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12.06 08:00최종 업데이트 24.12.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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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맛대로 주무르는 '의학교육' 왜?…"의료인에 대한 전문성·자율성 무시 때문"

해외, 의학교육 운영기관·감독 기구 명확히 규정해 의료계 자율에 맡겨vs우리나라, 의사 불신 전제 하에 모든 요소에 정부가 개입

5일 한국의학교육학회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제8회 의학교육 평가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의 일방적인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의학교육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의학교육의 위기가 발생하는 원인이 정부가 지나치게 의학교육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의학교육 시스템에서 의료 전문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인정하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의료인을 이기적인 '이익집단' 정도로 치부하고 의학교육 정책에서도 배제하면서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올바른 의학교육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비판이다.

5일 연세의대에서 열린 한국의학교육학회와 한국의학교육평가원 2024년 제8회 의학교육 평가 컨퍼런스에서 '위기의 의학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의학교육 정책 대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날 최효선 조선의대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는 왜 우리나라는 반복적으로 의학교육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는 지를 분석하기 위해 해외 시스템과 비교 분석을 진행했다.

최 교수는 "북미와 영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굉장히 획일적인 학부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해외는 운영기관과 관리 감독 기구가 명확하게 규정돼 면허는 주정부가 관리하고 나머지는 자율적인데, 우리나라는 모든 요소에 정부 개입이 강하다"며 "독립된 기구를 중심으로 정부와 협력하는 해외 국가의 의학교육 시스템과 달리 우리나라는 운영 주체가 아예 정부인 경우가 많고 통제가 심하다는 점이 가장 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입학정원 선발로 문제가 되고 있는데 과거 정부가 관여해 생겨난 의학전문대학원 '정책 실패' 사례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문헌을 보면 당시 대통령과 여당이 의사결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점, 정부 관료들도 추진과정 중 오류를 알았지만 책임 소재 문제로 이를 회피했던 점 등이 유사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의사결정자들이 의학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많아 이런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의 문제도 이와 맞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유 토론 중 A 의과대학 교수는 "우리나라 의과대학은 대학 본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펀드 등을 대학본부에서 받기 때문에 자율성을 말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 대학 본부와 교육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국립대는 특히나 교육부의 펀드를 받기 때문에 정말 자율성이 없다"고 말했다.

B 의과대학 교수는 "의대 정원 등 의료 정책은 국민의 생명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떄문에 여론조사로 필요성을 논의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대학본부에 의대 정원에 대한 수요조사를 실시했다"며 "우리나라 의료인의 적정 수가 얼마인가를 먼저 산출하고 분배하고, 정원이 적은 대학부터 분배하는 순으로 되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의사를 줄여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상당히 자율적으로 매년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력 추계를 하자고 하면서 환자 대표, 노조 대표, 사회단체 대표까지 모두 포함돼 논의를 진행하다보니 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당 교수는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집단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이다. 의사를 전문가로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인제의대 노혜린 의학교육학교실 교수도 정부의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번 계엄령 선포 때도 정부가 의사들을 정말 모른다고 생각했다. 의사라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환자다. 계엄령으로 정부와 갈등이 발생해 환자가 발생한다면 어떤 상황이라 하더라도 의사라면 진료 현장으로 달려갈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의료인에 대한 '처단'을 운운하는 정부를 보며 의사의 역할을 정말 모른다고 느꼈다"고 공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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