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정부, 의대생 국시 추가시험 불가 입장 고수
정부가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추가시험 부여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내년 의료인력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위기에 처했다.
정부와 의대생들의 갈등은 정부가 7월 23일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공공의대 설립 및 10년간 의대정원 4000명 증원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를 하면서부터다. 이런 일방통행에 대해 의료계, 특히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크게 반발했다. 정부가 의료계의 입장에 '강대강'으로 맞서고 입장을 굽히지 않자, 전공의들은 파업을 강행했고 의대생들은 국시 거부에 나섰다.
정부의 일방통행으로 시작한 갈등은 의료계와 정부가 '원점 재논의'를 합의하면서 봉합되는 듯했지만, 의대생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정책이 철회되지 않은 채 여전히 정책 추진의 불씨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벌써 의정합의를 한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의사 수급에 큰 차질이 생긴다. 내년에 2700여명의 의사들이 나오지 못한다면, 가장 큰 문제가 될 곳은 필수의료와 군의료다. 이번에 국시에 응시한 400여명의 희귀 의사들은 비필수의료와 미용의료 등의 인기과를 골라서 갈 것이다. 그렇게 정부가 살리고 싶어하는 산부인과, 흉부외과, 소아과, 외과 등은 거의 모든 병원에서 전공의 '0명'을 기록할 것이다.
그야말로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 후유증은 몇 년동안 이어질 확률이 높다. 가뜩이나 지옥 같은 수련환경에서 자신의 일을 분담하고 수련을 도와줄 윗년차가 없는 의국이 대부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악순환의 수레바퀴가 굴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사태를 예상한 4개 대형병원 원장들이 8일 직접 나서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 여론을 운운하며 요지부동으로 추가시험은 불가능하다고 버티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10년간 4000명의 의사를 더 뽑아야 한다는 정책 강행이 필수적이었다면 내년에 당장 1년동안 3000여명의 의사가 부족해지는건 왜 방관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10년간 의사 4000명이 추가로 나오지 않는다고 당장 의료현장에 심각한 타격은 없겠지만, 1년동안 3000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않는다면 전국 거의 모든 의료현장에 난리가 날 것이다.
이런 일이 예상되는데도 무시하고 있는 정부는 정말 의사를 더 필요로 하는 것이 맞는지 알 수 없다. 국민들에게 예상되는 피해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정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의사들'만 양성하고 싶은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부디 이 사태가 잘 수습돼 내년에 평화로운 의료 현장이 유지되길 바란다. 내년에는 절대로 아프면 안 된다고 가족들에게 당부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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