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대한외과의사회 등 18개 의사회가 공동 성명을 통해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을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의사회는 “회의를 통한 권고문 수정 과정에서 일차의료기관의 효율적인 진료기능을 위한 건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라며 “일차의료기관에서 수준 높은 진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현재의 권고안을 폐기하고 전 직역이 참여해 다시 협의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이대로 권고문을 확정할 수 없게 됐다. 권고문을 찬성하는 의사회는 만성질환 관리료를 만족하는 내과 외에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의협은 가장 반대가 심한 외과계 의사회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다음 안되면 권고문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12일 협의체 소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수정안 검토
9일 의협에 따르면 12일 열리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소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권고문 수정안을 검토한다. 외과계 의사회의 반발이 가장 크다고 보고 외과계의 주장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힘쓸 예정이다.
권고문에 따르면 외과계는 당일 수술과 퇴원이 가능한 전문진료의원(외래)인 일차의료기관으로 둘 수 있다. 또는 수술실과 입원실을 둘 수 있는 전문진료의원(입원)의 이차의료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외과계의 건의에 따라 5일 이내의 단기 입원이 가능한 일차의료기관의 역할도 검토한다.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내과계의 만성질환 관리료에 비교할 만한 외과계의 수가 보상안이다. 의협 임익강 보험이사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는 수가를 논의하는 기구는 아니다”라며 “다만 외과계는 의료기관 기능정립에 따른 정책가산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외과계에서 일차나 이차의료기관으로 정한 의원은 수술 및 처치료 가산이 붙는다”라며 “이차로 신청한 외과계는 의원수가에 종별가산(20%)가 붙어 이중가산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외과계에서 일차의료기관으로 분류된 전문진료의원은 심층진찰료와 당일수술료, 처치료 인상이 된다”라며 “이차의료기관으로 분류된 전문진료의원은 수술료와 처치료 인상이 필요하고, 수술전 상담료에 대해서도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내과는 공동 성명에서 빠져…만성질환 관리료 만족
이번 18개 의사회 공동 성명에서 가정의학과, 일반과 등이 들어갔으나 내과는 빠졌다. 개원내과의사회 최성호 회장은 “외과계가 권고문을 반대하면 내과도 동의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이번 공동 성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내과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에서 나온 만성질환 관리료에 만족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 교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내과계 의원의 만성질환료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40명만 진료해도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수가를 개편한다. 만성질환에 대한 충분한 상담이나 교육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늘린다.
내과계 일차진료기관이 만성질환 관리에 참여하고 환자를 초기에 15분 정도 진료하면 연 2회, 6만5800원의 진찰료를 받는다. 교육 및 상담료는 최대 8700원(연 4~8회)를 받을 수 있다. 환자 관리료는 중증도에 따라 월 1만3500원~1만6400원으로 차등해서 받는다. 환자 1인당으로 따지면 연간 16만2000원~19만7000원에 이른다. 본인부담금까지 합치면 환자 1인당 수가는 연간 26만 3000~33만2000원에 이른다.
내과계 의사는 의원에 오지 않는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전화를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등으로 상담한다. 필요하면 다른 보건복지 서비스와 연결을 하는 노력을 보상하기 위해 환자당 수가가 아닌 월정액수가로 차등한다.
한편 공동 성명을 발표한 18개 의사회는 대한외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한안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피부과의사회,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한영상의학과의사회, 대한마취통증의학과의사회, 대한신경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재활의학과개원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 등이다.
외과계 수가인상안도 검토…안되면 권고문 철수하겠다
의협 임익강 보험이사는 “최대한 외과계 입장을 반영하고 안되면 철수하겠다”고 했다. 임 이사는 “권고문에 논란이 된 '재정중립'이라는 단어를 뺄 수는 있다”라며 “하지만 이렇게 되면 환자 이동 제한 등의 결과로 손실이 생기는 의원이나 종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고 했다.
의협 조현호 의무이사는 “개원내과의사회 소속이면서 개원의협의회 대표 자격으로 지난해 1월부터 13차 협의체 회의까지 참여했는데 외과계 등 개원의 단체의 반발이 가장 크다”라며 “일단 개원의 단체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고 안되면 본인이 임원직을 사퇴하는 등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권고문을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했다. 조 이사는 “병협은 100병상 이상 병원에서도 만성질환 관리를 하겠다고 그 내용이 빠졌다”라며 “병협은 외과계의 수술실과 입원실을 두지 말라고 요구했지만 의협에서 회원들을 위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는 “지난해부터 전체 어젠다를 정하고 세부 내용을 정할 때 외과계의 외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등에서 많은 의견을 줬다”라며 “이때부터 외과계의 단기 입원도 반영하기 시작했다. 외과계 요구사항을 반영하면서 가고 있는데 마지막에 요구사항이 다소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내과계 만성질환 관리료는 진찰 외에도 상담 내용 구성, 교육, 평가 등 여러 가지 의무와 함께 구성된 정책 패키지”라며 “외과계에도 이를 갑자기 만들어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남은 시간동안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인 정책안 없이 병협과 시민단체를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인상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라며 "외과계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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