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룩셈부르크 정부가 4월 인구집단 표본검사에 이어 5월부터 최대 3개월에 걸쳐 전체 국민 62만명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은 여전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봉쇄에서 완화 조치로의 전환을 앞두고 일종의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룩셈부르크는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과 국경을 맞닿아있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1위(11만 달러)의 경제대국이다. 8일 기준 룩셈부르크 코로나19 확진자는 3859명이고 사망자는 100명이다. 완치자는 3505명으로 현재 격리 중인 환자는 354명에 그쳐 단계적 완화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검사의 우선 순위는 마트 등 불가피한 소매 상점 종사자들과 의료인, 다음으로 5월 4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고 있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이다. 이를 위해 전국 17곳에서 하루에 최대 2만명씩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검사 비용은 1인당 53.59유로(약7만원)이며 전국민 검사 예산은 4000만 유로(약531억원)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완화 조치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또 다시 확산되는 것을 막을수 없다”라며 “완화 조치 전에 현재 무증상과 경증 환자 상황을 모니터링을 하고, 양성이 나온 환자를 최대한 찾아내 선제적으로 격리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룩셈부르크 코로나19 태스크포크(TF) 폴 윌메스 대변인은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온다면 첫 번째 파도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 1차 유행 곡선은 하나 또는 몇 명의 개별 감염사례로 시작했다”라며 “하지만 무증상 감염자의 감염자에 따라 곡선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수천명의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는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구집단 1800명 표본검사 했더니 0.3% 양성, 1.9% 항체 보유
룩셈부르크 보건연구원(LIH)는 4월 전국 코로나19 질병 확산의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인구집단에 대한 표본검사인 ‘CON-VINCE’ 연구를 진행하고 첫 번째 연구결과를 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연령, 성별, 거주지 등을 고려해 18세 이상 180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검사를 진행했다. 이는 아직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은 의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무증상과 경증 증상이 있는 환자와 감염됐더라도 바이러스가 남아있지 않은 환자를 추적하는데 중점을 뒀다. 코로나19 유병률과 전파력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정책 입안자들이 근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연구는 룩셈부르크 보건연구소, 룩셈부르크대 시스템생물의학센터(LCSB) 등 룩셈부르크 연구기관 컨소시엄이 주도했 다. 이번 연구에 국립연구기금 140만 유로(약19억원)를 공동 투자했다.
모든 참가자들은 코로나19 PCR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전체 검사자 중 5명(0.3%)은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증상만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봉쇄 조치에도 다양한 경로로 감염될 수 있고,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경증 증상만 보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연구 책임자인 룩셈부크대 시스템생물의학센터 레코 크루거(Rejko Krüger, 신경과 전문의)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알기 위해 증상에 관계없이 표본을 체계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무증상이거나 경증 환자는 바이러스 전파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PCR검사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에 한해 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는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라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항체 보유 여부 확인을 위해 혈청검사를 시행한 결과에서는 35명의 참가자(1.9%)가 항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항체의 지속성이나 면역성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크루거 교수는 “혈액에 항체가 있다고 해서 코로나19에 면역이 있다는 근거는 없다”라며 “항체가 혈액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 바이러스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아직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전국민 검사로 무증상이거나 경증 감염자 파악, 확산 전 격리조치
룩셈부르크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규모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완화 조치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표본검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대해 무증상 감염이 많고 이는 바이러스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검사의 효율성이 늘어나 대량 검사가 가능한 것도 큰 역할을 차지했다. 검사는 최대 3개월간 시행하고 전국민 검사를 마친 다음 9월에는 봉쇄를 해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룩셈부르크 보건연구원은과학웹사이트에서 "바이러스 확산 통제를 목표로 현재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현재 상황을 명확히 파악하면 정책 수립을 위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인구 62만명의 룩셈부르크에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대신 처음부터 모든 사람에게 검사를 시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했다. 우선 증상이 있는 경우를 최우선순위로 뒀다. 다음으로 소매상점 종사자들처럼 접촉이 불가피하거나 의료인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했다. 5월 4일부터 순차적으로 개학하는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에게도 우선순위를 뒀다. 여기서 양성이 나올 경우 등교하지 않고 2주간 격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 TF 폴 윌메스(Paul Wilmes) 공동대변인(룩셈부르크대 시스템생물의학센터 교수, 시스템생물학자)은 “부득이하게 봉쇄에서 완화 조치로 전환하면 감염 위험이 늘어나지만, 전국민 검사를 통해 가능한 빨리 완화조치를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코로나19의 최대 80%가 증상이 없다고 추정할 수 있다. 증상이 있는 사람만 검사하기 때문에 실제 감염자의 20%만 발견됐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윌메스 대변인은 “많은 사람들이 감염된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 체계적으로 전국민에 검사를 진행하면 확진자가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키기 전에 빨리 찾아 격리할 수 있다”라며 "적은 비율의 인구만 항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포괄적인 항체검사는 의미가 없어, 일단 PCR 검사를 통해 현재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울프 네르바스(Ulf Nehrbass) 공동대변인(룩셈부르크 보건연구원장)은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으며 전파력을 가지고 있다. 완화 정책이 시행되면 접촉이 늘어나고 다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 자신이 양성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다른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르바스 대변인은 “전체 인구에서 바이러스의 현재와 미래 확산을 예측하고 감염자를 예측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완화 조치를 빠르게 시행하거나 해제할 수도 있다”라며 “아직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고 면역이 없는 한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만큼 일상에서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위험에 지속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룩셈부르크 사례에 대해 "정부가 검사 결과를 토대로 봉쇄완화 전략과 출구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특히 개학 전에 전체 교사와 학생들에게 검사를 먼저 시행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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