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는 연말연시를 맞아 이웃과 함께 하는 따뜻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의사들의 기부 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 의사 릴레이 인터뷰'를 마련합니다. 인터뷰 대상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서 선정했습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한 국내 최초의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입니다.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바탕으로 참여와 지원을 통해 더 밝은 내일은 여는 사회지도자들의 모임입니다.
기부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나눔과 기부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이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면서도 더 많은 의사들이 뜻을 모아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길 것을 당부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본인 스스로 기부를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먼저 연락을 취하는 귀인이나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의사가 되기 전부터 나눔이 생활화돼있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1000시간 넘게 봉사활동을 했고, 대학생이 돼서도 수재민 돕기에 나서는 등의 활동을 해왔다.
안과 전문의가 된 지금은 국제 실명구호 비정부기구(NGO)이자 안과 의료 봉사단체인 비전케어에 꾸준히 기부하고, 고액기부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서 활동하며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힐링안과의원 김선영 대표원장 이야기다.
누구가를 위한 봉사와 나눔은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와
김 원장은 고등학생 시절 수재민 돕기, 치매노인 돕기 등 1000시간 넘게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면서 나눔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는 "수재민을 돕기 위해 가면 마음이 많이 아프다. 모든 옷가지와 책 등이 모래와 진흙에 쌓여있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누군가 옆에서 도와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 레지던트가 되고 바빠지면서 베트남 의료봉사에 지원해 다녀오기도 했지만 봉사활동을 지속해서 이어가진 못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갈 계기를 맞았다. 김 원장이 아이를 출산한 뒤 우울증에 빠진 이후였다.
김 원장은 "당시 나 자신을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이 때 내가 이 세상에 왜 살고 있나, 내가 쓸모있는 사람인가에 답할 수 있는 것이 봉사활동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하며 "보육원에서 갓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돕기도 하고, 고아원에서 1~2주에 한번씩 영어를 가르치고 책을 사주는 등 봉사와 나눔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의 자존감을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크게 기부한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과 거리가 먼 전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사랑의 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됐고,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김 원장은 "스스로 여유가 넘쳐서 기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처음 개원을 하고 노무와 세무부터 광고, 마케팅까지 그동안 모르던 것들을 하나하나 배우고 혼자 도맡으면서 쉬는 날도 없이 일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위해 일해야하는지 목표방향을 상실해버렸다"면서 "이때 도움이 된 것이 바로 '나눔'이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나눔이란 것을 하면 내 그릇이 커지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존재가 왜 있을까라는 질문의 답을 주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첫걸음이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기부를 시작하면서 사고의 확장을 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사회에 큰 업적을 남기는 것도 아니고 그저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내가 행할 수 있는 사랑이 가족을 넘어 사회로 확장된다 생각하니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개원했을 때의 불안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현재 김 원장이 기부하는 금액은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의료비 지원 등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봉사활동이 자신에게 큰 치유가 된다는 경험을 해본 만큼 향후 시간이 난다면 정기적인 활동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봉사활동을 한다는 마음 없인 의사하기 힘든 환경…그래도 나눔의 뜻 함께할 수 있을 것
김 원장은 "의사들은 너무 바쁜 것 같다. 하루에 100명 이상씩 불특정 다수의 환자들을 대하다보니 잠깐씩밖에 만나지 못한다. 힘든 환자분들을 대할 때도 말 한마디 더 하고 싶어도 워낙 대기가 많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들을 보니 따뜻하게 대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나라 진료 환경은 환자를 인간적으로 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현재 봉사하는 마음으로 진료를 보는 의사가 전체의 90% 이상이라 생각한다. 의사라는 직업이 대우를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봉사정신이 없이는 의사 일을 하기 어려운 직업환경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봉사한다는 마음 없이 환자들을 잘 진료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그런 마음을 이어나가면 나눔은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면서 "조금만 더 마음을 연다면 의사들도 많이 나눔의 뜻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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