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해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정신질환 치료 거부자의 경우 대리처방이 불가피하다. 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확인을 얻은 경우 환자가 지정한 사람이 보호자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12일 지난 9월 심의 의결된 대리처방에 대한 의료법 개정안이 현실적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며 법안을 보완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9월 심의 가결된 의료법 개정안은 대리처방에 대한 명확한 요건 및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법안은 대리처방의 요건을 환자가 ▲의식이 없거나 ▲거동이 불가능하거나 장기간 동일 처방인 경우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또 대리처방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환자가족으로 제한했다.
의사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대리처방이 약의 도용 또는 졸피뎀이나 마약류 등을 빼돌리는 위험성을 이유로 법안에서 대리처방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삭제했다. 또 의사가 해당 환자 및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대리처방이 가능하도록 법안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하지만 신체가 건강하고 거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결국 병원에도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정신건강질환자의 사례가 많다"며 "특정 정신질환은 기이한 사고 및 간헐적 공격성을 불규칙하게 보이지만 병식이 없고 투약을 완강히 거부해 병원에 내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대리처방이라는 부득이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적절한 약물치료를 가능하게 해야 한다"며 "개정안이 포함하는 대리처방 가능 사유 외에 '정신질환으로 자타해의 위험성이 매우 높거나 병식 결여로 치료를 거부하여 본인 또는 가족 등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를 대리처방 사유로 추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의사회는 "환자가족만 가능한 대리처방 대상과 관련된 법안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학대 및 방임 트라우마 등 직계 보호자가 정신건강 문제의 발생 또는 악화에 연관되는 사례가 있다. 환자가 법안에 한정된 보호자로 대리처방 대상을 한정하면 이는 오히려 정신질환의 치료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처벌규정을 신설했다"며 "의사가 대리처방의 교부 요건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고 보호자는 대리처방의 수령 요건을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의사회는 "불가피하게 보호자와의 격리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일부는 친척과 지인 등이 치료에 함께 해야만 하는 불가피한 사례도 있다. 더욱이 65세 이상 인구 중 혼자 거주하는 독거노인의 비율이 20퍼센트에 육박한다"며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대리처방의 주체를 보호자 범주로 한정하고 처벌 조항을 둔 것은 국민건강보호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의사회는 "대리처방이 가능한 주체로 '가족 외 보호자는 정신질환자가 지정한 사람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에 환자와 함께 방문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확인을 얻은 경우 보호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추가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대리처방에 관한 법이 세심한 정신건강의학적 접근을 통해 수정·보완돼 결과적으로 국민정신건강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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