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디지털헬스케어기기가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는 것은 결국 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질병 발생 후 치료라는 전통적인 의료 패러다임에 기반한 현행 수가체계에서는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로 열린 제2회 규제과학 혁신 포럼에 참석한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서준범 교수(전 대한의료인공지능학회장)는 “국내 유수의 연구자들이 좋은 솔루션을 내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임상현장에서 사용은 지체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교수는 “식약처 등 규제당국이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덕분에 국내 의료인공지능 분야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 대해선 감사하다”면서도 “여러 규제를 풀어줬음에도 현장에서 사용이 더딘 것은 의료체계를 좀 더 큰 관점에서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헬스케어는 단순히 기존의 의료체계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전통적 의료는 질병이 발생한 환자가 병원을 찾은 후 시작되지만 디지털헬스케어는 건강 유지부터 완치 후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 연장선상에서 핵심은 수가라는 것이 서 교수의 지적이다. 현행 수가체계는 행위별 수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유용성과 안전성 외에 다른 요소들은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질병예방과 건강관리에 특화된 디지털헬스케어는 이 같은 체계하에선 수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행 수가체계가 ‘의료인은 완벽하다’는 잘못된 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서 교수는 “수많은 지능형 의료기기들이 의료진의 실수를 줄이면서 의료질을 향상시키지만 이에 대한 수가는 받을 수 없다”며 “현행 수가체계가 의료인의 모든 의료행위는 표준화돼 완전히 동일하며 전부 바르게 진료한다는 신화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수가체계를 전부 바꿀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험재정 외에 혁신기금 등의 형태로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을 지원하면서 전체 수가체계를 들여다보는 전향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 교수는 수가체계에 한 번 진입한 제품은 퇴출이 어렵다는 공포가 오히려 수가 적용의 장애물이 퇴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하며 “수가를 줄 뿐만 아니라 수가를 뺏을 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서 교수는 데이터를 활용해 만들어지는 기술성과의 공유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사람들이 데이터의 가치를 인식하게 되면서 오히려 활용과 접근성이 저하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제공하는 환자와 데이터를 가공해 질을 높이는 의료전문연구자들, 이를 개발해 서비스를 만드는 기관들이 어떻게 새로운 기술 성과를 공유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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