됐다. 허위 청구 비율과 대인배상 진료 인원에서 도출된 허위 청구 의심 인원도 2016년 5만6000명에서 2019년 26만3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 대비 자동차보험 환자의 진료일수는 척추 염좌의 경우 의과가 6.1일에 그쳤지만 한방은 10.1일, 사지의 단순 타박상의 경우 의과가 4.1일이었지만 한방은 7.2일을 기록해 진료일수가 훨씬 길었다.
이 같은 이유로 한방 비급여 등 진료비 관련 제도와 진료 관행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치료비 부풀리기의 비중은 경상환자 진료비의 23.7~53.5%, 과잉진료 규모의 최대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입원, 한방 병・의원 이용 여부 및 진료일수가 과잉진료 발생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상환자는 상해 여부와 심도의 객관적 입증 없이도 입원 및 한방진료 여부, 의료기관 유형, 진료일수 등을 제한 없이 선택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 종별 가산제 등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진료수가 차이를 줄여 일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 유인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정찬 의료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도 "현행 자보 수가 기준엔 첩약, 약침술, 추나 요법, 한방물리요법 등과 관련한 횟수 제한이나 인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과잉 혹은 중복 처방의 우려가 크다"며 "한방 경증환자에 대한 진단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치료기간별 지급 금액 규모나 한도를 별도로 설정해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분심위서 정책제안 최선 다할 것…“한방 특약 선택도 대안”
의료계도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자동자보험위원회를 구성, 지난 2014년 탈퇴했던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분심위)에 다시 들어가 문제제기와 정책제안을 강조하고 있다.
의협 자동차보험위원회 이태연 위원장은 “분심위는 자동차보험계의 건정심이다. 여기 다시 들어가게 된 것만으로도 자보 정책의 정상적인 궤도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본다. 앞으로도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방 의원급 1인실 규제 문제가 분심위에서 이슈로 떠올라 조만간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한방 의원 1인실 병실료 청구액이 356억에 달하는데 비해 의원급은 20억에 그친다. 자보의 많은 부분이 한의원 1인실료로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정 간격을 두고 적절한 약제를 처방해야 하지만 한방병원에선 첩약을 1회에 10일씩 처방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이와 관련된 연구용역이 아마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자보 내 과잉적 한방 진료 증가는 국민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뿐만 아니라 과잉 혹은 중복 처방으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안으로 자동차보험 가입 시 한방 특약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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