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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에 대한 처분을 미뤘던 지휘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 지목되는 지휘라인은 이 사건을 ‘검언유착’ 으로 규정하고 한 검사장에 대해 고강도 수사와 수사 종결을 미룬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현 서울고검장)과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현 대검 공공수사부장), 정진웅 중앙지검 형사1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이다.
8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한 전 검사장의 불기소 결정문에 따르면 검찰은 한 검사장과 채널A 기자들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 내지 강요를 공모한 내용의 직접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채널A 기자들이 지난 2020년 2월 부산고검 차장검사였던 한 검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눈 대화의 녹취록에서도 한 검사장이 기자들과 이 전 대표를 위협해 제보를 받기로 한 대화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수사팀은 간접 증거를 통해서도 한 검사장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공모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분명히 했다.
검찰은 채널A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보낸 5차례 편지와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이자 ‘제보자X’로 알려진 지모씨를 만나 한 검사장 또는 검찰 고위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몇 차례 언급한 것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제보를 유도하면서 제시한 ‘검찰관계자와의 통화 녹취록’ 역시 한 검사장의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은 불기소 결정문에 "문자메시지, 통화내역, 컴퓨터, 휴대전화 등 디지털매체 압수자료 등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더라도 피의자(한 검사장)가 기자들과 피해자에 대한 협박 취재를 공모했음을 추단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명시했다.
결국 검찰은 한 검사장과 채널A 기자가 유착됐다는 증거가 충분치 않아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 초기부터 확보된 자료 이외에 지난 2년 동안 추가로 수집한 증거가 없음에도 지휘부가 처분을 뭉개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수사팀이 한 검사장에 대한 12번째 무혐의 보고를 한 뒤에야 최종 결론이 나왔다.
애초 이성윤 고검장의 측근인 정진웅 연구위원이 수사를 개시한 이후, 정기 인사를 통해 수사팀이 교체될 때마다 한 검사장에 대한 무혐의 의견을 냈지만, 지휘부는 ‘사건을 다시 검토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단행된 인사에서 꾸려진 현 수사팀도 백지상태로 사건을 넘겨받아 재수사 끝에 결론을 냈다고 한다.
이 고검장 등 지휘라인이 수사를 뭉개는 동안 추미애·박범계 두 전·현직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사건을 확대·재생산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팀이 계속 무혐의 의견을 냈음에도 이를 묵살하면서, 수사지휘권이 발동되고 검찰총장의 직무가 배제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지휘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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