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2.26 09:09최종 업데이트 25.02.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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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의사 추계 방식을 통해 살펴본 우리나라 정책의 무모함

[칼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고려대 명예교수

사진=캐나다 정부 

[메디게이트뉴스] 우리나라는 의과대학 정원의 대규모 증원 정책을 순식간에 갑자기 결정해 발표했다. 정부가 보여줘야 할 정상적 절차의 정책 결정이 아닌, 전시 내각이나 천재지변 사태에 대응하는 수준이었다. 마치 의료 정책에 대한 계엄령과도 같았다. 그러나 이런 부당한 모습에 의료계 특히 젊은 세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를 두고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다른 나라 의사 집단에서 볼 수 없는 반응이라고 애써 의료계를 별난 자기 이기주의에 몰빵한 사악한 집단으로 몰아세웠다.
 
2025년 캐나다는 연방정부의 보건부(Health Canada) 출연기관인 '헬스워크포스캐나다(Health Workforce Canada)'가 발주한 용역보고서 'Caring for Canadians: Canada’s Future Health Workforce'를 출간했다. 부제로 'The Canadian Health Workforce Education, Training and Distribution Study'로 표기하고 있다.

2025년에 정부 차원의 보고서를 출간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23년 10월에 캐나다 연방정부, 주(Provinces)정부, 준 주(Territories)정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보건의료인력위원회(Committee on Health Workforce)가 캐나다 자국 보건의료인력 문제를 위해 연구를 요청했고, 연구 총책임자로 최고의 보건의료인력 전문가로 전 캐나다 의과대학협회 회장인 오타와 의대 소아응급의학 Geneviève Moineau 교수를 위촉했다. 2024년 1월 연구에 관한 참조조항(Terms of Reference)을 정한 후 연구개시 1년 뒤에 연방정부 보건부의 이름으로 그 연구 결과를 출간했다.
 
캐나다 보건의료인력 전문기구 비정부 독립성 보장, 정부는 직접 관여 안 해
 
연구진은 캐나다 원주민 파트너, 의료 인력 학자 및 전문가, 각 직역별 전국 조직의 지도자, 의료 직업교육 지도자 및 혁신가, 전국의 다양한 보건부 대표와 함께 수십 건의 논의를 진행했다. 연구진에 의해 제안된 데이터 소스, 도구 및 모델, 방법 및 가정, 인력 공급 및 수요 예측 모델링에 대한 문헌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교육의 혁신 방안을 모색했다.

캐나다 의사회는 현재 2만 명 이상의 가정의학과 의사 부족 현실을 요약해 회원들에게 전하고 있다. 캐나다 보건부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보건의료 인력 관련 전문 기구들은 비정부, 독립, 비영리 단체들이고 철저히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일부 기구는 비록 정부 출연 기구임에도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각 이사회 구조를 갖고 있다. ‘Health Workforce Canada’는 2023년에 설립된 독립 기관으로 캐나다 연방정부 보건부(Health Canada)의 출연기관이나 정부 기구는 아니다. HWC는 의료 인력 전문가, 정책 입안자, 연구자, 의료 종사자, 환자 및 간병인을 통합해 의료 인력 데이터와 인력수급 계획을 공고히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가 단위나 주, 지역 단위의 모든 보건의료 인력 조달을 위한 기구인데 주, 준주, 연방 정부가 공동으로 출연해 운영하는 독립기구인 캐나다 보건의료정보원(Canadian Institute for Health Information, CIHI)의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이용한다. HWC는 자신들의 활동 내역을 전산망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고, 현재까지 의료인력 추계에 적용했던 다양한 모델과 캐나다 주, 지역의 자치정부에서 추계를 위한 작업 내용 모두를 정리해 투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부 역할은 필요한 예산 지원과 전문성 발휘하도록 뒤에서 조력할 뿐
 
캐나다 연방 보건부는 보건의료 인력 조달을 위한 직접적인 추계 작업이나 세부적인 인력 충원계획에 관여하지 않는다. 정부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한 발 뒤로 물러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단체나 기구가 이런 사안을 자발적으로 잘 진행하도록 돕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24년 7월 캐나다 보건부는 보건의료인력을 위한 혁신적 공정을 위해 연방정부 예산 약 4700만 달러(약 474억 원)를 집행했다.

그 중 2250만 달러(약 227억 원)는 HWC의 인력수급에 대한 혁신계획을 위해, 그리고 1300만 달러(약 130억 원)는 캐나다 비정부 의사시험기구인 Medical Council of Canada가 주, 지역별 의사 등록이 아닌 전국 단위의 등록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비용이다. 그리고 역시 비정부기구인 의사면허기구연합회(Federation of Medical Regualtory Authorities of Canada)에 캐나다 전체의 의사면허 기준 개선을 위해 33만 달러를 집행했다.

정부 출연 기구인 Canadian Institutes of Health Research(캐나다 보건연구원)에도 1160만불(117억 원)을 지급했다. 캐나다 연방정부 보건부는 이외에도 다양한 민, 관 협력을 위해 외국 보건의료인 자격인정을 위하여 총 8600만달러(약 870억 원)를 15개 전문기구에 할당했다. 캐나다 전공의교육 전문기구인 캐나다 전문의학회(Royal 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Canada)에는 전문의 웰빙을 위해 사직을 방지하는 노력과 외국 전문의의 인정을 위한 신속한 통로 개척을 위해 별도로 1백49만불을 지급했다. 캐나다 의사시험원, 캐나다 면허기구연합회, 캐나다 의학원 등 정부지원금 수혜자는 모두 비영리, 비정부, 독립 전문기구들이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보건의료인 부족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사회적으로 공신력이 높은 비정부 민간 연구기관들이었다. 캐나다는 사회적으로 신망이 높은 캐나다를 위한 싱크탱크로 인정받은 기관들이 존재한다. 보건의료의 영역에서 가장 대표적인 비정부 비영리 독립기구 중 하나는 CD HOWE 연구소로 경제 및 사회 정책에 중점을 둔 캐나다의 비영리 비당파 연구 기관이며, 독립적이고 증거 기반 정책 분석 및 권장 사항을 제공하는 역할로 명망이 높다.

제2차 세계 대전을 겪은 기간과 그 이후 경제 정책에 기여한 내각 장관을 기념하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연구소로 1958년 설립됐고, 현재 다양한 경제 사회 분야의 연구와 보건의료가 이 연구소의 중점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CD HOWE 연구소는 ‘The Doctor Dilemma: Improving Primary Care Access in Canada’라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가정의학 의사의 부족 문제를 부각시키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의사 인력 추계자료로 정부나 비정부기구 모두 가정의학(주치의) 전문의 추계가 핵심사안이다.
 
장, 차관이 직접 관장하는 우리와는 달리 과학적 근거와 공정성 확보가 관건
 
캐나다 보건의료과학아카데미(Canadian Academy of Health Sciences)는 캐나다 학자에게 수여되는 최고의 영예인 캐나다 아카데미 협의회(CCA)를 구성하는 세 개의 국립 아카데미 중 하나다. 이 기구는 캐나다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긴급한 건강 문제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데 지난 2023년 Canada’s Health Workforce: Pathways Forward를 출간했다.
 
지난 2018년에는 또 다른 비정부, 비영리 연구소인 캐나다의 싱크탱크인 Fraser Institute는 ‘The Supply of Physicians in Canada: Projections and Assessment’를 출간하여 캐나다의 의사 부족을 보고했다. 이 연구소는 1974년 자유 시장경제를 옹호하는 단체로 정부 정책, 기업가 정신에 의한 선택이 캐나다 국민, 그 가족, 미래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측정하고 광범위하게 전달해 캐나다 국민, 그 가족, 미래 세대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연구소의 독립성을 위해 정부 기관의 연구비를 받지 않고 정부와 별도의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캐나다는 조세 바탕 의료제도로 영국과 같이 속칭 무상의료와 주치의 제도를 근간으로 한다. 의사 추계의 주된 자료는 주치의 제도가 핵심인 가정의학과 전문의 추계자료로 캐나다의 보건의료 기본이념이나 철학을 대변하고 있다. ‘의료의 출발점’을 가정의학과 의사와 면담을 전제로 하여 보고서마다 의료 접근성의 문제와 추계를 잘 연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장, 차관이 40개가 넘는 위원회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이런 각종 정부 주도 위원회의 공정성, 독립성, 전문성을 어떤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 캐나다는 사회적으로 공신력이 출중한 다수의 비정부 민간기구에 의한 추계와 이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이 합리적으로 잘 설정돼 있다.

정부와 전문직 간의 민관협력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은 왜 의사들이 증원에 대하여 반발하지 않는지는 인력증원의 절차에 투명성, 공정성, 독립성, 그리고 전문성이 확보돼 있다. 급속한 결정을 내리지도 않는다. 충분한 논의와 과학적 증거를 수집해 정책이 충분히 성숙하는 숙의 기간도 확보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굳이 의대 증원을 설명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이런 연유인지 캐나다 정부는 가정의학 전문의 부족에 대한 추계 이외에는 의대 정원을 몇 명으로 정할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조차 없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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