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1.22 08:33최종 업데이트 23.11.22 08:33

제보

美FDA, 통계적 유의성 달성한 만성기침약에 임상적 유의성 의문 제기한 까닭은

MSD 게파픽산트, 자문위서 12:1로 임상적 효과 불확실 결론…두번째 FDA 승인 고배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MSD가 개발한 만성 기침약 게파픽산트(gefapixant)이 미국에서 허가를 받기 어렵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게파픽산트가 기침 빈도를 약간 감소시켰으며, 그 효과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지 여부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봤고, 자문위원회 역시 압도적인 표결로 여기에 동의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FDA 폐-알레르기 약물 자문위원회(PADAC)가 최근 12대 1로 MSD가 제공한 근거가 난치성 또는 원인 불명의 만성 기침이 있는 성인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이점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투표했다. 환자단체 대표만 유일하게 승인에 찬성표를 던졌다.

만성 기침은 8주 이상 지속되는 기침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병률은 전 세계 성인의 약 5~10%로 추정된다. 현재 FDA가 승인한 만성 기침약은 없다. 일부 약물이 오프라벨로 사용되고 있으나 근거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미충족 수요가 높다.

게파픽산트는 일본과 스위스, 유럽연합(EU)에서 난치성 또는 원인 불명의 만성 지침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좀처럼 허가 문턱을 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문위 의견에 구속성은 없으나 FDA는 대체로 자문위의 의견을 따른다. FDA는 처방약사용자부담금법(PDUFA)에 따라 12월 27일까지 게파픽산트의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MSD는 성명서를 통해 자문위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글로벌 임상개발 담당 수석 부사장인 요르그 코글린(Joerg Koglin) 박사는 난치성 또는 원인 불명의 만성 기침이 있는 성인에게 의미있는 임상적 혜택을 보여주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데이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FDA는 왜 게파픽산트의 효능에 우려를 제기했을까. 메디게이트뉴스는 FDA가 자문위 회의에 앞서 발표한 브리핑 문서를 통해 어떻게 평가 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기침 횟수 계산 시스템 검증 후 NDA 재제출했으나, "임상시험서 위약 효과 커"

게파픽산트는 난치성 또는 원인 불명의 만성 기침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 비마약성 경구 약물이다. 감각 C 섬유에서 발견되는 ATP 게이트 이온 채널인 퓨린성 수용체 P2X3을 억제해 작용한다. 세포 외 ATP가 기도의 C 섬유에 있는 P2X3 수용체에 결합하면 잠재적 손상 신호로 감지돼 기침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세포 외 ATP와 P2X3 수용체 결합을 억제하면 감각 신경 활성화를 줄이고 결과적으로 기침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12월 처음 FDA에 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으나, 승인되지 않았다. 당시 기침 소리를 포작하는 웨어러블 VitaloJAK 디지털 녹음 장치, 녹음에서 침묵 기간과 기침 소리가 아닌 소리를 제거하는 압축 알고리즘, VitaloJAK 기침 카운팅 시스템이 1차 평가변수인 기침 빈도를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하게 평가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검증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또한 FDA는 1차 평가변수 결과의 불확실한 임상적 의미, 환자보고결과(PRO)의 뒷받침에 대한 우려 등 불명확한 임상적 혜택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이후 MSD는 VitaloJAK 기침 횟수 계산 시스템을 검증하기 위해 기록 압축 알고리즘 검증 연구와 평가자 간 신뢰성 연구를 수행했고, 중추적 임상시험 2건(P027와 P030)에서 기침 횟수를 재집계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6월 허가신청서를 재제출했다. FDA는 재제출에 포함된 검증 패키지가 데이터에 대산 실질적인 검토와 논의를 허용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검토에서 문제가 된 부분은 만성 기침이 새로운 치료 적응증으로, 특히 평가변수 선택과 유효성 결과 해석 관련 규제 선례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이에 FDA는 위원회에 임상적 효과에 대한 평가, 특히 기침 빈도와 관련된 관찰 결과의 임상적 의미와 찬성 측의 뒷받침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게파픽산트 프로그램은 만성 기침 진단을 받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52주 임상시험인 P030과 P027로 구성됐다. 두 임상시험 모두 게파픽산트 45㎎ 1일 2회, 15㎎ 1일 2회 투여군과 위약 1일 2회 투여군을 비교했으며, 각각 24주차 또는 12주차 기침 빈도를 일차 평가변수로 삼아 평가했다. 그 결과 15㎎ 용량은 위약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기침 빈도를 줄이지 못했고, MSD는 45㎎에 대해서만 승인을 요청했다.

브리핑 문서에서는 "두 임상시험 모두에서 위약 효과가 컸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침 빈도 감소폭 작고, 치료 반응 가능성 높은 하위그룹 확인 안돼

문서에 따르면 1차 평가변수에 대한 점수 추정치는 두 임상시험에서 유사했지만, P030에서만 45㎎ 용량과 위약의 기하학적 평균 비율 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1차 평가변수를 보다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절대 기침 빈도에 대한 사후 분석을 수행한 결과, 기침 빈도 감소는 일관되게 작았다.

사전 지정된 2차 평가변수에서 24시간 기침 빈도가 기준치 대비 30% 이상 감소했는지에 대한 응답자 분석 결과 두 임상시험에서 게파픽산트와 위약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정 환자 하위 그룹이 게파픽산트에 반응할 가능성이 더 높은지 알아보기 위해 베이스라인 인구 통계 및 질병 특성에 대한 하위 그룹 분석을 실시했으나, 임상 진료 환경에서 치료 전 식별할 수 있는 하위그룹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임상시험 데이터는 환자 글로벌 변화 평가(PGIC)에 따라 개선을 보고한 환자와 기침 빈도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PGIC에 따라 나아졌다고 보고한 환자가 반드시 기침을 덜 하는 환자는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를 바탕으로 FDA는 위약 반응이 크고 기침 빈도의 범위가 광범위하며, 기침 빈도 치료 차이가 작다는 것이 환자에게 눈에 띄는 변화일지 의문을 제기했다.

환자보고결과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했으나 절대적 변화 작아 

더불어 FDA는 1차 평가변수 결과의 임상적 의미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2차 PRO 평가변수의 근거를 고려해 기침 빈도의 소폭 감소가 환자에게 의미있는지 여부를 평가했다.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한 유일한 PRO 변수는 삶의 질에 대한 레스터 기침 설문(LCQ) 총점이다. 그러나 P030에서 LCQ 총점 오즈비(odds ratio)는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했으나, '반응자' 비율 차이가 작았고, 기준점 대비 절대적 변화 역시 1점 미만으로 작았다.

규제 결정을 내리는 데 더 관련성이 높은 LCQ 신체 영역에 대한 사후 분석 결과, 12주차(P027)와 24주차(P030) 절대 점수의 기준점 대비 변화에서 게파픽산트와 위약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FDA는 "PRO 결과는 게파픽산트에 유리한 것으로 보이지만 ▲총 점수에서 위약과 측적된 절대적 차이가 작고 치료 그룹 간 반응자 차이가 작으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개선에 해당하는 PRO 점수 변화 정도가 확립되지 않았고 ▲P030의 LCQ 반응자 분석을 제외하고는 이러한 분석 중 어느 것도 다중성을 통제하지 않았으므로 결과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하며 ▲미각 장애(치료 대상자의 최대 65%에서 발생)로 인한 잠재적 눈가림 해제(unblinding)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한계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PRO 평가 변수 전반에서 게파픽산트의 작은 치료 효과가 환자에게 의미가 있는지 고려할 것을 위원회에 요청한다. PRO 데이터가 게파픽산트로 인한 기침 빈도의 소폭 감소가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핵심 질문에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지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위원회는 이러한 것을 고려해 12대 1로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이점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결론내렸다.

한편 MSD 외 다른 빅파마들도 만성 기침 치료제를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GSK는 4월 캐나다 생명공학기업 벨루스 헬스(Bellus Health)를 20억 달러에 인수하며 P2X3 수용체에 대한 선택적 길항제 캄리픽산트를 확보했다. 지난해 말 두 가지 임상연구로 구성된 3상 CALM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내년 하반기 탑라인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GSK는 승인 시 2026년 만성 기침 치료제로 캄리픽산트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바이엘(Bayer)은 만성 기침과 자궁내막증, 과민성 방광,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 등 치료제로 개발하던 2상 단계의 P2X3 수용체 길항제 엘리아픽산트(eliapixant)의 개발을 중단했다. 사용 가능한 데이터를 검토한 결과 이러한 적응증에서 엘리아픽산트의 전반적인 이익이 위험보다 크지 않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박도영 기자 (dypark@medigatenews.com)더 건강한 사회를 위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