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2.18 10:01최종 업데이트 24.02.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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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엔 의사수 확대 반대했던 김윤 교수 "의사수 늘면 그만큼 진료 수요 창출된다"

'OECD가 본 한국 보건의료체계 개혁' 보고서 "수급계획·교육 훈련·활용 체계 함께 고려해야...의사수만 확대하면 의료체계 왜곡"

김윤 교수 2011년 'OECD가 본 한국 보건의료체계 개혁' 발췌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찬성은 물론 의료계 투쟁에 날 선 비판을 제기해온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13년 전인 2011년에는 의사 인력 확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진료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유로, 당시만 해도 김 교수는 의료인력 수급계획, 교육 훈련, 활용 체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김윤 교수는 지난 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정책동향 'OECD가 본 한국 보건의료체계 개혁'을 통해 2010년 OECD의 '한국의 보건의료개혁' 보고서에서 권고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의사 인력 확대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김윤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OECD 평균보다 외래환자를 3배나 더 많이 진료하고, 인구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의료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OECD의 보건의료체계 개혁의 권고를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사 수 확대는 우리나라 전체 외래진료 횟수 증가를 야기한다. 우리나라는 외래진료 수요보다 의사 공급이 적어 많은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의 목표 수입을 달성하기 위해 외래진료 수요를 창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OECD 평균보다 약 2배 많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김윤 교수 2011년 'OECD가 본 한국 보건의료체계 개혁' 발췌 

김 교수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력은 '수급계획-교육 훈련-활용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기반을 마련하지 않고 의료인력을 확대할 경우 의료체계는 왜곡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한 의사 인력 양성뿐 아니라 의사 인력 활용과 관련된 의료전달체계 및 지불제도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이윤 동기에 기반을 둔 경쟁 강화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이 전제돼야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라며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에서의 이윤 동기와 경쟁의 강화는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고,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의사 1인당 외래진료 환자 수를 줄여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문의가 아니라 가정의와 같은 일차진료 의사 수를 늘리고, 외래에서 의사 유인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인두제를 함께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두제는 의사가 맡고 있는 환자수, 즉 자신의 환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일정 지역의 주민수에 일정금액을 곱해 이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 받는 방식을 말한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 간 인수합병을 허용해 의료의 질을 높이라는 권고 역시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외국의 여러 연구에서도 영리병원을 비영리병원과 비교하면 의료의 질과 효율성이 오히려 낮거나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며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영리병원과 병원 간 인수합병을 허용해야 한다는 권고는 우리나라 의료서비스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권고이자, 학술적 근거 역시 충분치 않은 권고"라고 했다.

김 교수는 2010년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주최한 제18차 심평포럼 'OECD가 본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서도 "수가와 공급체계 변화 없이 의사 수만 늘리는 것은 수술량과 입원 진료량만 늘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최근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3.6명의 의사 수에 비해 한국의 2.1명은 현재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지표"라며 "지역적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300병상 규모의 취약지 지역책임의료기관의 확충이 필요하고, 의대정원은 매년 최대 4500명씩 30년을 증원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대정원을 350명 늘린다고 가정하면 2040년 건강보험 재정에서 의료비 6조원이 늘고, 의대정원 1000명을 늘리면 17조원까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의사가 늘면 무한정 진료비가 늘어난다는 '유인수요론'에 근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박민수 차관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의사는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고 환자는 잘 모르기 때문에 환자는 의사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고, 의사를 늘리면 경쟁이 심화돼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가 생겨나 그 여파로 의료비가 늘어난다는 것이 유인수요론"이라며 "상식적으로 의사가 불필요한 검사와 진료를 유도할 수는 있겠지만, 환자 입장에선 의사가 시키는대로 다하지 않는 만큼 분명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박 차관은 "학자들이 실제로 검증을 해봤더니 선진국도, 우리나라도 그런 사례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라며 "말튼 프리드만이라는 경제학 교수가 '유인수요론의 증거가 있으면 나에게 제시해 달라'는 말까지 한 적 있을 정도로 경제학계에서는 근거 없는 이론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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